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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고맙다고 했던 말, 취소하고 싶다"

조선일보 김승현 기자 최아리 기자

입력 2019.06.03 01:33
[경제실험 2년, 다시 찾은 현장] [上] 최저임금

文정부 장차관들이 방문·홍보했던 자영업자들
"그땐 임금인상분 지원 얘기에 너무나 감사했는데
실제는 4대보험 내면 끝… 2년간 모든 게 망가져"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의 경제'를 내세웠다. 최저임금을 2년간 29% 인상하고,
매년 3조원 가까운 세금을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지원했다. 주 52시간을 도입해 근로시간을 줄였고, 공
공부문 비정규직 20만명도 정규직화하고 있다. 개인의 생활과 기업의 방향을 통째로 바꾸는 내용이다.
정부 인사들이 방문하고 홍보했던 자영 업체, 기업을 다시 찾아가 지난 2년에 대해 들어봤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경기 수원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주용연(47)씨는 2018년 1월 가게를 찾아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
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해 1월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올랐다. 자영업자들은 비상이 걸
렸고 정부는 임금 지원 정책인 '일자리 안정자금'에 2조9700억원을 투입했다. 청와대는 "좋은 정책인데
국민이 잘 모른다"며 장차관들을 현장에 보냈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난달 수원 '밍스헤어'에서 만난 주씨는 "그때 그 말을 취소하고 싶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올라 다들 걱정이라는데 정부가 인상분을 지원해 준다니 너무나 감사해서 꾸벅 인사를 했
어요. 임금이 올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정부 이야기를 믿은 거죠. 그런데 지난 2년은 모든 게 망가
져 간 시간이었어요."

주씨는 2007년 미용실을 창업했다. 헤어 디자이너 2명과 보조 직원 4명을 고용해 왔다. 10년 넘게 장사
를 했지만 최근 2년의 변화가 심했다.

미용실 보조 직원 월급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2017년 월 142만원에서 작년 157만원, 올해는 175만
원으로 올랐다. 주씨는 보조 직원 3명에 대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고용주 부담을
덜어주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월급 210만원 미만 근로자에게 정부에서 월
13만원씩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보조 직원 한 명당 월 인건비가 15만원이 올랐기 때문에 박 장
관이 와서 설명했을 때 '괜찮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막상 해보니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4대 보험 가입이 지원 조건인데, 작년 기준으로 고용주인 주
씨와 직원이 각각 매월 14만원씩 부담한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액을 받아 보험료로 내는 셈이다. 주
씨는 "직원들이 사회보험료를 덜 내게 근무시간을 짧게 잡아서 신고해주면 안 되느냐고 부탁한다"고 했
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경제 체질을 바꾸고 내수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씨는 "작년부
터 불황"이라고 했다. "작년 추석부터는 단골들도 지갑을 잘 안 열어요."

직원 월급은 오르고, 매출은 줄어드는데 염색약, 샴푸 가격은 매년 5~8%씩 오른다. 하는 수 없이 6월
부터 커트는 10%, 파마는 5%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가격 인상은 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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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안 되면, 직원들 근무시간을 1시간 줄이며 버텨보려 하는데…. 월급날 가까워지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공작(工作) 기계 수리와 부품 판매를 하는 '통일종합A/S센터' 이문섭(54) 대표는 지난해 7월 정부 정책
브리핑 홈페이지에 소개됐다. 제목은 '최저임금 상생(相生) 현장'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일자리 안정자금 덕분에 최저임금 인상분의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당시 인터뷰는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통해 의뢰받
아 의례적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4대 보험료에 잔업 수당 등을 포함하면 지난해보다 1인당 30만원
정도가 올랐는데 고작 13만원 나오는 정부 지원금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안 받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받는 중입니다." 현재 직원 4명 중 3명에 대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고 있
다.

이 대표는 "1992년 창업해 28년 동안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금속 가공 업체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이 대표 업체도 일
감이 30%가량 줄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쳤다. "저는 기업 하는 내내 세상에 안 되는 일 없
고, 노력을 덜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되니까 정말 막막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업인이 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2017년 11월부터 기계 부품으로 쓰이는 '세라믹 링(ring)'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태껏 해본 적 없는 도전이었다. "세라믹 가공은 내수가 아닌 수출 위주입니
다. 이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처음 3개월은 자정에 퇴근하고 하루 서너 시간만
잤다.

새로운 기계를 들여오느라 2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지만 계속 불량품이 나왔다. 7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이 대표는 "아내도 이제 그만 하자며 뜯어말렸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고 했다. 올해 2월이
돼서야 불량 없는 완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거래처를 확보하며 매출이 조금씩 나는 중"이라고 했다.

걱정되는 것은 '시장 변화'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같은 '정책 변화'다. 이 대표는 "매출은 줄어드
는데 인건비만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폐업 아니면 목숨 건 도전, 둘
중 하나뿐"이라며 "최저임금을 오히려 지난해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관과 사진 찍을 때도 최저임금 호소"

난해 12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중구 을지로의 '청운기획'을
방문했다. 기업 팸플릿을 인쇄하는 소규모 업체다. 유황현(72) 청운기획 대표는 이 장관과 웃으며 사진
을 찍었다.


이재갑 고용장관이 찾은 인쇄업체 대표 - 지난해 12월 이재갑(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자리 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청운기획 유황현 대표를 만나고 있다.
이재갑 고용장관이 찾은 인쇄업체 대표 - 지난해 12월 이재갑(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자리 자금
홍보를 위해 서울 청운기획 유황현 대표를 만나고 있다. /유황현씨 제공
유 대표는 "사진을 찍자고 하니 웃었지만, 그때도 장관님께 '인쇄 업계가 너무 어려우니 최저임금을 낮
춰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대형 제약사와의 거래가 끊기고 인건비도 오르면서 올해 매
출이 12억원에서 6억원 정도로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영세 소상공인들이 부담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파르다"고 했다. "임대료
나 관리비 등 지출이 뻔한 상황에서 경영이 어려워지고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결국 선택지는 인건비 절
감입니다."

유 대표는 지난해 가을 5년여 동안 회사의 출납 업무를 담당하던 40대 여직원 한 명을 내보냈다. 대신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20대 여직원을 새로 고용했다. 직원에게 나가던 급여는 월 230만원에서 160만원
으로 70여만원이 줄었다. 유 대표는 "보름 동안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회사 사정을 설명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퇴사한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유 대표 같은 인쇄업체들이 소속된 서울시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은 매년 조합원 수첩을 만든다. 작년
에는 업체가 1200개였는데 올해 새로 만든 수첩에는 1160개였다. 유 대표는 "사실상 폐업 상태인 60곳
을 합치면 1년 새 100곳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고령에 청력도 좋지 않지만 직접 제약사와 공공기관을 다니며 영업을 하고 있다. 그는 현 정
부에 대해 "민초들이 하는 쓴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서민들의 아우성을 진지하게 받아들
여야지 본인 생각만 옳다고 주장한다면 결국에는 독(毒)으로 돌아올 겁니다."


출처 :조선닷컴
2019년06월03일 07:36:0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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