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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폰 6000만대, 중국에 생산 넘긴다
경쟁력 밀리며 내년 외주 2배로… 설계·부품 조달도 통째로 위임 브랜드만 삼성, 사실상 현대차·SK·LG도 사업 재편 "船團형 제조업 시대는 끝났다"

조선일보 김성민 기자 강동철 기자

입력 2019.10.28 01:30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모임인 협성회가 최근 비상대책팀을 꾸렸다. 삼성이 연간
생산하는 스마트폰 3억대 가운데 20%인 6000만대를 세계 각국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만들지 않고 중국
업체에 통째로 맡기기로 하면서, 일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격대만 정해주면 중국 업체가 설계·부품
조달·조립까지 알아서 하는 방식(ODM·제조자 개발 생산)이다. 삼성은 이런 중국산 스마트폰에 '삼성'
브랜드를 붙이고 세계 시장에 판다. 세계 1등 제조 경쟁력을 자부해온 삼성전자 역사에선 전례 없는 일
이다.

이유는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값싸고 품질 좋은 100달러 안팎의 중국산
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중국산이 되는 최강수를 택한 것이다. 생존이라는 절대 명제 앞에 '삼성 제조'라
는 자존심은 사치다. 애플은 대만 폭스콘에 자신이 고른 부품과 설계도를 주고 조립을 의뢰하는데, 삼
성은 이보다 몇 단계 더 나갔다. 삼성에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에겐 사형 선고"라고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비상대책팀이 하소연해 당초 7000만대에서 1000만대가 줄었다"며 "삼성 물량
을 수주한 중국 제조사를 찾아가, 우리 부품 사달라고 읍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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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사활을 건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값싼 제조 기지였던 중국
이 이젠 더 싼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인공지능·전기차와 같은 제조업 패러다임 변
화가 몰려오면서 자칫 '2류'로 몰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자동차 비중을 절반으로
낮추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었고, SK그룹은 그룹의 뿌리인 화학 사업을 일부 매각하고 있다. LG그룹도
한 달이 멀다 하고 계열사를 팔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서 '1등 유전자(DNA)'로 변신에 나서고 있
다. 전문가들은 "4대 그룹이 중소기업 수백 곳을 이끌며 완성품을 만드는 '선단형 생태계'엔 한계가 왔
다"며 "한국 제조업이 사활의 변곡점에 섰다"고 말했다.

"차(車)만 잘 만들어선 못 살아남는다."

지난 22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발표는 한국 제조업계에서 터져 나온 대변혁의 선언이었다. 삼
성전자가 지난 수십년간 지켜온 '삼성 제조'라는 자존심을 접고 중국에 ODM(제조자 개발 생산)을 맡
겼듯, 현대차는 창업 이후 52년간 자신을 글로벌 5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만든 자동차 비중을 50%로 줄
이기로 했다. 그는 "(현대차가) 과거 5~10년은 변화라는 면에서 정체됐다"고 말했다.

정체의 뼈아픈 결과 중 하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큰 중국 시장 공략 실패였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베이징 1공장을 폐쇄했고, 기아차도 장쑤성 옌청에 있는 둥펑위에다기아 1공장 가동을 멈췄다. 게
다가 현대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변하는 패러다임 변화에도 뒤처져 있다.

이는 현대차와 한국 차 산업을 함께 일군 중소 협력 기업에 직격탄이다. 중국 내 생산량이 급감한 만큼
현대·기아차와 함께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일감이 준다. 게다가 전기·수소차는 내연 자동차보다 필
요 부품수가 30~40% 적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1차 부품 중소기업은 300여개. 2·3차까지 확대하면 수천
개 업체가 줄도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달 초 현대차 외부 자문위원회는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의
변화, 공유경제 등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 인력의 20~40%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부품
업체 대표 A씨는 "2년 전쯤 현대차가 '앞으로 우리도 어려워지니 우리만 믿고 있지 말라'고 했다"고 전
했다.

◇중국 공장 문 닫고 새 산업에 올인

3위 대기업 SK그룹은 모태 사업인 석유화학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섬유 화학사업으로 시작한 SK그룹
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했고, 이후 얻은 자금력으로 1994년 한국이동통신
(SK텔레콤), 2012년 하이닉스(SK하이닉스)를 인수했다. SK로선 이 뿌리를 개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이다.

과거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 원유를 정제하고 가공해 수익을 냈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
만 기름이 필요 없는 전기차 등이 등장하면서 휘발유와 디젤 등 화석연료의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정
유 산업엔 근본적인 위협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화학사들도 마찬가지다.

SK그룹 계열 화학사인 SKC는 지난 8월 주력인 화학 부문을 떼어내 SKC PIC(가칭)를 만든 뒤 이 회사
지분 49%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SKC는 대신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업체인 KCFT를 인수할 예정
이다. 화학 부문을 판 자금으로 배터리 사업을 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계열사인 SK종합화학도 신규 수
익 사업을 찾기 위해 지난 15일 프랑스 석유화학 업체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3억3500만
유로(약 4400억원)에 인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정유 화학사업이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
는 비중이 한때 30~40%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한 자릿수"라고 했다.

◇사업 재편에 내몰린 4대 그룹

LG그룹도 돈이 되지 않는 비주력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 9월 구광모 LG 회장은 "위기 극
복을 위해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인화(人和)의 LG가 독해진 것이다.

지난달 30일 LG전자는 수(水)처리 자회사인 하이엔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의 지분 전량을 2280억
원에 매각했다. LG화학도 LCD(액정표시장치)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부 처리를 고심 중이다. LG디
스플레이는 적자의 늪에 빠진 LCD 공장의 일부를 폐쇄하고 생산직 직원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대부분 계열사가 각 분야 2~3등으로 우등생이지만, 지금은 세계 1등이 아니면 생
존하지 못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우리 산업이 성
장할 만큼 성장한 성숙 단계에 이르렀고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오는 구조적 한계에 처했다"며 "한국 대기
업들의 변화는 절박한 생존 차원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ODM

제조자 개발 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의 약자다. 하청업체가 유명 브랜드 기업의
주문을 받아 상품 개발부터 디자인, 부품 조달, 생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대행하는 생산 방식이다. 주
문자는 이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붙여 마케팅하고 판매한다. 이는 주문자가 개발·설계한 대로 하청업체
가 생산만 하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 상표부착생산)과는 다르다.


출처 : 조선닷컴
2019년10월28일 04:28:2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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