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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사설] 상식 배반 대통령 한 명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분노

조선일보

입력 2019.10.04 03:20 | 수정 2019.10.04 09:47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거쳐 서울역 일대까지 도로가 집회 참
석자로 가득 찼다. "조국 장관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나왔다"는 할머니, "나라가 망가져 가는 것을
더 볼 수가 없다"는 중년 남성, "조 장관의 위선과 조로남불에 화가 난다"는 30대 청년, "검찰 개혁을 핑
계 삼아 거짓말쟁이를 감싸는 문 대통령에게 더 실망했다"는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집회 참석자들은 "화
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둔 2017년
초 이후 처음이다. 국민이 대통령 한 명에 대한 분노를 선거 때까지 억누를 수 없어서 거리에서 외쳐야
하는 불행한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입만 열면 촛불 혁명으로 태어났다고 자화자찬해온 정권,
전 정권이 쌓아 놓은 적폐를 쓸어내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공정 평등 정의의 나라를 만든다
던 대통령이 2년 반 만에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무능한 것도 모자라 국민의 상식을 깔아뭉개고
파렴치 인물을 비호하기까지 했다.

조국 장관을 둘러싸고 갈린 민심을 거리 세 대결로 내몬 것은 집권 세력이다. 지난 주말 조국 수호를 위
한 1차 서울 서초동 집회를 앞두고 여당 원내대표는 "10만 인파가 검찰청사로 몰려갈 것"이라고 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여당 의원은 "백만 촛불 민란이 정치 검찰을 제압했다"고 주장했다. 거리로 몰려나온
지지층 머릿수로 조 장관 임명의 정당성과 조 장관 수사의 부당성이 뒷받침된다는 해괴한 논리였다. 그
런 집권 세력에 아부하겠다고 일부 언론은 집회 참석 인원을 "200만명"이라고 부풀렸다. 그날 서초동 지
하철 이동 인원이 10만이었는데 190만명은 공중에서 날아왔다는 건가. 2차 집회는 5일로 예정돼 있다.
여당 의원은 "촛불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었다. 정부 매체들은 400만명이 모였다고 할 것
이다. 이성을 잃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입에서 무슨 말인들 못 나오겠나.

조국이 나라의 정의 실현을 책임져야 하는 장관 자리에 앉아도 될지는 거리로 몰려나온 찬반 인원으로
가려질 일이 아니다. 조 장관 부부가 자기 자녀 진학을 위해 남의 자녀 몫을 가로챈 일, 조 장관 일가가
사기소송, 위장이혼 수법까지 동원해가며 사학재단의 재산을 빼돌리려 공모한 일, 일반 국민은 듣도 보
도 못했던 사모펀드의 수상한 거래를 상식의 눈으로 보면 답은 나와 있다. 어떻게 대통령이란 사람이
이런 파렴치 인물을 감싸고돌 수 있는지 상식으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국민이
개천절 서울 도심으로 몰려나온 것이다. 조 장관과 오랜 친구라는 진보 진영 논객은 왜 "윤리적으로 공
황을 느낀다. 젊은 세대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조 장관이 몸담았던 진보 시민단체 간부는 "조 장
관 사모펀드에서 권력형 비리 냄새가 나고 구역질이 난다"는 말을 왜 하겠는가.

3일 도심 집회는 청와대 행진으로 이어지며 조국 사퇴와 문재인 퇴진을 외쳤다. 아직 임기 반환점도 돌
지 않은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외치는 함성이 수도 한복판에서 메아리쳤다. 조국 사태는 이미 조국으
로 막기 어려운 지경으로 가고 있다. 문재인 사태로 번지고 있는 이 일을 누가 만들었나. 조국 한 사람
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아집과 어리석음이 자초한 일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실정, 인사 실패, 대북 굴
종, 국민 편 가르기, 탈원전 등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을 참고 또 참던 국민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문제를 만들고 이렇게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의 싸움터로 내몰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출처 : 조선닷컴 사설
2019년10월04일 16:19:5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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