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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사설] '데이터 규제' '주 52시간' 놔두고 'AI 정부' 되겠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9.10.29 03:18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네이버의 첨단 기술 개발자 회의에 참석해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올해 안에
제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 "개발자들이 끝없는 상상을 펼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하겠다"는 등 말의 성찬(盛饌)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AI 발전의 최대 장애물인
데이터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선 "연내에 통과되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살짝 언급만
하고 지나갔을 뿐 구체적인 실행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데이터 활용·분석을 대폭 허용하는 법 제도를 만들어 기업들이 의료·금융·
통신 등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그나마 최소한
의 범위에서만 규제를 푸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을 작년 11월 국회에 상정했지만 일부 시민단체 반대와
의원들의 태만으로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

지난주에도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달
로 미뤘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여당 지도부는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도 여전하다. 밤새워 연구하고 휴일에도 일해야 성
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AI다. 오후 6시만 되면 사무실 불을 끄고 연구 개발자들을 내쫓는 나라가 어떻
게 AI 강국이 되겠다는 말인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
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신산업 규제를 선(先) 허용·후(後) 규제하는 중국이 부럽다"고도
했다. 그 말대로다.

조국 사태 이후 문 대통령의 대기업 행사 나들이가 잦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차 등에 가서 '혁신
경제' 구상을 내세웠다. 대통령의 현장행(行)은 필요하지만 지금 기업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보여주
기식 행사가 아니다. 인공지능·자율주행차·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우리가 뒤지는 것은 정
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중 삼중 낡은 규제를 풀고 글로벌 수준의 법 제도를 마련해
서 기업들이 펄펄 날 수 있도록 운동장을 열어주는 것만 하면 나머지는 기업들이 알아서 다 한다.


출처 : 조선닷컴 사설
2019년10월29일 11:23:4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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