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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장관 임명… 국민은 왜 무시당해야 하나

조선일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9.09.07 03:00
[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일러스트= 이철원
대학에 있을 때였다. 잘 아는 B군이 나를 찾아왔다. 졸업하면 어느 중고등학교에 취직하게 될 것 같으
니까 추천서를 써 주었으면 좋겠다는 청이다.

나는 속으로 걱정했다. B군은 교사가 되더라도 성격과 습관은 고칠 수 없으니까, 틀림없이 '트러블 메
이커(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보다는 학과장과 학장의 추천서를 받는 것이 더
좋겠다고 권했다. 당시 학과장은 나보다 B군의 실력을 더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B군은 그 학교
교사가 되었다.

몇 해가 지난 뒤였다. 그 학교 교감을 만났다. B 선생이 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임용 2~3년 후에 떠났다
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장이 '그러니까 김 교수가 직접 추천서를 써주지 않았구나!' 하면서 후회했다는
것이다. 후에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내게 추천을 의뢰했던 교장과 B군에게 잘못을 저질렀던 것이다. 외
국 교수들은 추천할 제자가 있으면 그의 장단점을 소상히 기록해 주고, 선택은 상대방이 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나는 B군의 단점을 말할 신의와 용기가 없었다. 의무를 소홀히 했던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잘못은 한 번도 B군에게 스승으로서 사랑 있는 충고와 교훈을 주지 못했다. 내가 도산이
나 인촌 같은 스승 밑에서 교육받거나 일했다면 그들은 내 장점은 키워주면서 부족한 면은 고치도록 가
르쳐 주었을 것이다. 상해 시절 도산의 기록을 보아도 그랬고, 인촌 밑에서 일할 때도 그러했다.

물론 문제와 책임은 B군에게 있다. 그렇다고 해도 스승이었던 나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태
도는 언제나 '내 생각은 너와 다르다. 그렇다고 나를 따르라고 할 정도의 인격도 못 되니까, 군이 좀 반
성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자세였다. 곧 사회에 진출할 대학 제자는 어엿한 어른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금 386세대는 자유당 시절의 정치 상황을 잘 모른다. 이승만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들
을 장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그들은 대통령 못지않게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경무대 측근들을 잘못 선
정하여 그들이 만든 인의 장막에 가려 4·19의 비극을 초래했다.

좋은 윗사람을 만나면 보좌하는 사람도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복종을 능사로 삼거나 건설적
인 도움을 주지 못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지금까지 임명된 장관들은 청와대의 의지로 가능했기 때문에 국민을 위하는 행정보다는 청와대 지시에
따르면 되었다. 국민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후일에도 국민의 존경을 받기 어려워진다. 그런 상황
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청와대의 실책은 대통령이 해명해 주기도 했다. 국민과 대통령의 거리는 멀
어지고 청와대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야당과 통하는 반대 세력으로 대한다.

하지만 국민은 여당도, 야당도 아니다. 정치인들보다 국가를 위하고 사랑하는 국민이 무시당해도 되는
지 묻고 싶다.



출처 : 조선닷컴
2019년09월07일 12:19:3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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