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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年代의 과묵한 실천가, '具滋春 문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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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경찰, 수산, 지사, 시장, 장관 등 다양한 경력 중 서울시경국장, 경북도지사, 서울특별시장, 내무장관은 권력의 핵심이었다. 이 네 자리를 다 거친 이는 具씨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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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甲濟
1932년 경북 달성군(현재는 대구시) 출생
1950년 대구사범 졸업
1950년 12월 포병 소위 임관(만18세)
1953년 미국 포병학교 연수
1961년 5월16일: 제6군단 포병단 대대장으로서 제일 먼저 서울에 진입한 혁명군. 29세에 충남도경국장 부임.
1962년 전남도경국장
1963년 치안국 정보과장
1964년 서울시경국장
1966년 경찰전문학교 교장
1968년 제주도 지사(만36세)
1969년 수산청장
1971년 경북도지자(만39세)
1974년 서울특별시장
-천호제방 축조, 행주대교-잠수교-원효대교-동작대교 건설, 난지도쓰레기장, 지하철 2호선, 남산3호터널, 청계천 하수처리장, 강남종합터미널, 세종문화회관 개관 등
1978년 내무부 장관
1979년 퇴임
1985년 민족중흥동지회 간사장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신민주공화당)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민자당)
1995년 자민련 부총재
1996년 2월10일 별세(만64세)
具滋春 내무장관이 年頭순시 중인 박정희 대통령에게 현황보고를 하고있다. (1979.2.14)
이상은 具滋春 씨의 약력이다. 아들 具聖宰씨(전 조선일보 기자)가 펴낸 《翠山 具滋春 文集》(기파랑)은 '개발年代의 영웅' 중 한 분인 具 장관의 꽉찬 인생을 담았다. 5·16 주체세력 중 具씨는 가장 젊은 장교였다. 육사 8기생들보다는 5~6세가 어렸다. 그는 1961년 5월16일, 군인들이 791년만에 처음으로 권력을 잡는 그날 새벽에 6군단 포병대대장으로서 가장 먼저 서울로 들어와 육군본부를 장악한 사람이다. 上記 경력에 보여주듯이 具씨는 朴正熙 대통령 18년간 줄곧 고위公職을 맡았다. 이렇게 공백이 없는 분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군인, 경찰, 수산, 지사, 시장, 장관 등 다양한 경력 중 서울시경국장, 경북도지사, 서울특별시장, 내무장관은 권력의 핵심이었다. 이 네 자리를 다 거친 이는 具씨가 유일하다.
人材를 고르는 데 비상한 안목을 가진 朴正熙 대통령이 具씨가 혁명주체세력이라고, 대구사범 후배라고 파격적인 발탁을 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을 '翠山 具滋春 文集'(기파랑)이 잘 드러내고 있다. 具씨는 개발연대의 美德인 '과묵한 실천력'의 소유자였다. 말을 아끼고 몸을 아끼지 않는 이였다. 특히 자기 PR, 자기 자랑을 싫어한 사람이다. 朴 대통령 성격에 딱 들어맞는 인간형이다.
그의 글과 말, 그리고 기사 및 인터뷰를 담은 文集은 조국 근대화 시절의 증언록이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식의 편집인데, 읽다가 보면 개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위대한 세대의 집단 회고록처럼 느껴진다. "아, 우리가 그때는 그렇게 살았구나" "우리가 이런 일도 했구나"하는 감탄이다.
<그가 경북지사로 부임하면서 내건 캐치플레이즈는 '힘찬 전진, 알찬 경북'이다. 그는 '알맹이 없는 전시위주의 행정은 이미 낡아버린 유물이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주장하고, '소득을 높이는 길만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되풀이한다. 그는 '나들이 지사'라고 통한다. 그가 부임 1주년을 맞았을 때 그가 타고 다니는 '경국 官1호차'의 미터기는 1만 970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니까 1년 동안에 道內 29개 市郡을 평균 5회 돌았고, 10만3천 건의 민원업무를 처리해냈다. 市郡을 돌아볼 때마다 혼자 가는 경우는 드물다. 도단위 기관장들에게 함께 가기를 강청한다. 그의 말을 빌면 그게 바로 총화행정이란 것이다>(출입기자 홍세흠 영남일보 취재2부장이 쓴 인물평)
具 장관의 글과 말은 朴 대통령처럼 실무적이다. 수치가 많이 나오는 점도 같다. 이런 식이다.
<지붕개량사업은 소득증대와 생활개선의 양면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사업입니다. 쉽게 계산하더라도, 초가 3간 즉 건평 10평짜리를 짚으로 이을 경우 짚 500단과 노임을 합치면 6700원이 매년 소비되는데, 이것을 4년만 모은다면 2만 7000원 정도가 되는데, 이 돈만 하면 깨끗한 슬레이트 개량이 충분한 것입니다>
1970년대를 경북도지사, 서울특별시장, 내무장관으로 보낸 具滋春 씨는 해방후 최대업적중 하나로 꼽히는 '새마을운동'의 실무 지휘자였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비결은, 朴 대통령이 全國의 수만 개 부락에 경쟁시스템을 도입, 잘하는 마을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국민들에게 自助정신을 심은 것이다. 具 경북도지사는 이렇게 역설한다.
<농촌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가기 이전에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지 아니하면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가도 절름발이 개발밖에 안 되며 오히려 거꾸로 태만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을 우리 공무원들이 깊이 인식을 하고 주민과 혼연일체가 되어...>(1972년 2월 직원조례 연설)
具 장관은 과묵한 실천력으로 한국을 바꿔놓은 분인데, 그에 대한 평가가 업적을 따르지 못한 것도 그의 '과묵함'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경상도 기질을 비판한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경상도 기질이 '輕하지 않고, 의젓하며 무뚝뚝하고 무게가 있어 좋다고 하나, 정보화 시대에는 스피드가 중요하니 정체된 습성과 기질에서 탈피하여 개척자 정신으로 시대에 적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집 끝엔 그를 모셨던 분들의 모임인 '春友會' 명의의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은 具 장관의 인품을 '公平無私, 公明正大, 깨끗함, 단호함, 진취적 기상, 애국심'으로 요약하였다.
필자는 1980년대 月刊朝鮮 기자로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秘話를 쓰기 위하여 具 장관을 상대로 몇 번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분의 무뚝뚝함 때문에 소득이 별로 없었다. 이 문집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남긴 글과 말들을 모아서 700페이지나 되는 책으로 펴낸 아들 具聖宰씨가 큰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민족사의 가장 위대한 세대를 대표하는 한 영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2011-11-03, 01:15 ]
출처 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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