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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민주당 통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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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정책이야말로 역사 의식과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도 없는 무책임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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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신문 (webmaster@independent.co.kr) 2011.01.30 12:55:23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의 ‘무상급식’, ‘무상의료’ 논란과 관련 “통일 준비 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29일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ohsehoon4u)에 올린 ''5세 훈'이의 철없는 나라걱정, 미래걱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무상 시리즈를 한꺼번에 시행하자구요? 통일 이후의 재정 부담은 어떻게 감당해낼 생각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통일이 요원한 일이라구요?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고민 없이 쏟아놓는 무상 정책이야말로 역사 의식과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도 없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금 무상시리즈를 한꺼번에 시행하면 통일 이후의 재정부담은 어떻게 감당해낼 생각인가”라며 “독일의 경우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들어간 통일 비용은 2000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과 북한의 경제 격차를 고려하면 우리의 통일 비용은 독일의 수십 배에 이를 것”이라며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통일이 되면 남한의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북한에 동일하게 지원할 때 향후 10년간 약 500조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통일 이후 10년간 가구당 최소 25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런 통일 비용까지 고려한 소득수준과 경제 상황에 맞는 '복지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오세훈 시장의 글 전문이다.
'5세 훈'이의 철없는 나라걱정, 미래걱정 할말있습니다.
얼마 전, 한 라디오 방송국에 출연을 했는데 MC가 절 보자마자 이런 질문을 던지더군요.
“오시장님, 요즘 별명이 ‘오고집’인 거 아세요?” 라구요.
시의회와 적당히 타협을 좀 하지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느냐는 일종의 비난 섞인 질문이었습니다.
저 요즘 욕 많이 듣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애들 밥 가지고 인색하다”, “쩨쩨하다”, 심지어 “5세 훈이”라는 칭호도 얻었습니다.
그러나 천만 시민의 행복과 서울의 미래를 책임져야하는 서울시의 수장으로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할 때와 단호하고 우직하게 일을 끌어가야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이 후자의 자세를 견지해 가야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난과 질타를 두려워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멈추거나 타협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비겁한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시민 여러분께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뭘 더 우선해야 되는지, 지금 당장 좋아 보이는 따뜻한 정책들이 다음 세대와 미래에 얼마나 큰 부담과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냉철한 눈으로 깊숙이 들여다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식의 무상시리즈’가 왜 허황된 구호에 불과한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첫째,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남북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습니다. 전체 예산의 10%를 국방비로 써야하는 나라이지요. 얼마 전에 일어난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도발은 한반도가 전쟁이 종식된 곳이 아닌, 단지 ‘정전’ 중인 상태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국가들은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2010년 “The military Balanc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6%로 스웨덴, 핀란드보다 2배나 많습니다.
2009년도 국방비 지출 금액으로 비교해 보면, 스웨덴은 56억 달러(한화 6.5조원), 핀란드는 42억 달러(4.9조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45억 달러(한화 28.5조원)로 스웨덴과 핀란드 보다 무려 5배나 국방비 지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 만큼 사회복지 등 다른 곳에 사용할 돈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뜻이 됩니다. 우리가 스웨덴, 핀란드 수준의 전쟁과 안보위협이 없다면 약 200억 달러(23조원)을 다른 곳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둘째, ‘통일’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 내야 할 우리 민족의 최대 염원이자 가치입니다. 방법에 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존재합니다.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에 따른 통일일 수도 있고, 점진적 통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우리는 통일에 대한 비용을 따로 마련해 둬야 할 필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독일의 통일을 들 수 있겠습니다. 독일 연방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3년까지의 독일의 통일비용은 1조2,800억 유로로, 우리 돈으로 따지면 2천조원에 이릅니다. 독일 내 민간연구기관에 따르면 그 수치는 더 어마어마해지죠. 1990년부터 20년간 들어간 총 통일비용이 약 2조 유로, 한화로 3천5백조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준비없이 통일을 맞은 독일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조세 및 사회보험료 등을 전격 인상했습니다. 석유세, 보험세에서부터 담배세, 실업보험료, 연금보험료에 이르기까지 올리지 않은 세금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소득세․재산세․법인세에 “통일연대추가징수금”을 7.5% 덧붙여 징수했습니다.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서독의 사회복지’도 대폭 삭감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통일비용을 미리 준비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일의 통일비용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독일이 통일을 할 당시, 서독의 인구는 동독의 3.7배, 서독의 1인당 GDP는 동독의 2배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남한과 북한의 경제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아세요? 2009년 기준으로 남한의 인구는 북한의 2배이며, 남한의 1인당 GDP는 북한의 18배에 달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우리의 통일비용이 독일의 수십 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셋째, 통일을 하고 나면 북한의 주민들도 남한과 똑같은 국민으로 대접을 하고 같은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독일이 서독의 발전된 사회보장제도를 동독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해 지출한 ‘사회보장제도’ 예산이 전체 통일 비용의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가 있습니다. 2015년 통일이 되어 남한의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북한에 동일하게 지원할 때, 향후 10년간 약 500조원이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통일이후 10년간 가구당 최소 2,5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면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과 같은 무상 시리즈를 한꺼번에 시행하자구요? 통일 이후의 재정 부담은 어떻게 감당해낼 생각입니까? 통일이 요원한 일이라구요?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고민 없이 쏟아놓는 무상 정책이야말로 역사 의식과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도 없는 무책임한 정책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무상시리즈로 진정성있는 통일 준비 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통일비용까지를 고려한, 소득 수준과 경제 상황에 맞는 ‘복지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소득 2만불, 3만불, 4만불의 시대에 맞는 긴 안목의 복지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지속가능한 복지를 구현해나갈 수 있고,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과오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치밀하고 견고한 계획이 없다면 선거 때마다 표심잡기 복지 포퓰리즘에 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고 분위기에 편승한 선거용 복지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전면무상급식이 복지 포퓰리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민주당 시의원들과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며 펄펄 뛰었습니다.
그러나 어땠습니까. 보란듯이 불과 한 달 만에 무상복지 정책들을 쓰나미처럼 쏟아 붓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표심잡기용 정책들이 하나 둘 쌓이게 되면 결국에는 일본의 재정 파탄,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의 국가 위기가 우리 앞에 나타날 게 자명합니다.
오늘은 통일 비용만 예로 들었지만 우리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저출산초고령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번 블로그에 말씀드린대로 앞으로 10년 후면 생산․소비 인구가 급하락하게 됩니다.
8명이 벌어서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나라(2005)와 3명이 벌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나라(2025)는 그 경제 활력이 현격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세수가 감수하게 되고 연금이나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러한 잠재적인, 그러나 현실화될 확률이 매우 높은 리스크를 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무차별적인 보편적 무상복지를 실현한다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愚者暗于成事, 智者見于未明(우자암우성사, 지자견우미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발생한 일도 모르고, 현명한 사람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까지 내다본다는 말입니다. 저는 서울시민이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거라 믿습니다. 우리 세대가 나무를 심으면 다음 세대는 그늘을 얻을 것이고, 우리가 나무를 베어버리면 다음 세대는 땡볕에서 고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젊고 강한 신문-독립신문/independ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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