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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停電을 막아라] 전기료 원가로만 받아도 年 190억㎾h 절약… 原電 2.5개 없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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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용 기자
[2] 너무 싼 전기요금
짜장면값 11배 오를 동안 전기요금은 1.5배 인상 그쳐… OECD 국가 중 가장 싼 값
가정·기업이 혜택 누릴수록 국가 에너지 시장은 왜곡
부산 자성대 컨테이너 부두는 지난 2008년 컨테이너 야적장 크레인 동력을 경유에서 전기로 바꿨다. 경유를 연료로 쓰는 크레인 엔진과 발전기를 떼어내고 전기 공급 변압기를 다는 데 드는 크레인 1기당 비용은 3억6000만원. 하지만 경유를 사용할 때 매년 2억원 가까이 나오던 연료비는 10분의 1(2000만원)에 불과하다.
충북 음성에서 딸기 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상진(56)씨. 작년 봄, 하우스용 기름 보일러를 전기 보일러로 바꿨다. 보일러 교체에 1500만원이 들었는데 절반 정도는 농협에서 지원받았다. 보일러 교체에 목돈이 들긴 했지만 3~4년이면 보일러 교체 비용을 뽑고도 남아 김씨는 만족한다. 기름 보일러를 땠을 때는 한 달 연료비가 80만~90만원 든다. 전기 보일러는 60만원 안팎으로 매달 20만~30만원을 아낄 수 있다. 1년이면 250만원 정도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이 전기 다(多)소비를 부추기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이번 9·15 정전 사태도 결국 싼 전기요금→전기용품·용구 급증으로 인한 시장 왜곡→소비 급증→공급 부족으로 이어진 악순환의 결과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기름을 써야 하는데도 전기를 쓰는 '전기 이용 왜곡' 현상인데, 이를 잡으려면 전기요금을 생산원가 수준까지 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선진국 중 가장 싼 전기요금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 제일 싸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싸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0.083달러(2010년)로 OECD 평균(0.156달러)의 절반 정도다. 생산원가가 싼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0.058달러로 일본(㎾h당 0.154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지진으로 전력난을 겪는 일본 제조업체들이 한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도 싼 전기요금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생산원가보다 얼마나 싼가? 생산원가가 100원이라면 판매가는 평균 90원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다.
더 큰 문제는 경유나 석탄으로 만들어진 전기의 에너지 효율은 석탄·경유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결국 싸게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에너지가 두 배 이상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기값은 이런저런 이유로 비상식적이라 할 정도로 오르지 않았던 게 사실. 1982년 이후 물가는 240%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8.5%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전기요금은 30년 전의 40% 수준이다. 1984년 이후 시내버스요금과 지하철요금은 각각 7.5배와 4.5배 올랐고, 다른 음식보다는 덜 올랐던 짜장면값도 11배나 인상됐지만 전기요금은 단 1.5배 오르는 데 그쳤다.
◆원가 수준으로 올려야
2001년 이후 등유는 125.7%, 경유 가격은 172.2% 올랐다. 연료비가 2배 올랐는데 전기요금은 불과 8.8% 오르는 기현상이 계속됐다. 이러다 보니 너도나도 비싼 기름 대신 싼 전기 사용에 혈안이 됐다.
지난 겨울에만 난방용 전기제품인 전기 온풍기·스토브가 760만여대나 팔렸다. 두 집 중 한 집꼴이다. 고급 아파트에는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가 설치됐다. "전 세계에서 전기를 난방용으로 쓰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아냥마저 나돌 정도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OECD 회원국 중에서 둘째로 높은 전기 사용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업 생산비용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대기업으로 갈수록 더는 값싼 전기료에 기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장했다. 이때문에 '전기요금을 최소한 생산원가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번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에너지수급연구실장은 "투자 보수율을 감안하면 원가의 105%까지 요금을 올려야 정상"이라면서 "그러나 물가를 고려해 원가(100%) 정도로는 당장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0% 오르면 연간 전기 소비는 4% 정도 줄어든다. 한 해 190억㎾h의 전력량이다. 1조4800억원을 아끼는 것이고, 100만㎾짜리 원전 2.5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수출 확대라는 명목 아래 용인됐다. 사실상 보조금 성격이다. 왜곡된 에너지 시장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전기연구원 문영환 스마트그리드연구센터장은 "가정이나 기업이 싼 전기요금 혜택을 누리는 동안 국가 전체로는 심각한 에너지 시장 왜곡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와트(W)와 와트시(Wh)
와트는 단위 시간당 공급되는 전기 에너지인 전력(電力)을 재는 단위다. 발전소의 전력 생산 능력도 와트로 표시한다. 와트시는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한 전력량을 뜻한다. 전력에 사용 시간을 곱하면 전력량이 된다. 수도에 비유하자면 와트는 수도관의 용량에, 와트시는 수도관을 통해 일정 시간 동안 흘러간 수돗물 양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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