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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의 돼지, 이정현의 표절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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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지신’에 이어 이번엔 ‘증자의 돼지’가 논란이다.. 24일 한나라당 친박 이정현 의원은 “신뢰는 전염되고 퍼져간다”라는 제목의 개인성명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그 성명서에 따르면 박근혜는 사석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증자의 돼지’라는 고사를 즐겨 인용한다고 한다.. 증자의 돼지는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따라오겠다고 조르는 아이를 떼 놓기 위해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 고기를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가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증자가 정말 돼지를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왜 돼지를 잡냐”고 증자를 만류하니, 증자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면, 뭘 배우겠냐”며 기어코 돼지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이정현 의원은 증자의 돼지의 예를 들며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를 백지화한다면 국민적 신뢰 손실비용은 천문학적이고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5일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증자의 돼지 얘기는 그 뒷부분이 더 중요한 핵심이라고 했다.. 그 날 밤 아이가 자다 말고 일어나, 빌린 책을 그날까지 돌려주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는 내용이다..
일단, 이정현의 ‘증자의 돼지’가 언급된 성명서는 ‘표절’이라는 점을 집고 넘어가야겠다.. 그 이야기는 김동률 KDI 연구위원이 2009년 10월 13일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과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김동률 위원은 증자의 돼지를 예로 들며 ‘키드랜드’와 ‘프레스콧’의 논문을 인용, 재량보다는 신뢰가 사회적 거래비용을 낮춰 더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현 의원은 그 칼럼을 그대로 표절하며, 거기에 “회복불가능하고 천문학적인 신뢰 손실비용”이라는 과장법을 더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남의 칼럼이나 표절하여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세종시 수정이 어찌 되돌릴 수 없는 천문학적 거래비용을 발생시키는지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사실 김동률 연구위원의 주장처럼 정책의 수정이 사회적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손실을 끼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망한 나라는 아직 없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포퓰리즘이다.. 정략적 목적을 위해 정치인이 대중추수적으로 남발하는 정책과 공약들이 무분별하게 시행 됨으로 인해 망한 나라는 수 없이 많지 않은가!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는 수많은 이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논문 하나 달랑 인용하며 그게 마치 타협될 수 없는 절대적 진리인양 주장을 하는 김동률 연구위원은 칼럼은 그래서 용감무식하다.. 그런데 그 문제 많은 칼럼을 좋다고 표절하여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발송하는 이정현 의원의 정신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난감하지 않은가!
거기다 한술 더 뜨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다.. ‘증자의 돼지’의 논점은 위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신뢰 훼손으로 인한 사회적 거래비용의 증가다.. 김동률 연구위원은 편협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그런 경제적 이론을 바탕으로 주장을 한 것이고, 이정현 의원은 그것을 과장해서 표절한 것이다.. 말하자면 증자의 돼지를 인용 경제논쟁을 하는 것인데..
박근혜 전 대표는 그런 경제논쟁을 순식간에 초등학교 바른생활 논쟁으로 바꿔 버린다.. 돼지를 잡은 날 밤 증자의 아이가 친구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뒷얘기가 더 중요하다는 박근혜의 발언은 난감할 지경이다.. 허접한 김동률의 주장을 표절하여 더 허접한 과장된 주장을 하는 이정현, 그리고 그 주장을 완전히 초딩수준으로 전락시키는 박근혜까지!
그 모습을 보니 옛날에 유행했던 유머가 떠 오른다.. 레이건과 낸시와 전두환과 이순자가 식사를 했다.. 웨이터가 와서 영어로 차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물어보자, 레이건은 “커피!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낸시가 “미투!라고 대답을 한다.. 이순자가 머리를 굴리다 “미쓰리!”라고 대답한다.. 전두환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미스터 전!”이라 한다..
증자의 돼지로 촉발된 논쟁은 아무리 봐도 딱 그 꼴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참으로 묘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지난번 미생지신 논쟁 때도 “착한 미생, 참 나쁜 미생애인!”이란 발언으로 논쟁을 초딩화 시키더니, 증자의 돼지 논란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박근혜의 논리회로에 들어가면 초딩화 되니 그것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재주가 아닌가! ^^;
마지막으로 경제학적 거래비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지금 우리사회에 거래비용을 증대시켜 사회적 비효율을 낳고 국익을 훼손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가? 신뢰? 웃기지 말자.. 그건 우리사회가 한참 더 발전한 후에 논의할 일이다.. 지역주의, 계파주의, 당파주의에 의거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 대립을 위한 대립을 반복하는 자들이다..
광우병 촛불시위, 용산사태, 미디어법, 세종시 문제까지.. 일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 반대를 위한 반대세력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거래비용을 이야기해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는 그런 사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지를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명색이 대권을 목표로 한다는 사람의 유치한 논리구조를 보고 한마디 했다..
시대유감
출처 엔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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