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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못해 단축수업… 아이들 편의점 라면 먹고 학원으로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김승현 기자

입력 2019.07.04 03:01
[오늘의 세상] 전국 초중고 4곳중 1곳 급식 중단
밥 대신 빵·두유 등으로 대체… 방과후 돌봄교실도 138곳 차질

'정규직 전환 약속 지켜!'

3일 오후 3시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운집한 민노총 시위대 수만명 머리 위로 이런 글이 적힌 대형 고무
풍선이 굴러다녔다.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쟁취'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도 동원됐다. 시위대는 "비정
규직 정규직화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외쳤다.

그로부터 약 3시간 전, 서울 강남구 대도초등학교 앞에 도착한 학부모 박민욱(37·간호사)씨는 손에 치
킨가스와 김치스팸볶음, 과일 등 도시락 3인분이 든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직접 올 형편이 안 되는
다른 학부모 몫까지 사왔다"고 했다. 이어 "파업하는 분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요즘 맞벌이 부모
도 많은데 애들을 볼모로 이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파업'으로 돌아온 '비정규직 제로' 공약

'비정규직 제로(0)'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지시'였다. 취임 사흘째인 2017년 5월12일, 첫 외부 일정으
로 인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를 약속했다.

그러자 정부가 5개월 뒤 "공공기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을 3단계에 걸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41만6000여 명 가운데 1단계로 20만5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곧바로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공공기
관은 '일부 안전 분야 근로자만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건비 부담과 조직 비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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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민노총 비정규직 노조 총파업 집회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구 서
울시교육청을 지나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빵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3일 오전 민노총 비정규직 노조 총파업 집회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구 서
울시교육청을 지나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빵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오종찬·장련성 기자
노조는 여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공공기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근로자를 노조로 끌어들이
기 시작한 것이다.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조합비 수입도 커진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전체 정규직 직원이 5500여 명인데, 비정규직이었던 요금수납원은 6500여 명이
었다. 모두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할 경우 조직은 배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6500여 명 가운데 5000여
명은 자회사 고용에 동의했지만, 1500여 명은 끝내 거부하고 서울톨게이트와 청와대 등을 돌아다니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용 세습 시비도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인천공항공사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 예정인
인원(9785명) 가운데 1.5%만 경쟁 채용하고, 98.5%는 간단한 면접과 서류 심사 등으로 채용하기로 했
다. 배경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채용 검증 절차를 최소화하라"는 민노총 요구가 있다.
여기에도 '노조 영향력 확대'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노(勞勞) 갈등'도 빚어진다. 인천공항 등에선 정규직 노조가 반발한다. 한 공기업 정규직 노조 관계
자는 "결국 내 월급을 줄여서 비정규직과 나누라는 건데,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빵·컵라면·분식으로 점심

비정규직 노조 파업으로 이날 전국 초·중·고 1만438곳 중 2802곳(26.8%)이 급식을 못했다. 1757개교
는 소보로빵과 두유 등으로 대체 급식을 제공했고, 589개교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게 했다. 230개교
는 오후 수업을 없애면서 급식을 실시하지 않았다.

학교 앞 상권들은 대박이 났다. 분식집마다 학생들로 붐볐고, 수퍼마켓 앞에서 뽑기를 하는 학생도 보
였다. 묵동초교 앞 분식집 주인 최모(43)씨는 "손님이 평소 두배"라고 했다. 김윤지(9)양은 학교 급식
대신 1000원짜리 떡볶이를 사먹고 피아노학원으로 가면서 "배가 고프다"고 했다. 강남구 서울로봇고
(高) 앞 GS25 편의점도 점심시간 초등학생으로 넘쳐났다. 간이 의자 10여 개를 모두 차지한 학생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컵라면, 짜장볶이, 삼각김밥, 핫바, 콜라 등으로 허기를 채운 뒤 집이나 학원으로 향했
다.

파업으로 급식과 함께 대란을 겪을 것으로 점쳐졌던 '방과후 돌봄교실'(초교 저학년 대상)도 서울에선
대부분 학교가 교직원을 대체 투입해 정상 운영했지만, 지방에서는 전남·북과 강원 등에서 138개교가
돌봄교실을 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급식 대란은 4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에도 전국 2056개교가 급식을 실시하지 않
는다. 1339개교는 빵과 우유를 제공하고, 482개교는 도시락을 싸오도록 할 방침이다. 단축 수업을 진
행하는 학교는 138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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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2019년07월04일 11:23:1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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