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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자 美입국 제한' 발표 한달간 뭉갠 정부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입력 2019.08.08 04:10
무비자 입국제한 시행 둘째날 문의·항의전화 美대사관에 쇄도

미국의 '방북자 무비자 입국 제한' 조치 시행 다음 날인 7일 주한(駐韓) 미 대사관 영사과 앞엔 비자 신
청을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해당 조치와 관련한 각종 문의와 항의 전화도 이날 오전부
터 미 대사관 측에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전면 불허하겠다'는 개정안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6일 발
표되고 즉시 시행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 달 전 미국 정부에서 통보받고도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하
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 여름방학·휴가를 맞아 미국 방문이 몰리는 시기라서 갑작스러운 비자 제도 변
경에 당황하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이 '방북자 무비자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 다음 날인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 대사관 영사과 앞
에 비자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줄 서 있다.
미국이 '방북자 무비자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 다음 날인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 대사관 영사과 앞
에 비자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여러 여행사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엔 '당장 며칠 뒤에 미국으로 출국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
냐"는 문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과거 사업차 방북한 적이 있다는 한 네티즌은 "미 대사관 영사과에 아
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질문한다"며 "괌 여행하려고 이미 ESTA 승인 받아놓고 항공권·
숙박 예약 다 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미 ESTA 승인을 받았더라도 2011년 3월 1일 이후 방북 이력이 있으면 비자를 발급
받아야 미 입국이 가능하다. 시행 초반이라 미 정부가 입국자의 방북 이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ESTA 승인만으로 입국시켜줄 수 있지만, 만약 방북 사실이 드러날 경우 본인뿐 아니라 직계가족의 미
방문도 제한받을 수 있다.

외교부의 늑장 발표와 대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외교부는 미국에서 이번 사안을 약 한 달 전 이
미 통보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를 사전에 발표도 하지 않고 대응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미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외교부가 사전에 미 측과 협의해 대응
책을 세우고, 국민에게 미리 알렸으면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왜 한 달 동안 해당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정책이기 때
문에 우리 정부가 해당 사실을 발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됐다"면서 "대신 지난 한 달간 미 측과
해당 조치를 어떻게 순조롭게 이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협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
조치 대상자가 몇 명이 되는지 정확한 숫자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통일부가 전날 급하게 적용 대
상 인원을 분석했지만, 지난 8년간의 방북 승인 수만 집계했다. 통일부는 방북 이력을 미국이 어떻게 확
인하느냐는 시민들의 문의에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방북 이력을 증빙할 서류를 발급해주는 후속 대
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미 국무부가 주한 미 대사관 등을 통해 이번 비자 개정안을 예고하지 않은 점도 의
문"이라고 말했다. 통상 미 정부는 동맹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각종 시행령에 대해선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예고해 왔지만, 이번엔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다. 시행일인 6일에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번 조치는 미 정부가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지난 20개월 동안 보류해 왔던
사안이다. 그러다 갑자기 이번에 시행한 것이다. 외교부는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 정부가 이번 건을 20개월간 기술·행정적으로 준비했다는 외교부 설명도 맞는 것인지 의심
스럽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통령과 함께 특별 수행원으로 방북한 기업인과 문화인들이 미
국 방문 과정에 불이익을 입게 됐다"며 "어처구니없다. 외교부가 대통령 얼굴에 먹칠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에 치명상을 주는 것"이라면서 "외교부는 정말 무능하
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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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닷컴
2019년08월08일 10:18:4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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