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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확보 없인 ‘AI 강국’ 헛구호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대학 규제에 평등 교육 이념 탓 인재 키우지도 지키지도 못해 두뇌 유출 아닌 획득 정책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8일 “인공지능(AI)은 인류의 동반자”라며 “올해 안으로 인공지능 국가전략
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공지능 분야의 대표적 콘퍼런스인 ‘데뷰
(Developer’s View) 2019’에 참석해 “인공지능은 산업 영역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 사회의 국민 건강, 독
거노인 복지, 홀로 사는 여성의 안전, 고도화되는 범죄 예방 등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낼 것”이라며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정보통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인데, 대전환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노력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 핵심인 우수 인재 확보에 대
한 고민이 없어 아쉽다. 인공지능 올림픽이나 연구·개발 경진대회, 대학교수의 기업 겸직 등 부차적인
접근에 그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기업인 ‘엘리먼트 AI’에 따르면 AI 분야의 세계 정상급 인력은 2018년 기준 대략 2만2400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1만295명(46%)이 미국에 있고, 중국이 두 번째로 많은 2525명(11.3%)을 보유
하고 있다. 한국은 180명에 불과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지난 15년간 55명으로 묶여 있는 데
비해, 스탠퍼드대가 배출하는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연간 700~800명 수준인 것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교육부의 정원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5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의 컴퓨터공학과 인원수를 다 합쳐도
연 400명 정도를 겨우 웃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공계 고급 인력의 두뇌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6년 생물학정보연구센터(BRIC)가 과학기술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만약 앞으로 1년 안
에 취업해야 한다면 국내와 국외 중 어느 지역을 우선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7%가 해
외 취업을 택했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 유학생 중 대부분은
졸업 후 미국에 남고 싶어 하고, 절반가량은 실제로 미국에 남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해마다 발간하는 ‘세계 인재 보고서’를 보자. 2018년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33위에 머물러 있으며, 지난 5년간 좀처럼 하위권(32~39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에 대한 매력도(appeal) 면에선 더욱 뒤처져 2013~2018년 사이 34~42위를 맴돌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두뇌유출지수는 41위로 최하위권이다. 이 보고서에 나타난 자료를 기준으로 두뇌 유출
(brain drain)과 두뇌 획득(brain gain)을 두 축으로 해 조사 대상 63개국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한 것에 따
르면 미국, 영국 등 그룹 3에 속한 국가들은 두뇌 유출은 낮고 두뇌 획득은 높아 풍부한 인재 풀을 보유
하고 있다. 반면 그 대척점에 있는 그룹 1에 속한 국가들은 두뇌 유출은 높은 반면에 두뇌 획득은 낮다.
한국의 경우 일본, 대만 등과 함께 그룹 1에 속해 있는데, 이 그룹 안에서도 한국은 두뇌유출지수가 높
고 두뇌획득지수는 낮은 편이다. 문 정부의 ‘평등 교육’이념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엘리먼트 AI’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 전문가 중 27%가 박사 학위를 받은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
하고 있다. 즉, 이들은 국경을 초월해 일하고 있으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치
열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해외 인재 확보에 적극적이다. 온라인 구인업체 자오핀닷컴의 하오젠
수석 컨설턴트는 “중국은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고급 인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중국 교육 시스템
으로는 그런 인재를 육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바이두, 알리바바 등 대표 인터넷 기업이 해외 인재 유
치에 주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4대 축인 AI, 빅데이터, 클라우
드, 가상·증강현실 분야에서 2022년까지 국내 개발자 3만1833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 등 대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배타적인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한국은 외국인 기술 전문인력들의 선호도 면에서 한참 뒤처진다. 지난해 9월 5일 자 본란에서 필
자는 “소득주도보다는 기술주도 성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모델”이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선
우수한 인재 육성과 유치가 핵심이다. 컴퓨터공학 등 관련 전공자 수를 대폭 늘리는 제도적 개혁부터
외국인 인재가 들어와 일할 수 있고 한국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사회문
화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다. 이러한 핵심 사안이 빠진 전략은 비현실적이고 정치적 수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만드는 데 명심해야 할 문제다.


출처;문화일보
2019년11월13일 17:15:2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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