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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 무산, 日회담도 불투명… G20 코앞인데 4강외교 마비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입력 2019.06.08 03:42
한·일관계 '전후 최악' 평가에 靑 "악화됐다는 주장 동의안해"
中은 최근 우리 정부에 "美의 反화웨이 캠페인 반대하라" 요구

'오사카 G20(주요 20국) 정상회의'를 3주 앞두고 우리 정부는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정상회담 개최 여부
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위태로운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우리 정부가 오랫동안 공을 들였지만 최근 결국 무산됐다. 한·미 정상회담도 화웨이·남중국해·
사드·방위비 등 민감한 현안으로 인해 '지뢰밭을 걷는' 분위기 속에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
만 청와대와 외교부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같은 실체 없는 수사(修辭)만 되
풀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차관은 7일 "우리가 수십 년간 쌓아온 외교탑 4개(미·중·일·
러)가 최근 하나둘 무너져가는 것 같다"면서 "더 큰 문제는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싸움만… 한·미·일 공조 '흔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전후 최악'으로 평가받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그런 주
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한·일 관계 개선 방안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근거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고 보느냐"며 "우리가 일본의 요
구를 다 수용하지 않아 한·일 관계가 악화했다거나 우리가 관계를 방치하고 있다는 논리, 우리가 원칙
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 경색에 직격탄이 된 강제징용 판결 등
역사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는 "한·일 양국은 수교 이래 모든 정권에서 과거
사 문제로 관계가 순탄치 않았다"고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G20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외교 소식통은 "통상 G20
정상회의 한 달 전이면 주요국과의 양자회담 일정은 확정 상태여야 한다"며 "특히 이번 정상회담 주최
국인 일본과의 양자회담이 미정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한·일 양측은 지난 5일에도 도쿄에서 외교
부 국장급 협의를 했지만 강제징용 판결, 수산물 문제를 놓고 신경전만 벌였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티격태격하다 정작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한·일 관계 경색은 한·미·일 3각 공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북한의 해상 불법 환
적 감시를 위해 동중국해에서 벌어진 7국 합동 단속에 한국만 빠졌다"는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했다.
미국도 최근 한·일 관계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한·일 간 신뢰
관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한·미·일 3각 공조가 작동하지 않는 사태
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미·중은 연일 "우리 편 서라"

중국과의 관계도 살얼음판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반대
하라"는 요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5일 한국 기업들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라'고 압박한 뒤로 중국의 맞대응 수위도 한층 강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들여
온 G20 계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결국 무산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시진핑 주석은 G20 때
방한 안 한다"고 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들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은 그간 화웨이·사드 문제에 대한 우려를 물밑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해 왔지만, 최근 들어 공개 압박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5일에 이어 이날도 '화
웨이 장비 퇴출'을 공개 요구했다. 한·일 갈등에 대해서도 "(안보 사안과 관련,) 한·일 모두의 적극적 관
여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고위 외교관이 공개 석상에서 한·일 관계 경색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
령이 서울에 와서 무슨 얘기를 할지 예고편을 본 느낌"이라고 했다.

이 같은 '4강 외교 마비' 사태는 외교 정책 전반에서 대북 정책을 최우선시하는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입장
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북 지원에 초점을 맞추며 미·일 등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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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2019년06월08일 09:39:1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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