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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한나라당·민주당은 安교수에게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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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주필 이메일
박근혜, 언젠간 내려놓을 짐 빨리 내려놓고
야당, 통합 앞서 위선과 표리부동부터 먼저 씻어야
강천석 주필 추락(墜落)하는 모습도 여러 가지다. 쇠뭉치 떨어지듯 수직으로 떨어져 박살이 나는가 하면 두루미 내려앉듯 살포시 내려앉기도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 수직 추락의 운명을 피해가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머지않아 추락 현장에는 유혈(流血)이 낭자하고 살점이 여기저기로 튀길 것이다. '이명박당(黨)' '김대중당' '노무현당'은 이렇게 역사 뒤편으로 사라져 간다. 세 대통령의 판박이 팔자가 섬뜩할 정도다. 눈 씻고 찾아도 가슴 아파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 82%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표해온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는 고장이 났다고 판정했다. 국민 71%는 한나라당·민주당의 양당(兩黨)구조는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당의 날개는 국민 신뢰다. 신뢰를 잃은 정당은 쇠뭉치와 다를 게 없다. 일직선으로 추락해 불길 속에서 잿가루로 흩어질 뿐이다.
정치에선 어둠이 물러난다 해서 새벽이 그냥 터오지 않는다. 무바라크 30년 독재 퇴진을 기뻐하는 이집트 국민의 환호 소리가 물결 치던 카이로 광장은 이미 군 탱크 차지가 돼버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정치적 원자(原子)와 같다. 권력을 견제할 힘도,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힘도 없다. 정치적 원자를 분자로 뭉치게 하고 이것들을 다시 결합해 새 숨을 불어넣어 정치적 힘과 의지를 가진 생명체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정당의 소임(所任)이다. 정당이 사라지면 정치도 사라진다, 정치가 없어지면 온 나라가 국가 권력과 국민 개개인(個個人)이 일대일로 맞붙는 원형(圓形)경기장으로 바뀌고 만다. 말이 일대일로 맞붙는다는 거지 국민이 사자 밥이 되는 것이다. 현 사태를 마냥 후련하다고만 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 있다.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하고 새 당을 만들거나 신당(新黨)을 창당한다는 자세로 헌 당을 뜯어고치겠다고 한다. 표현이야 어떻든 결과는 한나라당이란 한 간판 아래 '이명박당'과 '박근혜당'으로 갈려 있던 분당(分黨)체제를 '박근혜당'으로 통합하는 걸로 귀결된다. 야당 통합 작업을 앞두고 당을 깨뜨릴 듯한 기세로 맞부딪치고 있는 민주당 내분 사태도 결국은 '김대중 세력' '노무현 세력' '데릴사위 세력' '진성(眞性)좌파 세력' 간의 지분(持分) 다툼이다. '김대중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세력은 '김대중 세력'이 대주주(大株主)로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민주당을 통합 야당 체제로 흡수해 주식을 균등 배분하자는 생각이다.
여·야 재건축 사업의 설계도는 드러났다. 먼저 어디서 뭘 해왔는지 모를 정체불명의 자갈을 파다가 정치판·시위판에서 얼굴이 닳고 단 시멘트와 반죽해 골조(骨組)를 세운다. 그다음 무너뜨린 옛 집터에서 서까래 몇개, 문짝 몇개를 주워 얼기설기 뜯어 맞추는 것이다. 국민이 이번에도 속아줄까. 수도권을 비롯한 국민 40%는 한나라당 재건축 사업이 별무성과일 거라고 했고, 국민 55%는 야권 통합 작업의 의도를 아리송해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 이명박 정권 들어 공정성이 후퇴했다고 느낀다면 여권은 입이 백개 있어도 할 말이 없다. 대통령 퇴임 후의 사저(私邸)부지 구입 과정이나 동생이 대통령을 지내고 있는데 뭘 더 바랄 게 있다고 국회의원 자리를 붙들고 있는 형님 이야기를 덧붙이는 건 공연한 군소리다. 야권도 오십보백보다. 반미(反美), 반(反)FTA 한다고 길거리에 나앉아 궁상을 떨면서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떨어지기만 하면 미국으로 달려가 세월을 죽이고, 자식 유학은 죽자사자 미국으로만 보내는 민주당 사람들의 위선(僞善)과 표리부동(表裏不同)에 국민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안철수 교수가 청년 실업 해법을 갖고 있는가, 사회 양극화 해소 대책을 발표한 적이 있는가, 정처없는 노년(老年)을 보장해 줄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는가. 그런 그가 누리는 오늘의 국민 지지는 가진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마음과 젊은이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열고 같이 아파하는 동화(童話) 같은 모습 덕분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모든 걸 내려놓는 것으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어차피 언젠간 내려놓을 짐이라면 정수장학회도 부산일보도 영남대학교도 빨리 확실하게 내려놓는 게 낫다. 두 번 다시 건너지 않을 각오로 강을 건너겠다면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야 한다. 복지정책 발표는 그다음 다음번 일이다.
야당이 정권을 탈환하고 싶다면 혓바닥과 몸뚱이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저와 제 자식은 온갖 것 다 누리면서 혀로만 좌파 흉내를 내다간 금방 들통이 나고만다. 주인이 두 명인 돼지는 양쪽 주인에게 먹이를 받아 두배를 먹게 되는 게 아니라 어느 주인도 챙겨주지 않아 굶어 죽기 십상이다. 약은 체하며 좌·우 의자 사이에 걸터앉으려 하면 엉덩방아를 찧을 뿐이다. 엉거주춤 좌파보다는 분명한 좌파가 장기적으론 더 득(得)이 될지도 모른다. 여(與)든 야(野)든 정직해야 사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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