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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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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전 부처의 장∙차관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자리에는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들도 다 모여서 족히 70여 명은 되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하였답니다. “오늘 각계 원로들을 모시고 얘기를 들어보니 국민들에게는 온통 썩은 나라처럼 보인다고 하시더라”라는 일종의 ‘양심선언’이 있었다는 겁니다.
원로라는 노인들을 만나서 묻지 않고 새파랗게 젊은 놈들을 모아 놓고 “민심이 어떻더냐”고 물어도 비슷한 답이 나왔을 것입니다. 길 가는 사람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나라가 온통 썩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썩어도 보통 썩은 것이 아니라 썩을 대로 썩었다는 말입니다.
경기도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말 안 듣는 아이를 ‘5초 동안 엎드려뻗치기’를 하게 했다 하여 교육청이 그 교사를 징계하였다면 교육청이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 밖에는 아무것도 안중에 없다는 것이죠. 아첨과 아부는 진정한 교육의 본질이 아닙니다.
인천에 착륙하는 민항기를 강화도의 해병대가 북한 공군기로 오인하고 10분이나 총격을 가했다면 국방에는 큰 구멍이 뚫린 것이고, 검찰과 경찰의 세력 다툼도 보기에 매우 민망합니다. 대통령은 이런 판국에 무슨 낯으로 밀어준 유권자들을 대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온통 썩은 나라처럼 보인다”면 그 궁극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겁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
출처 김동길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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