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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이제 그 지독한 나르시시즘을 벗어라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도 아니고 現 집권세력 내 차세대 리더 자격 잃었고 검찰 개혁 수행할 유일한 인물도 아닌데… 그를 임명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력 2019.09.07 03:17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야 간 거친 공방, 호통,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 의혹에 대한 부정으로 일관한 조국 후보자 청문회
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그 직전에는 영주의 한 대학에서 또 다른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등
장하며 조국 사태는 기득권층의 위선과 편법과는 차원이 다른 공문서 위조, 공무집행 방해 등 범죄 혐
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참담한 사태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조국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들이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했다. 국민의 마음 역시 만신창이다. 오늘은 또
어떤 뉴스를 접하게 될지, 이 나락의 끝은 어디일지 두렵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청와대·여당 및 일부 개념 유명인은 이 사태의 책임을 후보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범하고 정략적 공
격을 일삼은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린다. "조국 후보 자신은 결정적 하자가 없으므로 임명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상한 논리다. 단지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장관을 임명하는가. 일국의 장관, 그것도 이
정부 권력의 핵인 법무부 장관 임명에는 그에 걸맞은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야당과 언론의 검증
이 지나친 면이 있다고 해도 이는 그들의 본분이다. 이런 비판에 대응하며 조국 후보자가 합당한 이유
를 입증할 책임(burden of proof)은 분명 후보자 자신 및 집권 여당 측에 있다.

첫째, 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지도자이기 때문인가? 모든 국민, 정치 진영을 두루 아울러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공정·평등의 시대정신을 지켜갈 적임자이기 때문인가? 현 시점에서 코미디 같
은 질문이다.

둘째, 현 집권 세력 차원에서 조국 후보자가 차세대 리더이기 때문인가? 진보 진영에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그만 한 정치적 재목이 없기 때문인가? 이 역시 길게 답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국 후보자
의 정치적 생명은 현 집권 여당 내에서도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그가 우리 사회의 숙원 과제인 검찰 제도 개혁을 수행할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인가? 한국의 법률
가며 법학교수 중 능력과 개혁 의지, 도덕성 면에서 그만 한 이가 없어서인가? 간세지재(間世之材)들로
가득한 법조계를 우습게 보는 소리다.

정리하면 국가, 정치, 제도개혁, 어떤 차원에서건 조국 후보자를 고집하는 '합당한 이유'는 찾기 어렵
다. 반면에 그의 하자는 넘쳐난다. 당장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아내는 구속되고 자녀의 대학·의전원 입
학이 취소될 수 있는 현 상황이 결정적 하자가 아니면 무엇인가.

결국 결론은 한 가지다. 현 집권 세력은 야당을 상대로 생떼를 쓰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을 상대로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모습을 보고 "집권 세력 안에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국 후보자를 지켜 내려 청와대·여당이 보여준 모습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명백한 사실 앞에 눈과 귀
를 닫고 앵무새처럼 "불법 없다, 하자 없다" 소리만 읊조린다. 양심적 내부고발(whistle blowing)을 겁박
하고, 자신들의 입으로 "우리 총장님" 했던 검찰 수장을 공격한다. 외골수 행보, 쇠귀에 경 읽기, 손바닥
으로 하늘 가리기도 유분수다. 진보·보수를 떠나 평균적 상식인의 눈높이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비이
성적 전체주의의 면모다. 이러한 집단사고(groupthink)가 국민을 얼마나 질리게 하는지 이들만 보지 못
한다.

조국 후보는 이 국가를 위한 마지막 헌신을 위해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지 정치에 대한 자신감,
오만함과 특권 의식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기자 간담회 말고 아직 할 일이 남았는가? 수많은
이가 앞서 호소했듯 필자 역시 호소한다. 이제 그 지독한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벗고 그만 물러나기
바란다. 그것이 이 국가를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헌신이다. 그것이 그의 위선에 분노하며 '조국
사퇴'를 외치는 자신의 제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다.

청와대·여당에 간절히 호소한다. 조국 후보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미망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온 국민을
연일 고통·분노·분열로 밀어 넣고 있는 이 사태는 이제 끝나야 한다. 불에 기름을 붓는 일이 될 임명 강
행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조국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찬반으로 갈라진 국민을 향해 도덕성 및 능
력 면에서 더 나은 후보자를 찾겠노라고, 이제 모두가 다시 하나가 되어달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이
사회, 이 나라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감 있는 자세다.

출처;조선닷컴
2019년09월07일 08:21:0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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