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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약하므로 강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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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고 새 울던 好시절은 지나갔건만...
조갑제
우리 정부에선 김정일이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체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李明博 정부 등장은 김정일에겐 좋던 시절이 끝나고 악몽의 세월이 시작되는 것을 뜻하였다.
핵실험을 해도, 미사일을 쏘아도, 서해에서 총질을 해도 충직하게 갖다 바치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그때가 김정일에겐 참 좋았다. 비료도, 쌀도, 돈도 갖다 주고, 국민을 속여서 비자금을 마련하여서도 갖다 바쳤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김정일 세력이 남한에서 멋대로 활동하도록 편의도 잘 봐주었다. 김정일 추종세력에게 국가 예산도 퍼주었다. 그들이 무장폭동을 일으켜도 군경이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게 손발을 묶어놓았다. 엄정한 진압을 한 경찰청장은 임기를 무시하고 몰아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북한노동당 입장에선 기특하기 짝이 없는 민노당, MBC, 전교조는 감싸고 돌았다.
국가의 교육, 홍보, 선전 기능을 장악한 좌파정권과 좌익대중단체들은 국민들의 기억장치와 식별장치를 마비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북한정권에 불리한 6.25 남침, 납북, 학살, 억류, 인권탄압, 공개처형, 강제수용소, 아웅산 사건, 문세광 사건,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조국에 불리한 사건들은 침소봉대하여 가르쳤다. 국민들이 꼭 기억해야 할 사건들을 가르치지 않으니 젊은이들은 김정일이 나쁜 인간이란 인식이 사라졌고, 따라서 그를 敵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거꾸로 미국과 대한민국을 적대시하게 되었다. 기억장치가 망가지니 피아식별 기능이 마비되고 일종의 집단치매에 걸려버린 것이다.
이런 반역의 계절이 김정일에겐 꽃피고 새우는 봄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 박근혜 등 김정일을 만나러 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김정일을 만나고 돌아가면 마치 대변인이 된 것처럼 김정일에 대하여 좋은 말들만 골라서 하였다. 이런 때가 김정일에게는 호시절이었다.
李明博 정부는 북한정권에 최소한 이유 없이 퍼주기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자세로 출발하였다. 김정일은 세상이 달라진 줄을 몰랐다. 그는, 퍼주기 하고 뜯어 먹히는 게 보기 싫어 좌파정권을 끝장 낸 한국 유권자들의 뜻을 무시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6.15, 10.4 선언을 계승하라고 협박하였다. 김대중, 노무현 세력도 김정일의 對南압박에 동조하였다. 그러나 민심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李明博 대통령도 이 경우 좋은 의미의 장사꾼 기질을 발휘하여 끌려가지 않았다. 친북좌익들이 주동한 촛불난동도 역효과를 불렀다. 이념전쟁을 포기하려던 이명박 대통령도 비로소 친북좌익들의 반역적 정체를 실감하였다. “저 자들과는 함께 갈 수가 없다”고 결심한 순간 금강산에서 한국 관광객 사살 사건이 일어났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같았다면 형식적인 유감 표명을 한 뒤 이 사건을 묻어버렸을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김정일이 계획적으로 타격한 서해 사태도 우발적이라면서 그냥 넘어갔었다.
李明博 대통령은 사건 당일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켜버렸다. 金正日의 협박전술은 먹히지 않았다. 매년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던 40만 톤의 비료, 50만 톤의 쌀, 그리고 막대한 현금도 끊겼다.
김정일은 미국에서 새로 등장한 민주당의 오바마 행정부에 기대를 걸었으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김정일이 싫어하는 말만 골라서 하였다. 노무현 정권 때 김정일이 즐겼던 韓美갈등은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상당히 해소되고 전통적인 협력체제로 돌아섰다.
韓日 관계도 좋아졌다. 오랜만에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가 對北정책에 공조하기 시작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3각 공조에 고리 역할을 한 셈이다. 李明博 정부는, 강경한 일본의 對北제재에 찬동하는 입장이다. 김정일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즐겼던 韓美, 韓日균열은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김정일에게 즐거운 시절은 지나가버린 것이다.
이러한 때 김정일은 지난 해 여름 뇌졸중을 당하였다. 지금은 회복중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많이 잃었을 것이다. 주변 인물들도 김정일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객관적 정세는 북한정권이 개혁 개방하지 않으면 장기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개혁 개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김정일이 개혁 개방을 거부하고, 북한경제가 자생적 회복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주민들은 배급체제가 아니라 시장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북한노동당 정권은 주민들을 짐승처럼 우리에 가두어놓고 사육하는 방법으로 통제하여 왔으나 배급체제가 붕괴되고 시장이 노동당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함으로써 자연히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도 약화되었다. 독재정권의 최후는 비밀경찰 등 탄압기구의 통제력이 붕괴되는 날이다.
북한정권의 중견 간부층은 “우리도 중국식으로 개혁 개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보인다. 이들은 김정일의 진퇴양난을 모른다. 김정일은 잘 안다. 개혁 개방하면 김일성 김정일의 우상숭배가 무너지고, 그것이 바로 체제붕괴로 진행되고 만다는 것을. 북한체제는 거짓말 위에 지은 공화국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김정일이 선택한 것은 벼랑 끝 전술이다. 김정일이, 해체되어가는 북한체제를 수습하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려면 이 길밖에 없다. 미사일 발사나 西海 도발식으로 긴장을 조성하여야만 무엇보다 내부 동요를 억누를 수 있다. 북한정권은 긴장된 분위기를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이용하려 한다. 군부 지도부를 개편, 강경파를 전면에 세웠다.
한편, 韓美日의 對北 공조에 직면한 김정일은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 북한정권은 여러 번 核포기 약속을 했지만 그들은 핵보유 상태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핵보유국의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 한다.
김정일의 벼랑 끝 전술이 성공하려면 미사일 발사 후 한미일 공조체제가 깨어지고, 美北 직접 대화가 시작되고, 한국정부가 對北퍼주기를 再開하여야 한다. 현재로선 유엔의 제재가 들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은 PSI, 즉 전략무기 확산 금지 기구에 가입하여 북한에 대한 국제공조에 참여할 것이다.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면 북한정권의 약점만 노출될 것이다.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게임을 하다가 韓美日과 의외의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美北 대화가 시작되어도 그것이 북한정권에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벌써 망해야 할 북한정권의 생존은 북한정권을 평화적으로 해체시킬 수단을 가지고 있었던 한국과 미국 정부의 무능과 비겁함 때문이었다.
김정일은 임기가 없는 독재자이다. 자신의 안전이 위협당하지 않으면, 北核문제를 서둘러 해결할 필요가 없다. 그는 아직도 후계자를 내세우지 않고 있다.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만 무사하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죽은 뒤의 북한과 미래에 대하여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은 이기주의의 化身이다.
김정일이 정권을 유지한 비결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군사적, 정치적 이득을 경제적, 외교적 이득보다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체제는 살아남았으나 경제는 죽을 지경이다. 경제가 망가지는 데도 언제까지 군사와 정치가 버틸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 김정일이다.
출처 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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