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대에 장기집권은 군중혁명을 부른다. 30년 장기집권은 적어도 대통령 3명의 반발(민주사회에서 최소한 10년에 1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가정했을 때에)을 부르고, 60년 장기독재는 적어도 대통령 6명의 반발을 부르게 되어 있다. 이런 가정을 이집트와 북한에 대입했을 때에, 지금 호스무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정당성이 있는 3개 정권들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김정일 가족독재집단은 정당성 있는 6개 정권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쌓은 대로 거두는 것이 바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적용되는 이 세상의 순리이고 법칙이다. 독재는 폭동을 부르고, 폭동은 또 다시 독재를 부르는 것이 억압자와 반란자들이 공존하는 사회의 '불합리한 합리성'이다. 비합리적인 듯한 혁명도 인간이 가진 합리성의 한 표현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제 3명의 정당성 있는 대통령의 도전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아마 대충은 공정한 판단일 것이다. 그만큼 무바라크는 심각한 퇴진의 압박을 받고 있다.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을 요청하는 반정부 시위 발생 3주째에 접어든 9일, 카이로 타흐리르(해방)광장에만 약 25만명(AP 추산)이 재집결하고 지방에까지 군중시위가 확산되는 등 시위가 다시 격렬한 양상을 보여가고 있다고 조선닷컴이 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시위가 시작된 1월 달 25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9일 벌어졌다고 전한다. 이제 이집트는 통치자와 군중 모두에게 불행한 군중혁명에 직면할지 모른다. 또 독재를 유지시킨 데에 음양으로 부역해온 군중들이 군중혁명을 통하여 또 더 악독한 독재자를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혁명의 애매성이다.
모든 측면에서 지금 무바라크 정권이 제시하는 개혁안들이 군중들의 요구를 즉각 충족시키지는 못하지만 객관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변화의 방식이지만, 이미 장기집권으로 무바라크와 이집트 군중들이 쌓아온 악업을 갚기에는 이런 합리적인 개혁안은 거부될 것이다. 장기집권 정권이 무너지고 군중들의 폭동이 더 심각해서, 독재자나 폭도들이 모두 피를 보는 그런 응보를 이집트는 받을 것 같다. 비합리적 장기집권에 비합리적 군중폭동은 크게 보아서 합리적 해결방식이 되고 있다. 30년 독재는 3배의 정권교체 압력, 60년 독재는 6배의 정권교체 압력을 쌓은 것이다. 대체로 장기적이고 강한 독재정권일수록 단기간이고 강력한 군중혁명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강한 탄압이나 무기력한 방치가 강한 반발이나 폭동을 부르는 게 순리다.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군중시위가 8일부터 소도시들로 번지면서 이집트 남서부 뉴밸리에선 8·9일 이틀간 시위대 수천 명과 경찰이 충돌, 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수에즈 운하 운영을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 관리국' 산하 5개 기업 노동자들이 8일 오후부터 연좌(連坐) 시위를 벌이면서 시위는 더욱더 확산되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카이로의 알아람 건물 로비에는 기자들 100여명이 모여 언론의 자유 보장과 숨진 기자 2명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장기집권을 빠른 시일 내에 개혁하겠다는 무바라크 정권의 개혁 약속을 군중들이 믿지 않아 이제 남은 길은 군중혁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독재에 시달린 군중들이 독재자를 불신하면, 폭력적 군중혁명으로 간다. 지금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이집트에서 군중 시위대의 규모가 급속히 불어난 것은 8일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군중 시위대에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라고 조선닷컴은 분석했다. 술레이만은 이날 오후 국영TV 연설을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개헌위원회 구성을 추인했다. 앞으로 질서있는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해 분명한 로드맵(계획)과 일정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무바라크 정부가 '시간 끌기'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다시 군중들이 시위를 격화시켰다고 조선닷컴은 이집트 사태를 분석했다. 최근에 군중시위가 조금 약화되어 간다고 무바라크 정권이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우물쭈물하면서 군중의 변혁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성난 군중의 정치적 욕구도 채우기 힘들 것이다.
이에 더하여 군중혁명을 가능케 하는 걸출한 군중선동가의 출현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가 7일 풀려나 시위군중들 사이에 영웅으로 부상한 구글 임원 와엘 고님(Ghonim)이 타흐리르광장에 등장한 것도 시위동력을 되살린 불씨로 작용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이집트처럼 30년 장기집권에 억눌린 군중들에게 걸출한 군중선동가를 언론매체가 띄우기 시작하면, 군중시위는 막기 힘들어진다. 유튜브 등이 진압경찰의 무자비한 집압장면을 군중들에게 통제 없이 확산시키면, 독재자와 군중이 희생되는 피의 혁명은 시작된다. 군중선동에서 야간에 불과 군중의 피는 군중을 반란에 미치게 하는 촉매제이다. 그래서 남한의 반란적 좌익세력이 군중을 흥분시키려고 촛불(횃불)시위와 시체팔이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제 이집트에서 남은 군중시위의 해결방식은 강력한 진압과 강경한 반발 밖에는 없어 보인다. 최소한의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개혁의 기회는 사라지고 이제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충돌로써 이집트의 장기독재는 해결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시위군중들은 9일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수천명과 중산층의 시위를 이끌어 냈고, 처음으로 타흐리르광장을 벗어나 의회 해산을 요구하며 의회 건물로 행진했고, 군중시위의 지휘부는 오는 11일을 '무바라크 심판일'로 정하여 전국적인 군중집회를 선언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이집트의 통치자와 군중들은 이제 점진적인 개혁의 길을 포기하고 피를 보는 군중혁명의 길로 치달는 것 같다. 권위적 통치자와 반란적 군중은 사실 나쁜 정치문화의 '동전의 양면'이다. 독재와 폭동에 군중의 책임도 적지 않다.
무바라크의 장기독재는 민주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역량이 없었던 집권자와 군중들의 합작품이다. 군중들이 집권자를 비난하지만, 바깥에서 구경하는 세계인들의 입장에서는 이집트 통치자와 군중들이 함께 이런 군중혁명의 악업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술레이만 부통령이 9일 국내 언론사 대표들과 만나 "경찰력을 동원해 문제를 풀길 원치 않지만, 시위사태의 장기화를 더는 견디기 어렵다. 정권이 뒤집히거나 무바라크 대통령이 당장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남은 선택은 거대한 혼란과 쿠데타뿐이다"라는 경고를 했다고 한다. 이집트의 격변이 피범벅이 될 신호다. 30년 무바라크의 장기집권을 참아온 이집트 군중들이 무혈혁명을 이룰까? 그렇지는 못할 것 같은 분위기가 이집트에 감돈다.
미국은 지금 이집트 군중들에게 민중혁명의 신호를 보낸다. 8일 '긴급조치법 즉시 해제' 등 4가지 요구 사항을 조 바이든 부통령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에게 전화로 전달했다고 한다. 언론인과 시민운동가에 대한 구타·폭력·체포 즉각 금지 및 집회와 표현의 자유 보장, 긴급조치법 즉각 철회, 다양한 야권 인사들과 대화, 정권이양의 로드맵과 일정 개발에 다양한 야권 인사 참여 등 4가지 요구안을 미국은 이집트에 요구한 것이다. 이런 미국 정부의 낭만성은 이집트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이집트의 이웃국가들이 미국에 "시위대에 너무 힘을 실어줘 지역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무바라크 대통령을 너무 쉽게 내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이 세상의 모순(이집트의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구경꾼으로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올해에 물러나고 공정한 선거로써 정권이 교체되길 바란다. 지금 이집트에 군중혁명이 성공을 한다고 해도, 심각한 혼란과 충돌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군중혁명의 과정에서 죽어나가는 희생자들은 민주를 바라는 정의로운 군중들과 질서를 지키려는 헌신적 경찰들 뿐이다. 술레이만 부통령의 개혁안에 따라 올해 안에 평화적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군중들에게 없으면, 이집트는 통치세력과 군중선동세력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이런 충돌은 모두에게 불행한 응보이다. 60년 김일성 일족독재가 벌어지는 북한에는 급격한 민중혁명이, 30년 무바라크 일인독재가 벌어진 이집트에는 점진적 개혁이, 가능하길 바란다. 북한에서 민중혁명 정도를 빼고 혁명은 대부분 모두에게 불행하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민중혁명을 선동하는 종북좌익분자들은 김정일을 추종하는 악마의 자식들이다. 이명박 대통령 수준의 무기력한 통치자를 두고 '독재자'라고 말하는 박지원를 비롯한 종북좌익분자들이 진짜 독재자다. 루터가 지적한 것처럼, 혁명은 '더 악한 강도가 덜 악한 강도를 몰아내는 퇴보'일 경우가 많다. 혁명(revolution)의 어원에는 '되돌아서 제자리에 간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인간적 독재에 대한 혁명은 또 다른 독재의 출현일 경우가 많다. 4.19와 5.18을 통해 군중폭동이 쉽게 억압정권을 초청한다는 '혁명의 애매성'을 우리는 체험했다. 이기적 인간들이 모인 정치판에서는, 마르틴 루터가 예단했듯이, '큰 도둑이 작은 도둑을 몰아내는 혁명'이 빈번하다. 혁명은 진보와 퇴보의 로터리일 뿐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급격한 혁명보다는 점진적 개혁이 바람직하지만, 다만 60년 김정일 세습독재집단에는 한시라도 빨리 민중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북한은 악인의 독재사회가 아니라 천사로 가장한 악마가 민중의 피를 빠는 생지옥이기 때문이다. 점진적 개혁과 급격한 혁명을 가름하는 기준을 나는 '인간적 독재'냐 혹은 '악마적 위선'이냐에 기준을 둔다. 권위주의적 통치가 악으로 드러난 곳에서는 개혁(reformation)이 더 바람직한 정치개혁의 방식이지만, 악마가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민중의 이름으로 민중을 노예로 전락시킨 북한의 전체주의사회에서는 혁명이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변혁의 방식이다. 김일성 일가(一家)독재집단의 악마적 전체주의적 선동정치는 혁명으로 타도될 악업을 쌓아왔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과 같이 드러난 권위주의자들에게 혁명은 필요없었다. 4.18학생의거를 '혁명'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민주팔이들의 후진 발상이다. 이승만 정도의 권위주의적 통치자에게 '혁명'을 들이대니, 박정희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자가 금방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박정희 피살 후에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연출한 무책임한 군중광란은 전두환이라는 권위주의자를 초청했다. 군중선동에 의존하는 통치자들은 혁명을 통해 타도될 악업을 쌓지만, 육체만 탄압하고 영혼을 미혹하지 않은 세속적 독재자들은 혁명에 의해 쫓겨날 악업은 쌓지 않는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김대중 같은 전체주의적 군중선동가들은 혁명으로 타도될 운명이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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