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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짐의 국민은 어디 있나?"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입력 2019.09.10 03:18
좌파 지지층 40%만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마지막 계산법… 여기에 국민은 없다
이제는 국민이 文 대통령 배반할 차례


문재인 정권이 출발했을 때부터 가시지 않는 커다란 의문이 하나 있었다. 문 정권이 벌이고 있는 이른
바 '대한민국 개조 작업'이 과연 대통령 한 사람의 머리와 힘으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5년
전 세월호 사건, 박근혜 흔들기, 촛불 시위 그리고 탄핵에 이르기까지 좌파의 집권 의지는 일사불란하
게 보수·우파의 기반을 흔들었다. 집권 이후 소득 주도 성장론, 원전 폐기, 적폐 청산 등에 집중하며 친
노동 반기업의 기반을 쌓고 북한과의 평화 경제, 반일·반미 과정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치밀함을 보였
다. 이것이 과연 모두 문재인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더욱이 문 대통령은 무엇을 연구하고 생
각해내는 기획력의 소유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서는 조직적이고 치밀한 전략가의 면모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문 정권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모든 것은 누구의 작품인가? 그 배후에 누가, 무엇이 존재하는
가? 일부는 배후에 '멘토 그룹'이랄까, '라운드 테이블' 같은 것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해서 그의 참모들
이 어떤 결정을 실천에 옮기는 구도로 형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관점은 청와대의 이른바 386 운
동권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뤄 대통령을 움직이고 조종하는 배후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
이 어떤 원로급 멘토의 라운드 테이블이건, 아니면 386 동지체이건, 문 대통령은 그들에게 교육(?)되고
조종되는 일종의 '얼굴 대통령'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문재인은 그들을 버릴 수도, 이길 수도 없다는
얘기도 된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문재인을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어제 끝내 조국씨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온 세상 사
람들은 '조국'이 도대체 누구길래 그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 달 동안 세상이
들끓었느냐고 탄식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렇게 말이 많은, 관점에 따라서는 범죄적 요인이 많은 인
물을 굳이 장관에 임명해서 문 대통령이 얻는 것은 무엇이며 이 정권의 플러스는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애써 좋게 해석하자면 대통령으로서 지난 3~4년(후보 시절 포함) 그야말로 '개인 교사'처럼 써먹은 사
람을 본인 개인의 결정적 하자(예를 들어 성범죄, 음주 운전, 탈세 등)가 없음에도 여론 때문에 버릴 경
우, 앞으로 그를 도울 조직은 와해될 수도 있다. 조직 논리로 보면 그렇다. 어쩌면 문 대통령에게는 '조
국'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더 커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직 의리 같은 요소보다 더 거북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조국씨는 문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가족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는 위치(청와대 민정수석)에
있었다. 조국씨는 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2년 넘게 살아남은 유일한 1기 참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금 가족이 검찰의 칼날 앞에 선 조국을 낙마시킴으로써 그를 구렁텅이로 몰 자신도 없고 그럴 처지도
아니다. 배신의 논리고 보험의 논리다. 조국씨는 그것을 잘 알기에 애초부터 물러날 기미를 조금도 보
이지 않았고 개인의 불미(不美)가 드러나지 않는 한 대통령도 다른 선택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과 그의 세력은 자위하는 것이 있다. 좌파 지지층 '40%'의 응집력만 있으면 세(勢)
를 꾸려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똘똘 뭉친 좌파 40%'는 '느슨한 우파 60%'를 이겨왔다. 문 정
권은 국민 다수를 통합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40%의 결속을 믿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성난 국론을 거슬러 조국을 임명한 마지막 계산법일 것이다. 국민 분열과 국론 대결로 세상을 내몰고는
'끼리'만의 권력 집단으로 똘똘 뭉친 꼴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 강행에는 뚜렷한 결함이 있다. '국민'이란 존재가 없는 것이
다. 문 대통령은 구차한 사정을 나열하기보다 일반 국민의 도덕성과 상식을 따라야 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씨를 '배반'할 수 없었다면 이제는 국민이 문 대통령을 '배반'할 차례다. 좌파는 필연코 몰락할 것
이고 문 대통령의 정당성과 정통성은 여기서 끝난다.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에 선 루이 16세는 사형에
환호하는 군중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짐의 국민은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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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2019년09월10일 11:18:0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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