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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시대'에 '미스터 쓴소리'가 7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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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치는 못하지만 원칙이 있는 조순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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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환 편집인
조선일보가 최보식 선임기자를 통해 19일 조순형 의원을 조명했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을 통해 “요란한 정치판의 국회최다選(7선)…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의원”을 조명한 조선일보의 기사는 어리러운 한국 정치판에 나름대로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하나 소개했다. 모두 자신을 포장해서 떠들기 좋아하는 연예인 시대에 어떻게 연예인 기질이 가장 없는 조순형 의원이 살아남은 것도 한국 정치판의 한 미스터리다. 최보식 기자에게 털어놓은 조순형 의원의 진단과 처방은 병든 한국정치에 하나의 정신적 지침이 될 정도로 너무 정답이다. 조순형 의원의 우직한 목소리를 한번쯤 듣는 것도 나꼼수와 같은 폴리테이너들의 선동이 난무하는 시대에 청량제와 같다. 정치광대들이 망국의 굿판을 벌이는 듯한 정치판에서 괄란의 춤을 추지 못하는 조순형 의원이 7선을 하게 된 요인이 뭘까? 부럽고도 신비스럽다.
조순형 의원은 최근에 민주당과 좌익야당들이 통합쇼를 연출하는 것에 대해 ‘때가 되면 당을 깨니… 낙선 두려워 이합집산 초선의원들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노무현은 준비 안 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력이 빈곤한 대통령, 안철수는 언행과 처신에 문제가 있는 정치지망생’으로 판단했다. 조순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여야 의원들을 다 초청한 뒤에 정권을 시작하는 게 옳았다고 회고하면서 자신도 물러날 때가 되어 불안하며,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결단을 내리는 ‘용기’라고 주장하였다. 최보식 기자는 “정치판에는 때가 되니 '개혁'과 '쇄신'으로 요란한데,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지내고 있었다. 규칙적인 일과였다”라며 조순형 의원의 독서 습성을 전했다. 조순형 의원이 7선이 될 정도로 한국의 정치판에는 인기영합에 반하는 풍토도 살아 있다.
“(쇄신과 개혁) 구호 속에 숨어있는 본질은 뭐라고 보나?”라는 최보식 기자의 질문에 조순형 의원은 “정치인의 생존 본능이다.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느냐를 계산한다. 선거란 개인의 노력 이상이고, 정당 지지도가 필요하다”며 쇄신이나 통합을 앞세운 정치권의 소란을 국회의원들의 재선을 위한 몸부림으로 규정했다. 조순형 의원은 “정치인이 낙선하는 걸 두려워해서 되겠나”라는 조순형 의원에게 “조 의원은 안 두려웠는가?”라고 질문하자 “낙선도 해봤다. 하지만 낙선을 병가상사(兵家常事)로 여겨야지”라며 “정말 실망스러운 것은 초선의원들이 낙선이 두려워 부화뇌동 이합집산한다. 쇄신·개혁을 꺼내 도피한다. 살기 위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다는 말도 들었다”며 젊은 의원들의 야비한 권력추구를 비판했다. 쇄신이나 개혁을 입에 단 젊은 정치꾼들이 늙은 정치인들보다 더 타락했다.
한나라당이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 조순형 의원은 “내부적으로 개혁하고 인적 쇄신을 할지언정, 다음 선거까지는 적어도 당을 깨거나 당명을 바꿔선 안 된다. 새로운 정당이 되면 이 나라에는 집권당이 없게 된다. 국정운영에서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연대책임이 있다. 그 결과를 피해서는 안 된다”고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그리고 “민주당도 해체하고 야권통합으로 가고 있다”는 질문에 조순형 의원은 “민주당은 최근 지방선거와 재보선에도 승리했다. 특별한 사정이 있었으면 몰라도 당을 깰 만한 사정이 없는 것 같다. 때가 되면 당을 깨는 것이 과연 정당정치고 책임정치인가”라며 민주당의 정략적 폐당을 비판했다. 한국정이판에서 가장 큰 악은 바로 정당이 인기가 없으면 정치꾼들이 문을 닫고 다른 간판을 내걸고 다시 그 정치꾼들이 국민을 속이는 짓을 반복하는 군중기만현상이다.
소위 ‘안철수 현상’에 대해 조순형 의원은 “처음에는 일시적인 것으로 봤는데, 상당히 지속되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켰으니까. 양대 정당은 맥을 못 췄고”라며 “그는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이미지고, 인간적인 매력도 있다. 여기에 정치권에 대한 불신·실망감이 가세했다. 하지만 아직 대선까지 1년이 남았다. 정치권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많이 달렸다”고 진단했다. 조순형 의원은 “안 교수가 등장할 때, 민주당이야 우군(友軍)으로 생각했지만, 집권당은 왜 정면대응을 안 했냐. 안 교수의 언행과 처신에는 잘못된 게 있다.“며 ”그는 지난 6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취임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모든 학문의 벽을 넘나들면서 신지식을 창조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 새롭고 위중한 분야라면 전심전력해야 한다. 그런데 취임 석 달도 안 돼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 이는 공인으로서, 국립대 교수로서 문제가 아닌가“라고 혹평했다.
이어 조순형 의원은 “그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다. 현 정권의 국정철학이나 가치관에 동조해왔다는 뜻이다. 이런 그가 '집권세력은 역사를 거스르는 세력'이라고 극단적인 비판을 했다. 이런 모순을 왜 지적하지 않나. 또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에서 상식이 이겼다'고 논평했다. 그러면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46%는 비상식적인가”라며 안철수와 그를 방관한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조순형 의원은, 강용석 의원과 더불어, 안철수의 이중성과 비정상성을 가장 잘 꼬집은 정치인이다. 안철수 교수의 권력의지에 대해 조순형 의원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변에서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서도 영입하려고 하지 않나”라고 진단했다. 우회적이지만, 안철수의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사한 조순형 의원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노무현 후보 당선의 공신(功臣)이라고 시인한 조순형 의원은 “이듬해 '개혁'을 앞세운 친노파가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갔다”며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과 갈라서게 된 계기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흐름은 열린우리당 쪽이었는데, 그때 조 의원은 (민주당에) 왜 남았나?”라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구태정치'라 해도, 분당하거나 해체시켜서는 안 된다. 국정운영에 대해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그런 열린우리당도 노무현 집권이 끝나기 전에 해체됐다”며정치적 꼼수에 의해 분당과 합당을 반복하는 소위 민주당(김대중+노무현 추종세력)의 행태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아미 이런 무원칙하고 정략적인 분당과 합당에 대한 조순형 의원의 비판은 지금도 민주통합당을 향한 시의적절한 비판일 것이다.
“당시 잔류 민주당 대표로서 노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런 결행에 아쉬움이 없나?”라는 최보식 기자의 질문에 “원칙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노 대통령이 한 발 좀 물러섰으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기회가 몇 번 있었다”며 “그가 민주당을 분당시킨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됐다. 그 뒤에도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도와주는 것'이라고 공개 발언을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중앙선관위에서 두 차례 공문을 보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선거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탄핵사유가 된다. 하지만 그때껏 헌정사에서 대통령 탄핵은 없었다. 의원 과반수 발의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탄핵 발의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노무현은 탄핵되고, 조순형 대표도 그 역풍으로 낙선되었다.
“(탄핵역풍을 맞고) 그때는 정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조순형 의원은 “(노무현에 대해) 지역구도 타파에 나서 불이익을 받는 등 신념과 용기가 있는 대중정치인이다. 다만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된 게 아닌가. 대통령이 돼서는 주위에 잘 보좌하고 이끌어줄 인맥이 없었다. 너무 섬광처럼 됐지 않는가”러고 대답했다. 그리고 조순형 의원은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통합하려는 것을 내가 반대했다. 민주당을 파괴했던 정당 아닌가. 민주당은 보수정당인데, 그 정체성이 변질되는 걸 보고 탈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유선진당으로 간 이유에 대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봐야 어렵고, 정치를 접으려고 했다. 그때 이회창 총재 측에서 제안이 왔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보수주의 노선에 공감했다”고 변명했다. 완전한 행보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원칙에 따른 변신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가 쉽게 물러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의사당 안에서 최루탄을 투척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법관이 정치적 발언을 마음대로 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한다. 법치가 실종돼가고 있다. 한나라당도 복지포퓰리즘을 쫓아가고 있다. 뭔지 모르나 떠나기가 불안하다. 내가 농담으로 '정치 인생 30년쯤 지나니까 국회의원은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새로 시작한다면 정말 잘할 것 같다'는 말을 한다”며 난장판이 된 정치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술도 안 마시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오후 6시면 퇴근하고, 성격적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지 않는다. 어쩌면 정치인으로서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조순형 의원은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지냈다. 정당 안에서도 비주류였다. 내 성격 탓도 크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7선(選)을 했다”는 질문에 “술 마시고, 자기 자랑 잘하고, 청탁 잘하고, 무리 잘 짓고, 권모술수에 능한 것, 정치인에게는 이런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나는 교과서대로 해왔다. 이제 새로운 유형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76세의 조순형 의원은 젊은 정치인들의 새 모델이라고 자신을 변호했다. 연예인 시대에 도서관에 은둔하는 조순형 의원은 인기를 위해 최루탄도 쏘고 물대포도 맞는 젊은 정차꾼들에겐 귀감이다. 정치인의 필수덕목으로 “불이익과 손해가 있더라도 발언하고 행동하는 용기”를 지목한 조순형 의원은 김선동의 최루탄 테러에 대해 “그건 잘못된 용기다.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신념이 옳다는 것을 위해 발언하고 행동한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런 용기의 10분의 1만 있어도 오늘날 국회가 정치가 이렇게 안 됐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부지런한 대통령이 없다고 들었다. 경제위기를 두 번 잘 극복했다. 다만 정치력 빈곤, 부재다. 정치를 잘 모르고 멀리 했다. 오늘날 지지율이 하락된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라고 조순형 의원은 반문했다. 그는 “18대 총선이 끝난 뒤 한나라당 당선자만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했다. 이건 참 잘못하는구나. 여·야 안 가리고 당선자 전원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야지. 내가 양대 정당 소속이 아니더라도 국회 최다선인데 청와대 콜을, 청와대 정무수석의 방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라며 “이번 한·미 FTA 처리를 앞두고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왔다. 정중하게 잘 썼더라. 하지만 이를 의원사무실마다 그냥 던져놓고 갔다.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을 특사로 보내 의원들 개개인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 하지 않는가. 이게 정치력의 한계다”라고 평가했다.
조순형 의원이 민주당 대표를 할 때에 그를 대구경북 민주당 위원장들이 초청해서 이치호 전 의원과 필자가 환영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조순형 의원은 너무 무뚝뚝해서 재미가 아주 없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최보식 의원과의 대담 마지막에 밝힌 것처럼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어서 그렇지, 농담하고 웃기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조순형 의원은 꼬장꼬장해서 재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주는 재미나 던지는 농담은 또 다른 맛이 있다. 모두 자신의 ‘든 것’이나 ‘된 것’보다 더 ‘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날뛰는 ‘광대의 시대’에 광대짓을 하지 못하는 조순형 의원이 7선 의원을 하게 된 것은 하나의 연구 대상이다. 모두 미쳐 날뛰는 한국의 정치판에서 냉정한 정치인이 그리워서 조순형 의원은 7선을 했을까? 풀기 어려운 질문이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
기사입력: 2011/12/19 [10:29] 최종편집: ⓒ 올인코리아
출처 올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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