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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 태풍의 핵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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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단기필마 고군분투, 그 뒤에 국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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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승인 2011년 07월 26일 (화) 17:31:01 박용석 기자 param25@newstalk.kr
▲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톡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은 그 동안 ‘단기필마’, ‘고군분투’같은 말로 대변 되어 왔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오 시장의 모당(母黨)인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서조차도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한 외로운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맞선 적은 거대해 보였다.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세운 민주당이 지방선거와 재 보궐선거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복지 포퓰리즘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처럼 느껴졌다. 기세 등등한 민주당은 연이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고, 한나라당도 그 조류에 휩쓸려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팽개치고 포퓰리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대적 조류’를 거스르기엔 너무도 미약했다. 그런 와중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들고 나온 오 시장의 모습은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를 연상케 할 만큼 무모해 보였다. 아니 포퓰리즘은 풍차보다도 더 거대해 보였고 오 시장은 당나귀를 탄 돈키호테보다도 더 왜소해 보였다.
오 시장의 주민투표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서조차 냉소와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보수진영의 지식인들조차도 패배주의에 빠져 오 시장의 주민투표 실패가 보수진영에 미칠 파당을 고민하면서 지지를 망설였다. 서울시청은 포퓰리즘 대군에 포위된 외로운 성이었고, 오 시장은 단기필마로 고군분투를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오 시장의 뒤에는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묵묵히 진실을 바라보는 맑은 눈의 국민이 존재했다. 주민투표를 한 달여 앞둔 지난 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한겨레 신문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 조사 모두에서 무상급식 관련 오 시장의 안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8%가 ‘소득하위 50%에 대해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서울시 안을 지지했다. 반면 ‘소득구분 없이 2011년부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야권의 안을 지지한 응답자는 39.1%에 불과했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53.2% 대 38.1%, 한겨레 조사에서는 54.4% 대 44.3%로 서울시 안이 앞서는 걸로 나왔다. 투표율이 33.3%만 넘는다면 무상급식은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실체가 드러나자 그간 냉소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그간 서울시당 차원에서 대응해 왔던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대응을 결정하고 오 시장 공격에 팔을 걷고 나섰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대적으로 공세를 취할경우 주민투표를 이슈화시켜 투표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 있다.
한나라당도 27일 오 시장을 최고위원회에 참석시켜 주민투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현재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이 오 시장의 무상급식 투표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포퓰리즘 정책을 지지해왔다. 특히 친박으로 분류되는 유 의원의 경우는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오 시장이 차기 대권의 유력주자로 부상하는 것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오 시장 지지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한 달여 후에 있을 오 시장의 주민투표가 성공을 할 시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정계구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현재 정치권의 트랜드가 되어버린 복지 포퓰리즘의 행진에 제동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에게는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 아젠다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한나라당도 포퓰리즘에 치우친 현 지도부의 당 장악력이 급격히 저하될 소지가 있다.
둘째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의 모습에 실망을 느껴왔던 사람들이 있다. 친시장 정책과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이들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킨 주역들이다. 그 동안 이들은 정치권의 행보에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달 초 모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친이반박의 형태로 유권자 중 22%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금까지 미미했던 이유는 이들의 지지를 견인해 낼만한 대권주자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이 승리를 할 경우 이들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효과가 4대강 사업이 완료되고 경제가 금융위기 여파를 완전히 벗어나며 안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율 상승과 겹치면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같은 역전까지도 점쳐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26일 은평구에 위치한 한 사찰을 찾아 주민투표를 앞둔 소회를 밝혔다. “표를 의식한 과잉복지는 10~20년간 국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며 “과잉복지여부는 국민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전면적 무상급식의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제는 국민이 그 진실을 인식해 너무나 많은 함의가 담긴 주민투표가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정치부장
입력시간 : 2011년 07월 26일 (화) 16: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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