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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이 목 놓아 통곡한다

이용식 주필

‘여든아홉에 꺼냅니다’ 자서전
6·25 호국세대 걱정 커가는데
대통령까지 김원봉 추앙 충격

목숨 걸고 지킨 자유민주주의
文정부 들어 北 독재자에 굽실
정신무장 없인 나라 못 지킨다

1931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평생 고군분투했지만, 업적이랄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6·25전쟁의 기억만은 뚜렷이 각인돼 있다. 스무 살에 입대해 5년 8개월 26일, 총 1915일 복무했다. 백
운산·지리산 인민군 토벌 작전에 참가하고 김화지구에서 중공군에 맞섰다. 전우들은 전사하고 부상한
채 홀로 지옥에서 살아남았다.

최근 출간된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의 줄거리다. 저자 한준식 씨의 기록을 본 손
녀가 ‘우리만 알기엔 너무 아깝다’며 인터넷에 올렸고, 출판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상상도 힘든 참상의
경험이지만, 저자도 밝혔듯이 그만이 겪은 고난은 아니다. 1930년을 전후해 태어난 사람들은 청춘을
전쟁의 최전선에서 보낸 호국 세대다. 모든 세대에겐 나름의 어려움이 있지만, 호국 세대는 제대로 교
육받거나 교양을 쌓고 노후를 준비할 겨를도 없었다. 80대가 된 지금 늙고 병들어 불행한 나날을 보내
는 사람이 많다. 빛바랜 사진과 일기장을 더듬어 옛 얘기를 하다가 ‘꼰대’ 취급도 받는다. 그러나 이들
의 헌신을 잊어서도, 이들의 메시지를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 노인 한 사람이 스러지는 것은 도서관 하
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최빈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경험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호국 세대의 걱정이 다시 많아졌다. 자신들의 피땀 위에 쌓아 올린 자유와 번영의 공든 탑이 마지막 단
계에서 와르르 무너지려 한다. 목숨 걸고 지켜냈던 자유민주주의 대의(大義)가 위협받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인민공화국’ 건국 공로자이자 6·25 남침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김
원봉을 추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집권 세력의 주류 교체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역사와 주역들에
대한 폄훼나 부정을 의미한다면, 지하의 전우들과 살아남은 자신들은 편히 눈 감을 수 없다.

세계 최장·최악의 세습 독재로 북한 주민을 유린하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게 독재자라고 말하지 않
는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라고 당당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반대하는 무력
시위를 폭동·반란으로 선명히 규정하지 않는다. 지금도 핵무기로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는 북한 정권과
인민군을 주적으로 공표하지 않는다. 반면에,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는 친일·독재 잔재가 판친 잘못
된 역사였다고 본다. 북한 독재자들에겐 굽실대면서 건국과 산업화의 기적을 이끈 이승만·박정희에 대
해서는 부관참시까지 하려 든다. 자유민주주의에서 한사코 자유를 제거하려 한다. 정부 공식 명칭인
6·25전쟁 대신, 남침 책임을 희석하고 통일을 위한 내전으로 여기는 ‘한국전쟁’의 정의를 대통령이 고
집한다.

지하의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이 통곡할 일들이다. 게다가 문 정부 출범 이후 경쟁국들에 비해 성장도
혁신도 뒤처지고 ‘주변국화’ 조짐이 뚜렷하다. 미래의 기술·무역·안보를 놓고 강대국들조차 전쟁하듯
긴박하게 움직이는데,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국에 이어 북유럽 3국을 순방하고, 외교장관은 헝가리에
서 다뉴브강 참사 구조를 지휘했다. 최근에도 국회의장은 발트 3국, 국무총리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를
찾았다.

문 대통령이 핀란드를 방문 중이다. 러시아와 맞닿은 지정학적 운명 때문에 ‘핀란드화’라는 경멸적 표
현을 낳은 핀란드의 피어린 현대사는 중국·러시아와 접한 한국에도 타산지석이다. 반(反)공산주의 항거
는 위대했지만, 굴욕적인 협정으로 소련에 굴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서방과의 동맹에 실패했기 때문
이다. 프랑스 혁명기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군대의 침략엔 맞설 수 있어도 사상의 침략엔 그러기 어
렵다’고 했다. 그런 우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현실이 됐다. 프랑스는 마지노선을 구축하고 세계 최강
육군까지 보유했지만, 나치 독일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자멸했다. 총사령관 막심 베강 장군은
‘좌파 인민전선과, 애국심을 길러주지 못한 교육 탓’이라고 한탄했다.

문 정권이 세계사의 교훈과 호국 세대의 마지막 애국을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라도 정권도 후손
도 불행해진다.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 5년도 못 돼 국권을 완전히 잃은 뼈저린 역사도 있다. ‘여든아
홉’ 한 씨가 ‘아프고 나서야 건강을 챙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면서 ‘정신적 무장’을 유언처럼
책 마지막 쪽에 남긴 이유일 것이다.

출처; 문화일보
2019년06월10일 17:10:4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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