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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1년] 친구 戰死 소식에 해병대 자원한 4人 "이젠 우리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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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최수호 기자 이메일
suho@chosun.com
입력 : 2011.11.23 03:07
1년전 연평도 포격때 숨진 故문광욱 일병의 네 친구
"광욱이 대신 아들 노릇 하자" 올해 차례차례 해병대 입대
어제 흉상 제막식서 나란히 친구 아버지 부축하고 묵념
故서정우 하사(사진 왼쪽), 故문광욱 일병.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11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 내 해병의 집 1층 로비. 녹색 코트 차림에 정모를 눌러 쓴 4명의 해병대원이 문영조(48)씨 팔을 잡고 들어섰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 뒤 1년 전 연평도에 쏟아진 북한군 포탄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숨진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흉상 제막식이 시작됐다. 흰 천이 걷히자 대리석 재질의 팔각기둥(높이 110㎝) 위로 금빛을 띤 해병대원 2명의 상반신(높이 70㎝)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씨는 흉상 앞뒤를 살펴보며 말없이 어루만지다 눈시울을 붉혔다. 4명의 해병대원은 "아버님, 저희가 아들이 되겠습니다" 하며 문씨를 안았다. 4명의 해병대원은 흉상 앞 제단에 흰색 국화꽃을 1송이씩 올려놓은 뒤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이 4명의 해병대원은 전북 군산시 대야면 같은 동네에서 고 문광욱 일병과 형제처럼 자랐다.
정상명(21)·고창아(21) 일병은 문 일병의 동갑 친구고, 김재민(20)·이민구(20) 이병은 한 살 어린 동생뻘이다.
이들은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수업이 끝나면 공을 차며 놀았고, 문 일병 집에서 같이 씻고 저녁도 먹곤 했다. 대학에 들어갈 때쯤엔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불안한 미래를 얘기했다.
22일 고(故)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의 흉상 제막식이 열린 포항시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문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씨(왼쪽 두 번째)가 아들의 친구들과 함께 흉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군 복무 시기가 다가오자 작년 8월 문 일병이 먼저 해병대를 선택해 입대했다. 문 일병이 입대 3개월 만인 작년 11월 연평도에서 전사하자 4명은 문 일병을 대신해 아들 노릇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 일병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는 마지막 순간도 함께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차례차례 해병대에 입대했다.
지난 3월 입대해 서해 5도 중 대청도에서 근무 중인 고 일병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우리 4명은 광욱이를 따라 해병대에 입대해 나라를 지키기로 뜻을 모았다"며 "섬에서 근무하고 있어 그런지 광욱이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휴가 때마다 광욱이 아버지를 찾아뵙고 전화도 자주 드린다"며 "우리 모두의 아버지로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입대해 강화도에서 근무 중인 김 이병은 "흉상을 보니 형 생각이 더 간절하다.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광욱이 형을 대신해 북한군을 박살 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함께 포항에서 근무 중인 정 일병은 "친구를 잊지 않고 흉상을 만들어 준 것이 고맙다"고 말했고, 이 이병은 "나약해지기 싫다며 먼저 입대한 광욱이 형을 떠올리며 힘든 해병대 훈련을 기꺼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문씨는 "해병대는 수많은 승리의 신화를 갖고 있고 내 아들과 서 하사도 신화로 남게 됐다"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현재 복무 중인 해병대원 모두 무사히 가족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 이제 모두 나의 아들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일병의 아버지는 몇주 전 해병대사령부로부터 이날 제막식 행사를 통보받자 "새로운 아들들이 된 4명의 해병대원과 제막식에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4명은 모두 5~10일 휴가를 받아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흉상 사이에 연평도에서 수거한 포탄 잔해를 전시하고 포격 도발 당시 영상을 상영해 이곳을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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