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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사설] 자사고 무더기 폐지, "공산당과 뭐 다르냐" 학부모들 울분

조선일보

입력 2019.08.03 03:14
교육부가 경희고·배재고 등 서울 지역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 등 전국 9곳 고교에 대해 자사고 자
격을 무더기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경기 안산동산고를 포함해 올해 평가를 받은 전국 24개
자사고 가운데 10곳이 학생·학부모·교사 반발에도 내년부터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처지에 놓였다. 다양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국민 세금 지원 없이, 자기 돈 들여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남들보다 앞서가지 말라'며 강제로 주저앉힌 것이다. 내년에도 30개 외국어고와 자사
고 12곳에 대한 평가가 예정돼 있다. 집단 학살극이 계속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사고는 이제 겨우 10년 된 교육 제도다. 고교 평준화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2년 소수 학교
에 시범적으로 도입된 뒤 2009년에야 현재처럼 전국 40여개 학교로 확대됐다. 성과를 평가해 학교 문
을 닫게 하기엔 지나치게 역사가 짧다. 게다가 전국 1527곳 일반고의 3%도 안 된다. 자원이라곤 두뇌
밖에 없는 나라에서 이런 소수의 학교에서조차 수월(秀越) 교육을 가로막으면 무슨 수로 인재를 길러내
나. 그런데도 이 정부는 틈만 나면 자사고를 '귀족 학교' '공교육 황폐화의 주범'으로 몰며 자사고 죽이
기에 혈안이었다. 앞서가는 학생은 어떻게든 끌어내리겠다는 것도 교육 정책인가. 이러고도 일본의 원
천 기술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번 자사고 평가는 2015~2019년의 학교 성과를 평가한 것이다. 평가 항목과 배점, 지표 같은 구체적
인 평가 기준이 만들어진 것은 작년 말이다. 순서가 거꾸로 됐다. 그것도 자사고에 불리한 항목 배점을
크게 늘리고 유리한 것은 줄이는 식으로 바꾸면서 자사고에는 사전 협의도, 예고도 하지 않았다. 사후
에 만든 불리한 평가 기준을 소급 적용한 것이다. 자사고를 없애기로 작정하고 덤비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라고 지원하고, 못하는 사람은 특별히 신경을 써 향상을 시키는 게
바람직한 정부 정책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황폐화됐다는 공교육을 살려서 수준을 올리는 데 골몰해
야 한다. 그런데 이 정권은 잘하는 것을 끌어내려 하향 평준화 시키기에 바쁘다. 자사고를 무더기로 없
앤 날 학부모들은 "공산당과 뭐가 다르냐"고 울분을 터뜨렸다고 한다. 기막힌 일이다.


출처 : 조선닷컴 사설
2019년08월03일 13:22:2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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