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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논쟁: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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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은 냉정하게 공동체를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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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환 편집인
홉스가 말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합의안과 국회 법사위 조정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극도로 반발하면서, 홉스적 개인주의를 구현한다. 경찰이나 검찰 중에 한쪽이 불만족하면 다른 쪽은 만족해야 하는데, 양쪽이 모두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과 국회 법사위의 조정안에 극도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봐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은 대체로 적합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수사·형사 분야 일선 경찰관들이 6월 28일 밤 서울 모처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책을 논의하며 "정부 합의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검찰 예속화가 강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경찰의 반발 정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고 세계일보가 29일 보도했다.
수사권 조정에 대해 토론회를 제안한 서울 소재 경찰서 소속 유모 경위는 "일선에서 수사, 형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모여 정부 합의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논의했다.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경찰이 검찰에 예속되는 상황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문제가 있는 형사소송법 조항이 수정돼야 한다. (특히 196조 1항에서) 검찰의 포괄적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는 ‘모든’이라는 표현이 수정 없이 통과된다면 검찰에 전가의 보도를 쥐여주는 꼴"이라며 불평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전국의 경찰 80여명은 24일 밤 청원군 충청풋살체육공원에 모여 "정부 합의안이 애초 검찰 개혁 취지와는 달리 검찰 권한을 더욱 강화시킨 만큼 국회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일보는 "경찰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 협상에서 실무를 맡은 윤외출(총경)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이날 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으로 전보했다.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은 지 2개월도 못 돼 이동하자 경찰 안팎에서는 정부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사의를 표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나가는 방식은 문제해결 방법으로는 부적절하고, 엘리트들로 구성된 검찰의 행동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또 다른 경찰청 한 관계자는 "6ㆍ20 정부합의안은 행정부가 입법부에 의견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고, 입법부는 이 의견을 참고만 할 뿐 꼭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며 검찰의 반발을 비판했다고 한국일보가 전했다. 시간을 두고 정부와 검경이 조정을 하면 합리적으로 조정될 것이다.
이런 경찰의 약한 반발에 비해 검찰의 반발은 가히 폭발적이다. 검사장들이 집단적으로 사퇴를 표명하고, 검찰총장도 거취를 정했다고 한다. YTN은 30일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의결안에 반발해 대검찰청의 검사장급 고위 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수사권 갈등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 이유를 "정부가 마련한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안에는 검사의 수사지휘 사항을 법무부령에 규정하기로 했는데, 국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상위법인 대통령령으로 변경됐다"며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의견충돌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이 의결되지 않을 경우,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사항이 아예 정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검찰 내부에 확산된 것"으로 풀이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 등이 어떤 범죄 수사에 대해 검찰 지휘를 받겠다고 합의하지 않으면 대통령령에 해당 범죄에 대한 검찰 지휘권이 들어가지 않아 사실상 그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권이 넘어가는 것이다. 이미 수사권 조정이 돼 버렸고, 검사의 지휘 체계가 무너졌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다른 검사는 "경찰이 합의하는 것만 조항에 들어가고, 경찰이 지휘를 받고 싶은 것만 받으면 지휘 체계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며 반발을 했다고 서울신문이 전했다. 검사 지휘의 구체적 사항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요구한 경찰의 입장이 국회 법사위에서 받아들여지자, 이에 검찰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자신들이 누려온 수사지휘권 독점이 상실되는 정치권의 합의가 가져올 불만을 경찰보다 더 느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사의 지휘 범위를 (196조 1항?) '모든' 수사로 규정한 정부의 조정안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검찰에서는 검사의 수사지휘 사항을 법무부령에 규정하기로 했던 정부안이 국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상위법인 대통령령으로 변경된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국가나 정부도 보이지 않고 자신들의 권익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국민들의 눈에 비친다. 좌익세력이 계급투쟁론에 근거해서 노동계에 퍼트린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검경 간에 원수처럼 싸울 정도로 민주화의 한 병리증상으로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들에 만연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일체 무시하는 이기적 군중인간을 민주화가 양산했다.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검사의 지휘체계를 붕괴시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다. 관련 부처 합의를 필요로 하는 국무회의의 성격을 고려할 때 지휘를 받는 사법경찰이 원하는 사안만 지휘를 받겠다고 나설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할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가 무력화되고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게 된다"는 검찰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번면에 "법사위가 검찰 지휘의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검찰과 경찰 어느 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 아니냐. 검찰이 왜 입법부의 결론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경찰 관계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양측의 '일리' 있는 주장들은 전체적으로 조정되어야만, 합리적이 된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 다툼과 같은 이런 부처나 기관 간의 권한투쟁은 소위 민주화 이후에 한국사회에 흔한 병리적 증상이다. 민주화의 부산물로 개인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나 의무가 강조된 긍정적 자유(positive freedom/freedom for)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배타적 권리나 이익을 강조하는 부정적 자유(negative freedom/freedom from)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부정적 자유를 근거로 개인이나 집단들 간에 이기적 싸움이 한국사회에서 벌어진다. 이런 배타적 자유 혹은 개인주의는 소위 홉스가 말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미성숙한 민주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민주화는 인간의 악성 중에 하나인 배타적 이기심을 극대화시켜서 공동체의 질서나 규범에 대항하는 군중의 억지와 깽판을 낳기도 한다.
오늘날 검찰과 경찰이 부처이기주의의 형태로 수사권 조정을 놓고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할 말이 있는 당당한 주장이겠지만, 전체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기적 개인주의의 극단적 표출로 보일 수 있다. 일단 민주화라는 것이 개인의 배타적 이기심을 인정하는 홉스적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것이라서, 검찰과 경찰의 극단적 반발은 이기적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인정을 하지만, 그래도 자유민주제도를 60년이나 시행해온 대한민국의 정치풍토를 감안하면 다소 미숙하고 무책임한 추태로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검찰과 경찰은 국가의 질서와 치안을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극단적으로 표출하지 않는 모습과 타협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원시적 힘싸움을 검경이 보여주는 인상은 최악의 현상이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놓고 자신들의 이기적 입장에서 토론하고 타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마치 생사를 걸고 극단적으로 싸우는 모습은 역시 미성숙한 군중인간들의 억지나 깽판으로 국민들의 눈에 비칠 수 있다. 의사와 약사들의 처방전을 놓고 벌어진 이권 다툼에서도 국민들은 홉스적 개인주의의 한 표본적 사례를 구경했는데, 이제 다시 국민들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놓고 벌어지는 이권 다툼에서 홉스적 개인주의의 사례를 구경하게 된다. 지금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초기 민주주의의 증상을 넘어서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개인의 자유가 조화를 이룬 성숙한 민주주의의 멋을 검찰과 경찰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개인의 이권과 공동체에 대한 책무를 검경이 가장 잘 조화시켜서 표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안이나 법사위안을 검찰과 경찰이 잘 검토해서, 검경찰이 사회갈등의 주범이 되는 추한 모습은 피해가야 할 것이다.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던 군부세력이 퇴조하고 소위 민주투사들이 득세하면서, 한국사회에는 이기적인 군중인간들의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보편화되고 있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나 배려가 사라진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이 왕과 같은 권력과 강도와 같은 탐욕으로 자신들의 이권을 주장하면, 민주주의는 우중주의로 전락해서 공동체는 망가지고 억지와 깽판에 유능한 군중인간들이 득세를 하게 된다.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없는 극단적 자기주장을 했던 민주열사들의 망령이 한국사회에 유령처럼 배회하면서 한국인들을 깽판꾼으로, 한국사회를 난장판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나 국회 법사위의 조정안은 대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검찰과 경찰이 모두 불만족(거꾸로 읽으면 만족)하기 때문이다. 한쪽이 완전히 박수치지 않는 것으로 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더 많은 토론과 타협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상대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도 합리적(rational)이고 공적(impersonal)인 사고나 판단이나 타협에 미숙한 한국의 군중인간들이 가진 한계를 이번에 또 다시 재연할까 우려된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이권에 너무 강하게 예속되는 패당주의에서 검찰과 경찰이 한발만 더 물러서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렇게 힘든 다툼이 아닐 것이다. [조영환 편집인: http://www.allinkorea.net/]
기사입력: 2011/06/30 [08:36] 최종편집: ⓒ 올인코리아
출처 올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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