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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시장의 추한 퇴장과 총선용 '사퇴 공증서'

입력 2020.04.24 03:26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달 초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어제 사퇴했다. 업무상 호출이라고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라고 했지만 노골적인 성추행이었
다. 오 시장은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됐지만 임기 2년도 못 돼 물러나게 됐
다. 오 시장은 이미 6개월 전 다른 부하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의혹도 불거져 있었다. 본인은 '가
짜 뉴스'라며 부인했지만 이번 일을 보면 믿기 어렵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한 시민단체는 "오 시장
이 회식 자리에서 여성을 양옆에 앉히는 것을 봤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물러나는 과정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피해자에게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상황이니, 총선 이
후 사퇴하겠다'고 제안해 사퇴 확인서를 쓰고 공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사퇴 공증서'라는 것은 온갖 일
이 벌어지는 정치판에서도 처음 보는 일이다. 피해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고도 총선 뒤로 사퇴를 미루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야당 소속 시장이 그랬다면 이들
이 눈을 감고 있었을까. 민주당은 이날 오 시장을 제명하겠다면서 '성추행 사실을 몰랐고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해야 할 상황에 몰렸는데 당 지도부
에 이 중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

2018년 들불처럼 번진 '미투 운동'으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폭로와 처벌이 이어졌다. 정치권뿐 아니
라 법조·문화예술·체육·종교계 등에서 겉으로는 '정의' '민주' '인권' '여성'을 내걸면서 뒤로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위선과 민낯이 드러났다. 하지만 오 시장 사건은 권력형 성폭력이 여전하다는 사실
을 일깨운다. 최근에도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는 미투 폭로로 출마를 포기했고, 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는 여성을 비하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반복해 출연한 것이 드러났다.

오 시장 사퇴로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4월까지 부산은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돼 시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에 앞서 정권 최고 실세들과 호형호제한다는 청와대 출신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뇌물죄
로 사퇴했다. 이제 시장마저 성추행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부산 시민들이 입게 됐
다.



출처 : 조선닷컴
2020년04월24일 12:06:5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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