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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비례대표 전용 정당 출범… 비례대표의 모든 것
선거법 개정 후 정당 지지율 3%만 되면 4석 획득, 지지율 한 자릿수여도 의원 10명 나올 수 있어… ‘비례대표 장사’ 우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군소정당의 賣官賣職 우려 확산
⊙ 국회의원 비례대표제(전국구),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6대 총선에서 도입
⊙ 과거 ‘공천헌금’은 재정 열악한 野圈에서 횡행
⊙ 김대중 전 대통령, 야당 대표였던 1995년 “더 이상 공천헌금 안 받겠다” 했지만…공천헌금, 특별당
비, 기탁금 등 다양한 명칭으로 변신
⊙ 특별당비는 공식적인 비용에 불과, 실제 공천받기 위한 비용은? ‘30억원 안정권’ 說의 진실
⊙ 양정례, 정국교, 현영희… 공천헌금의 역사
⊙ 전직 당 관계자 “(특별당비는) 스펙 되는 사람에게는 최소한, 당 재정에 도움 되는 사람에게는 최대
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 여야는 선거법 개정과 관
련해 지난해 연말 필리버스터 등으로 극한 대립을 펼쳤으나 결국 여당 주도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이 지난 1월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등록하
고 비례자유한국당이 4월 15일 시행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13일 전
체회의 후 ‘비례○○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지만, 한국당은 어떤 당명으로든 비례대표 전
용 한국당을 출범시켜 총선에 나서겠다고 단언했다.

한국당이 한국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비례 전용 정당을 출범시키는 이유는 2019년 12월 28일 국회에
서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 군소정당에 유리하고 거대정당이 불리
한 쪽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 개정안이 발의된 작년 4월부터 12월 본회의 통과까지 8개월에
걸쳐 강하게 대립해왔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합의체인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대안신당) 내에서도 각 당이 격하게 대립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국 47석의 비례대표를
어느 당이 더 가져가느냐가 쟁점이다.

한국당은 자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1이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개정안에서 한국당의 의
석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묘안’을 내놓았고, 여당과 정의당은 이를 ‘꼼수’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여야 간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례대표가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까지 나온다. 과거 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월간조
선》은 비례대표제의 역사와 명암(明暗)을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분석했다.


1963년 6대 총선에서 도입




국내 비례대표제는 1963년 박정희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제6대 총선에서 도입됐다.
비례대표제는 1963년 11월 26일 시행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도입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재
건최고회의 의장, 대통령권한대행을 거쳐 대한민국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이다. 지금 같
은 1인 2표(지역구+정당)가 아니라 1인 1표(지역구)로 투표하되 총 투표 중 정당 득표율을 따져 정당 득
표율에 따라 전국구를 배분하는 것이다. 17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6대 총선에서 최초로 탄생한 전국구
의원은 전체 의석수의 4분의 1인 44명이었다. 전국구는 7·8대 총선에서는 유지됐지만 유신체제에서 치
러진 9대 총선(1973년 2월)에서는 사라졌다가 이후 11대 총선에서 부활했다. 11대에서 13대까지는 지
역구에서 5석 이상을 획득한 정당에만 전국구 의석이 주어졌고, 14대부터는 유효득표통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 전국구 의석이 배분됐다.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 후 ‘정국의 안정’을 위해 혁명에 도움을 준 인사들을
정치권에 배치하기 위해서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6대 총선에서 당선된 전국구 의원은 공화당 22명,
민정당 14명, 민주당 5명, 자유민주당 3명이었다. 이때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된 인물은 유진산 전 신민
당 총재(민정당), 이만섭 전 국회의장(공화당), 오치성 전 내무부 장관(공화당), 이중재 전 의원(민정당)
등이 있다.

이 같은 비례대표제는 16대 총선(2000년)까지 큰 변화 없이 실시돼왔지만 2001년 헌법재판소가 “1인
1투표제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무소속 후보나 비례
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했을 경우 이 표는 전국구에서는 사표(死票)가 되기 때문
이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지지하는 지역구 후보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이를 표시할 수 없다
는 문제점도 있었다. 헌재의 결정 이후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17대 총선부터 1인 2표제가 도입됐
다. 17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명부에서 여성을 절반 이상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불가피했던 공천헌금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 “더 이상 전국구 후보들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례대표제는 ‘정치 신인을 발굴한다’는 명목하에 여당에서는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원내에 입성
시키는 수단으로, 야당에서는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암암리에 진행돼오던
공천헌금을 수면으로 부각시킨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발언이다. 1995년 10월 김대중 새
정치국민회의 총재는 국민회의 창당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전국구 후보에게 특별헌금을 받아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 운영
경비와 선거자금을 국고에서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헌금 존재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총재는 이전 총선에서 선거
자금이 부족할 때 일부 상위 순번 전국구 후보들로부터 많게는 1인당 30억원까지 공천헌금을 받아 당
운영비를 충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지역구 의원을 지낸 한 원로 정치인의 얘기다.

“지금은 비례대표가 지역구 선거로는 원내에 입성하기 힘든 소외계층과 직능대표를 선발한다는 뜻이
있지만, 과거엔 정치인과 상공인 출신들이 전국구로 많이 입성했습니다. 당연히 공천헌금이 있을 수밖
에 없었고, 당이나 후보 모두 선거 때 당이 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
문에 전국구 공천헌금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시각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정치인이 내는 정치헌금이라는 게 자기 돈이라기보다는 후원자가 마련해주는 돈이고, 당 지도
부가 그런 공천헌금을 갖고 개인적으로 치부(致富)한 예도 없어요. 그리고 그런 분들이 있어야 다른 능
력 있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국구 의원은 공천권을 가진 당 총재 또는
계파 보스, 그리고 후원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당이
굴러가기 힘들었겠죠. 그래도 그 시절엔 헌금 액수만으로 함량 미달의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계파 보스들이 양심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등 당내 자정 능력이 있었습니다.”


공천헌금의 창구?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오른쪽)는 비례대표 1번 양정례 의원(왼쪽) 등으로부터 공천헌
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47조에서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할 수 없으며, 위반 시 5년 이
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비례대표제는 ‘정
치헌금의 창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제공된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법적으로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천헌금이 여야를 불문하고 대형 이슈가 됐던 것은 18대 총선(2008년)이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
대는 비례대표 후보들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아 서청원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고 양정례 의원 등이 의
원직을 상실했다. 양 전 의원은 당시 “당에서 먼저 연락이 와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특별당비를 냈다”고
밝혔다. 양 전 의원의 모친이 재력가인 만큼 당이 재정을 위해 양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양
전 의원은 서청원 의원에게 17억원을, 또 다른 비례대표 당선자 김노식 의원은 15억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통합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 6번인 정국교 당선자가 문제가 됐다. 기업인인 그는 공천 시점에서
당에 특별당비 1억원을 냈고, 당에서 ‘당장 선거비용이 부족하다’는 요청을 받고 10억원을 빌려줬다 돌
려받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당선 1년 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나라당에서도 18대 총
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가 공천을 책임져주겠다며 모 인사로
부터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현영희 의원(오른쪽)은 친박 실세 현기환 전 의원(왼쪽)
에게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공천헌금 문제는 불거졌다. 부산시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을
받은 현영희 의원이 당시 친박 실세이자 공천위원인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
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현영희 의원은 당에서 제명된 후 선거법 위반으로 의
원직을 상실했다. 같은 시기 통합민주당에서도 공천헌금 문제가 터졌다. 라디오21 본부장 출신인 양경
숙씨는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빌미로 예비 후보들로부터 40억원대의 뇌물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양씨는 당 지도부 및 공천 관련자 등에 금품을 제공하겠다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비례대표뿐만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광역단체 비례대표 역시 ‘매관매직’의 대상
이 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김소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이 “박범계 의원이 비례대표 후
보들을 대상으로 수천만원대의 특별당비, 즉 공천헌금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소연 대전시의
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박범계 의원의 휴대폰에 저장된 표에 ‘서울시의원 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모 후보는 이를 ‘깎아서’ 1500만원을 냈다고도 했다.


비례대표 공천 방식은

전직 야당 핵심 관계자에게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당 사무처
에서 공천과 관련된 핵심 보직에 있었다.

― 비례대표 명단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공개신청 기간 신청한 사람들을 모아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리스트를 만든다. 위원들이 모여
서류를 보고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 뒤 어느 자리에 넣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당선권이 20여 명이라면
그 안에 여성, 청년, 장애인, 직능대표, 각계 전문가 등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리스트
가 만들어지면 당 지도부가 검토 후 재가한다.”

― 위원들이 민원을 많이 받을 것 아닌가.

“물론이다. 당 지도부부터 지인까지 어마어마한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일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

유념해야 할 것은 지도부 측에서 ‘당 재정에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하는 민원이다. 특별하게 당비를
많이 냈거나 낼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직능대표나 전문가의 경우다. 청년이나 장애인 후보의 경우
특별당비를 크게 고려하지 않지만, 청년 후보는 뒷배경이 든든한 경우가 적지 않아 재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인물은)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한 자릿수 정도로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

― 비례대표 후보들이 내야 하는 특별당비가 곧 공천헌금 아닌가.

“후보들이 요구받는 특별당비는 공천헌금, 공천사례와는 조금 다른 얘기다. 특별당비는 어차피 3000
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로 당의 홍보비용과 공보물 등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본인이 책임지라는
정도일 뿐이다. 사실 그 정도도 내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얼마 정도 내야 ‘안정권’이냐는 것이다. 확실하게 하려면 최소 30억원이
라는 얘기가 있다.

“10억원을 낸다고 뒷번호를 받고 30억원을 낸다고 앞번호를 받는 게 아니다. 후보의 스펙과 능력, 당
에 필요한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이 내야 할 특별당비의 규모는 달라진다. 다른 당에서는 의지가 강한 후
보들에게 대략의 액수를 정해줬다고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고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
는 정도였다.”

― 금액에 거대정당과 군소정당은 차이가 있나.

“거대정당은 1억을 내고 당선되고, 군소정당은 17억을 내고 당선된 사례가 있지 않나. 군소정당은 단
위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 정국교 의원은 1억원을 내고 비례대표 6번을 받았고,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
례 의원은 17억원의 공천헌금을 낸 것으로 검찰 조사 밝혀졌다.


여야 교체 후 공식 공천헌금 줄어

새누리당의 고위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17대(2004년) 총선 공천 때부터 여야 모두 당 차원의 공천헌
금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야당이 된 후 처음 치르는 총선이다 보니 공천을 제대로 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번에 공천개혁을 이루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
겠다고 판단한 거죠. 여당의 체질을 버리고 총선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인물 위주의 공천을 했
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거치면서 당 지도부의 ‘공천장사’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이-친박계가 10년 이상 대치하면서 친이공천, 친박공천이 번갈아가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돈
보다 계파가 우선이었다. 그는 “계파 내에서 암암리에 공천에 대한 대가성 금전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
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당내에서는 공천헌금 이슈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당시 야당에서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도 공천헌금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긴 마찬가지였다. 야당 시절
에는 당 재정을 위해 공천헌금을 받을 필요가 있었지만, 여당이 된 후에는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아지
면서 공천헌금보다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비례대표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때 장복심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앞두고 당 주요 인사들에게 금품을 돌렸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다. 당시 당 관계자는 “약사 출신 장 의원이 재력이 있어 당 관계자들에게 약간의 금품을
제공한 것일 뿐 공천 로비와는 연관관계가 없어 무혐의 처리됐다”고 밝혔다.

물론 당 차원의 공천헌금이 줄었을 뿐 실제 거래되는 공천헌금 규모는 더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전직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공천이 힘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에 들어간 금전 때문”이라며 “19대 때
비례대표 1인당 20억원, 30억원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재산 평균은 65억원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의 자산가가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필요한 정치자금을 마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천헌금 필수는 아냐

총선 전 당에서 필요해 영입한 인재의 경우 공천헌금이나 특별당비 없이 비례대표로 입성한 인물도
적지 않다. 당에서는 총선에서 당의 ‘선전용’ 가치가 높은 인물에게는 별다른 비용을 요구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비용에 해당하는 특별당비만 요구하기도 한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물망초 이사장)는 2008년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
는 《월간조선》 기자와의 대화에서 “다른 비례대표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했다. MBC 기자 출신
인 그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권유로 비례대표 3번을 받아 국회에 들어왔는데, 공천헌금을 할 생
각도 없었고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최장수 대변인이었던 그의 얘기다. “다른 비례
대표 의원님들이 저를 보며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돈을) 얼마나 많이 쓰고 여기(국회)
들어왔는데, 총재 눈에 들었다는 이유로 한 푼도 안 쓰고 들어와서 나대는 모습 보기 싫다’고 했다는 거
예요. 대변인을 오래 하다 보니 제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이 됐으니까요. 저는 비례대표가 그런 자리
인 줄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국회의원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국회에서 나왔습니
다.”

정당 사무처 출신으로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됐던 한 인사는 “기업인이나 전문직은 비례대표 한번 해
보겠다고 10억원 이상을 특별당비로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전체 비례대표 중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당 대표가 삼고초려해 모셔오는 등 총선용 영입 인사가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 큰돈을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또 “당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


21대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 개정안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대표발의한 안이다. 새 선
거법의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례대표들이 활발한 의정 활동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 비례대표의 거취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
제 때문에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의
분당, 바른미래당 탈당파의 새로운보수당 창당 등 보수 통합과 관련해 비례대표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
리고 있다. 정계 개편에서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는 의석수 1석이 아쉬운 정치권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된다. 비례대표는 탈당이나 정당 해산 등으로 당적을 잃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단 스스로 탈당이
아닌 출당조치(제명)의 경우 무소속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비례대표들의 거취 문제가 20대에서 논란이 됐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인 이상돈·박주현·
장정숙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2018년 3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
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그러나 이들은 바른미래당의 당론에 따르지 않겠다며 민주평화당에서
의정 활동을 해왔다. 심지어 장정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민주평화당의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또 바른미래당 내홍이 깊어지던 작년 중반 당의 비당권파(유승민계+안철수계)는 집단 탈당을 계획했
으나 안철수계 비례대표 7인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당시 유승민계 한 의
원은 “비례대표는 스스로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비례대표 무용론(無用論)’도 나온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정치에 입문한 후 비례대표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구에 출마, 다선에 도전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비례대표제가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2018년부터 ‘매관매직의 온상이 되고 있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국회의
원 정족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정치개혁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조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의
원 시절부터 토론회 등을 통해 비례대표 폐지 여론을 일으켜왔다. 조 의원은 “비례대표를 도입한 이유
는 전문성 제고 때문인데 지금 비례대표는 매관매직으로 시작해 결국 지역구 출마의 발판이 되고 있
다”며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아야지 당대표나 소수 권력자들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당에서 결정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이라는 주장이다.


21대 총선, 군소정당 난립 우려
< img src=http://monthly.chosun.com/upload/2002/2002_322_6.jpg align=center>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0개 정당을 가정할 경우 정당투표용지”라며 1.3m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으로 처음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는 사상 최초로 비례 전용 정당이 탄생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우려는 군소정당
의 ‘비례대표 장사’ 가능성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47석 중 캡을 씌운 30석(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앞서 연
동형 비례대표 의석수 중 일정 부분에 ‘캡’을 씌워야 한다고 주장해 통과됐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연
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의석 17석은 원래대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누게 된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등 거대정당(A당)이 지역구 100석을 획득하고 정당 득표율
40%를 차지했다고 가정하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A당은 300석 중 정당 득표율 30%인 90석을
차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100석을 획득했기 때문에 캡(30석)에서는 1석도 더 받을 수 없다. 다만 나
머지 비례대표 17석에서는 30%를 적용해 5석을 받을 수 있다.

비례자유한국당은 이런 계산하에서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당이 지역구 100석, 정당득표율
30%를 차지한다면 105석에 그치게 되지만 한국당이 지역구 100석, 비례자유한국당이 정당득표율 30%
를 차지한다면 비례 의석수는 캡(30석) 중 4석에 정당득표율 17석 중 5석을 차지, 109석이 된다. 비례자
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경우 의석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캡 30석은 비례자유한국당의 한 자릿수 예상 의석수를 빼면 모두 제3지대 정당과 군소정
당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군소정당 B가 지역구에서 1석도 차지하지 못했더라도 정당 지지율 4%를
얻는다면 연동률 50%로 6석(의석수 300 × 지지율 0.04 × 연동률 0.5)을 단숨에 얻을 수 있다. 정당 지
지율 6%를 받는다면 캡으로 9석, 17석 중 1석 등 10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정당 지지율 10% 이하의 정당
들이 대거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역구 의원 한 명 없이 정당 지지율 3%만 얻어도 4명의 국회의원을 낼 수 있다. 지난 연
말부터 ‘국가혁명배당금당’ ‘결혼미래당’ 등 기상천외한 공약을 내건 신생 정당이 난립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은 2.94%를, 기독당은 2.59%를 기록해 아슬아슬하게 3%의 벽을 넘
지 못했지만 “특정 종교나 조직을 동원하면 3%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계속 나온다. “○○억
이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는 정치 브로커들이 많아진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급조된 군소정당에서 정치헌금을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지는 뻔
하다. 개정 선거법은 수많은 편법과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츌처;월간조선닷컴
2020년02월05일 14:24:1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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