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칼럼/기획/연재
|
|
|
무바라크 사퇴는 복잡한 변혁의 신호탄
|
무바라크 사퇴는 이집트의 혼란과 안정에 갈림길
|
조영환 편집인
이집트 반(反)정부 시위대의 퇴진 압박을 받아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서방언론들(CNN 등 주로 유태계 언론들)의 적극적인 선동에 힘입어, 11일(현지시각) '권력을 군에 이양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고 전 세계 언론이 일제히 전한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이집트 국영TV를 통해 "이 나라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무바라크 대통령은 군 최고 위원회에 통치권을 넘기고 대통령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무바라크의 권력은 이제 군중의 압력 속에 군부세력의 손으로 넘어갔다. 독재자 무바라크는 사라졌지만, 그를 만든 인간과 문화는 여전히 이집트에 남아있다. 과연 권력을 이양받은 군부의 최고위원회가 권좌에서 퇴출된 무바라크보다 더 민주적일까? 군중혁명은 많은 질문들을 촉발시킨다.
전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주지만, 오는 9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헬리콥터로 카이로의 대통령궁을 떠나 시나이 반도 홍해 연안에 위치한 휴양지 샤름-엘 셰이크로 떠났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이집트 군중들의 반발과 서방언론의 압력에 노쇠한 무바라크는 견딜 힘이 없었다. 30년 동안 구축한 무바라크의 권력도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군중들의 시위에 버틸 힘은 없었던 것 같다. 이집트발 민중혁명이 시작되었다. 4.18 당시처럼, 앞으로 당분간 '독재자'를 축출한 '군중의 독재'가 이집트에서도 시작될 것 같다. 이집트에서 독재자보다 군중이 더 독재적일지 민주적일지는 이제 시간을 두고 판단내릴 일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 전해지자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민 수십만명은 "국민이 체제를 무너뜨렸다"며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시민혁명의 성공을 자축했고, 이집트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기를 흔들고 지나는 자동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무바라크의 퇴진을 축하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일단 드러난 악인 독재자 무바라크는 물러났고, 새로운 선과 악의 권력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잘될 것 같다. 군중의 폭동이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장악한 군부의 통치가 시작될 것인지, 아니면 무바라크 시절보다 더 퇴보할 것인지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일단 30년 장기집권자는 잘 퇴출된 것 같지만, 그 마지막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판단은 유보해둬야 할 것이다.
이집트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집트가 수십년 간의 억압에서 해방됐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이집트 집권당인 국민민주당(NDP)의 호삼 바드라위 사무총장은 이날 "현 단계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 당이 필요하다"며 사무총장직 사임을 발표하고 탈당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집트가 더 나은 정치체제를 갈 수 있지만, 당장은 많은 혼란과 갈등이 생길 것이다. 무바라크에게 굽실댄 자들일수록, 무바라크를 더 비방할 것이다. 그것이 군중혁명이 독재자에게 남기는 '배반의 쓴 잔'이다. 권력자에게 굴종하는 자만이 권력자에게 배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탄생에는 군중의 책임도 없지는 않다.
이제 이집트는 박정희 암살 후나 혹은 전두환 정권 말기의 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 잠시 군중들이 독재자를 몰아낸 희열을 즐기면서 '자유의 봄'을 맞이했다고 승전한 왕처럼 흥분하겠지만, 머지 않아 독재자의 퇴진이 몰고 올 '필수적 악(necessary evil)'을 후폭풍처럼 겪게 될 것이다. 군중들의 승리를 충족시킬 전리품이 현실세계 속에서는 없기 때문에, 독재자를 몰아낸 군중들은 머지 않아 실망하면서 자멸의 악수를 둘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군중혁명이 군중들에게 희열의 도취감(euphoria)을 안겨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잠시 뿐이다. 그 결과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더 무리한 요구를 군중들이 하다가 결국에는 새로운 독재를 자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욕의 군중들에게 혁명이 구악(舊惡)보다 더 나쁜 신악(新惡)을 안내하기도 한다.
독재자를 몰아내는 군중혁명의 애매성은 참으로 심연처럼 깊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이나 김정일 집단으로부터의 해방 정도를 제외하고, 갈채만 받아야 할 군중혁명은 매우 찾기 힘들다. 군중혁명은 하지 않을 수도 없고, 해도 그 마지막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실패의 장애물을 만나는 '위기(위험과 기회)의 정치현상'이다. 군중이 흥분하여 독재자를 무너뜨리기는 쉬운데, 그 다음에 더 나은 현실정치를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마치 한국의 4.19나 5.18처럼, 방자한 군중의 난동질은 쉽게 군부의 등장을 자초할 수가 있다. 이집트에서 무바라크의 권력이 군부의 손에 넘어간 사실에 군중들이 '무바라크가 무너졌다'고 환호하지만, 군부의 권력장악은 군중의 폭발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이집트 군중들이 진실로 환호해야 할지 혹은 자성해야 할지는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여 군중의 욕구를 충족시킨 뒤에나 서서히 판단할 일이다. 북괴와 같은 전체주의체제를 붕괴시키는 민중혁명은 위험성이 없는 좋은 발전의 기회이지만, 일반적 독재자를 급격하게 몰아내는 군중혁명은 위험과 기회를 안고 있다. 군중혁명의 황홀감(enchantment)은 머지 않은 장래에 정신차리면서 환멸(disenchantment)로 확인될 수 있다. 그것이 지나치게 굴종하다가 지나치게 군림하려는 군중이 연출하는 혁명의 근원적 애매성이다. 잘못하면, 권력을 이양받은 군부세력이 퇴진한 무바라크보다 더 군중을 실망시키는 적대집단으로 확인될 수가 있다. 무바라크의 퇴진은 앞으로 많은 혼란과 갈등 속에서 더 험악한 억압정권을 탄생시킬 수 있다.
탄압과 항쟁 속에서 탄생되는 혁명은 인간사회의 동물적 특성을 반증하는 비극적 정치현상이고, 수평적인 시각과 가치관을 가지지 못한 미성숙한 군중들의 정치투쟁이다. 민주적(democratic)이라는 말은 수평적 세계관을 의미한다. 독선적 민주투사가 곧 성숙한 민주인사는 아니다. 시드니 버바나 가브리엘 아몬드와 같은 정치문화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듯이, 민주주의는 독재자를 몰아내는 것만으로는 이룩될 수 없다. 진정한 민주화는 군중들이 굴종과 저항의 신민적 심성구조를 상대를 평등하게 대하는 심성구조로 바꾸는 자기변혁이다. 독재자의 퇴출은 반쪽짜리 민중혁명일 뿐이고, 다른 반쪽은 군중의 자기변혁이다. 이집트의 대다수 군중들이 무바라크 퇴출을 몇년 뒤에도 찬양할 수 있기 바란다.
이집트 군중혁명의 결과는 다소 우려되고 그 본성도 다소 애매해 보이지만, 북한의 민중혁명은 애매성이 없는 명백한 선일 것이다. 60년 동안 3대에 걸쳐서 세습독재를 하는 북한의 공산전체주의체제는 혁명 이외에는 점진적 개혁이 불가능한 정치상황이다. 북한과 대화를 해서 점진적으로 개혁과 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오판이 될 것이다. 혁명의 애매성을 들먹이지 말아야 할 유일한 정치집단은 바로 한반도 북쪽 반인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왕조인 것이다. 북한에 햇볕정책과 같은 대화와 개혁의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이집트처럼 반발한 군중조직이 불가능한 북한의 정치종교집단에는 오직 민중혁명만이 그 모순을 해결할 유일한 수단이다.
기사입력: 2011/02/12 [02:04] 최종편집: ⓒ 올인코리아
출처 올인코리아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