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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의 위기와 '오컴의 면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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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의 위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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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정당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깨달아야
2011년 12월 10일 (토) 11:35:47 박용석 기자 param25@newstalk.kr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다. 여당과 제일야당이 모두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나라당은 재창당을 통한 쇄신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고, 민주당은 야권통합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법으로 보이진 않는다. 작금의 위기가 정당정치의 위기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과거 차떼기 정국이나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는 그 원인이 분명했고, 따라서 해법을 찾아 위기를 돌파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지금 처해 있는 위기는 딱히 눈에 띄는 원인을 찾기 힘들어 그 해법을 찾는데도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런 모호한 부분은 민주당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법으로 ‘오컴의 면도날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진실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전제나 가정을 배제하고 사안을 단순화 시켜 있는 그대로 파악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영국의 철학자 오컴이 제안한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확대해석을 하지 말라는 것이며 새로운 근거가 제시될 때만 해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우리 정치권의 문제가 정당정치의 위기라면 일단 정당정치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따져야 한다. 그 다음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그런 원리에 무엇을 위배하고 있는지를 찾아가는 데부터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정치권에서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목소리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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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당정치란 왜 필요한가?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인도 모든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념이나 사상 등으로 따로 분류되는 국민을 각기 대변하기 위해 다수의 정당이 존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정당들이 지지자를 규합하여 민주적으로 권력을 쟁취해 나가는 것이 정당정치의 목적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정치권의 위기가 무엇인지가 좀 더 명확해진다. 민주당의 붕괴가 가시화 된 것은 지난 정권 말기의 일이다. 그들은 반자유주의적 사상을 가진 지지자들을 존립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말년에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지지자들의 이념과 노선을 배반했고 그로 인해 열린우리당은 붕괴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정당정치에서 상대진영의 공격은 늘 있는 일이고, 집권당이 그 공격에 견딜 수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상대진영의 공격을 방어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한미FTA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지지자들은 우파진영의 공격에 대한 방어를 포기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는 몰매를 맞으며 열린우리당의 붕괴가 가속화 된 것이다.
이후 열린우리당은 이합집산을 걸쳐 다시 민주당으로 뭉쳤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제대로 된 대권후보 하나 내지 못하는 식물정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제일야당으로 다수 국회의석을 가졌으면서도 민노당이나 NL주사파가 장악한 좌파시민단체들에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민주당의 위기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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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어떨까? 이명박 정부 들어 한나라당이 보인 모습도 정권 재창출을 이루어준 지지자들에 대한 배반의 행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기반은 정통우파와 친시장적 정책을 지지하는 뉴라이트진영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집권 초기부터 이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체 좌파진영의 주장과 주의에만 귀를 기울이며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굵직한 이슈가 생겨 좌파진영과 치열한 사상전을 벌이고 있는데 뜬금없이 한나라당의 실력자들이 좌파진영의 주장을 옹호하고 나서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빠돌이’ 수준의 질 낮은 지지자들만 남을 뿐 대부분 의식을 가진 지지자들은 한나라당을 외면하게 됐다.
그러한 상황에 방점을 찍은 것은 바로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였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야권의 투표방해 책동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을 반대하는 215만9095명의 우파지지자들이 결집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준표 지도부는 10.26 선거에서 무상급식 2라운드를 포기하고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지지자들을 배반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로 인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을 하며 나경원 후보는 186만7880표를 얻는데 그쳤다. 참패의 원인은 안철수 효과의 영향도 있겠으나 배반당한 지지자들의 이탈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몰매를 맞는 정부여당을 방어해 주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바로 이 같은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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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 정치권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정당의 존재의 의미부터 다시 찾아보는 것이 옳다. 특히 야당과 경쟁적으로 선심성 복지 포퓰리즘을 내 놓으며 민주당을 따라가는 것이 쇄신이라고 믿는 한나라당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한 한나라당을 지지할 유권자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한나라당에서는 젊은 층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한나라당이 주시할 것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다. 출구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2~30대 젊은 층 중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는 30%를 넘고 있다. 이들부터 제대로 규합을 해야지 좌파 젊은이들의 환심을 사는 것이 답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세론이 깨지며 지지율은 20%대 초반으로 주저앉고 안철수 교수에서 형편없이 몰리고 있다. 차기 대권의 아젠다를 복지로 내세울 때부터 나는 오늘 같은 결과가 나올 것임을 예상했다. 도대체 한나라당 대권후보로 복지를 가지고 싸운다는 것이 말이 되며 그를 통해 어떻게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념논쟁이 구시대의 유물이라면 정당정치도 구시대의 유물이다.. 이념과 사상의 구분이 없어진다면 도대체 유권자들은 무엇을 보고 정당을 지지할 것이며 정당정치가 필요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과거의 이데올로기를 재현하라는 것은 아니다. 서구 선진국의 우파정당들을 벤치마킹해서라도 세련되고 설득력 있는 이념적 재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용석/ 정치부장
입력시간 : 2011년 12월 09일 (금) 1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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