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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사설]경제 맞보복 내세워 기업을 더 死地로 내몰아선 안 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눈에는 눈’ 식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피한 고육책 측면이 있지만,
현명한 대응인지는 의문이다. 상대의 프레임이나 ‘장점’은 최대한 회피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戰場)
에서 싸워야 한다는 상식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결정에 맞서 문 정부도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했다. 정·경(政經)분리 원칙을 어기고 외교 문제에 통상 무기를 들고나온 일
본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경
제 맞보복 카드는 실효성이 의문이며, 본격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
하다.

철강·화학·조선 등의 대일 수출 규제 품목 대부분은 한국이 전략물자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일본이 제3국
에서 비교적 쉽게 충당할 수 있는 물품들이다. 자칫 어렵게 뚫은 일본 시장만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D램 반도체로 맞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
지만, 이 역시 대만 등으로 수입처를 돌리면 그만이다.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 수입을 한국(17%)보다 대만
(59%)에 3배 이상 의존하고 있다. 이런 대응은 일본의 기존 보복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추가 보복 빌미도
된다. 세계 3대 기축통화인 엔화의 움직임은 군집심리에 영향받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걸 촉발할 수도 있다.

한·일 갈등을 틈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반도체 인력 빼가기까지 나선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벌써 가시
화하고 있다. 정부가 몇 년 걸릴지도 모를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은 몇 달이면 심
각한 타격을 입는다. 삼성전자만 해도 한 해에 20조 원 가까운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는데, 정부의 1
조 원 지원으로 획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은 현실이다. ‘다시는 일본에 지
지 않겠다. 이번엔 이겨보자’는 희망과 냉정한 시장 현실은 구분해야 한다. 냉철하게 외교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내외 악재로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을 더 엄혹한 사지(死地)로
내몰게 된다.

출처;문화일보 사설
2019년08월06일 11:16: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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