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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그리고 신영철·마은혁....'나의 로맨스-너의 불륜' 판박이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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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 둘러싼 요지경 언론과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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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본 기자, gwb@todayfocus.kr
▲ 신영철 대법관
2004년 5월 14일2004년 5월 14일 헌법재판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
"선거중립 및 헌법수호의무 위반 맞지만, 대통령 자격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다"
이에 대해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헌재 결정은 국민의 참다운 민의를 헌법기관에서 확인해준 것"
2009년 10월 29일 헌법재판소 <미디어관련법 권한쟁의심판 사건>
"대리투표 등 절차적 하자 인정되지만, 법률을 무효로 할 정도 아니다"
민주당의 노영민 대변인 "헌재가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민주당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민노당의 우위영 대변인 "‘절도는 범죄이지만 절도한 물건의 소유권은 절도범에게 있다’는 식......그 자체로 헌재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
헌법재판소 비슷한 결정에 돌변한 야권의 모습이다. 최근 사법부를 둘러싸고 '미디어관련법 헌재결정'이 논란중인데 이어, 신영철 대법관과 서울 남부지법 마은혁(형사5단독) 판사가 정치권의 '화두'다. 신 대법관이 '촛불재판 개입 이메일' 파문으로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강력한 질타를 받고 있는 반면, 마 판사는 국회 점거농성 민주노동당 당직자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보수 “마판사, 이념색채 편향..사법정치화 우려”, 野 “색깔론, 마녀사냥 중단하라”
마 판사는 지난 7월 미디어법 강행 과정에서 국회 점거 혐의로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 12명에 대해 11월 6일 전원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는 판결문에서 "민주노동당 당직자만 기소하고, 민주당 쪽은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검사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권을 행사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근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가 마 판사를 비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마 판사가 상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그가 법원내 진보성향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후원모임에서 후원금을 냈고, 1987년엔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결성에 핵심 멤버로 참여해 이념적 색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여의도 당사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런 판결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며 강력한 불만을 쏟아냈다. 안 원내대표는 "다른 당 의원들이 기소 안됐다고 공소를 기각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많은 국민들은 마 판사가 소속된 우리법연구회가 편향적 시각을 가진 집단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를 가져오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13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더욱 정제된 논리로 마 판사에 대한 공격에 가담했다. 사설은 “군사독재정권 때처럼 반정부 반체제 활동 전력자라고 해서 무조건 판사 임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라고 전제한 뒤, “마 판사는 올해 1월엔 공무원의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그의 현재 행각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언론이 마 판사의 판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념의 좌우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 및 헌법적 가치와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결론지었다. ‘구시대적 이념공방’이라는 전형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보수측의 행태에 야권과 일부 언론의 비난은 신랄하다. 12일자 <미디어오늘> ‘동아일보, 또 도진 '색깔론' 병’이란 제목의 기사는 ‘동아·중앙, 또 다시 마녀사냥?…마은혁 판사 이념 문제 거론’이라며 조중동의 ‘마 판사 비난행각’을 낱낱이 보도했다. 또 노회찬 대표의 진보신당은 “보수적 판결은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고 진보적 판결은 판사의 이념 탓이냐”며 보수 언론의 보도를 맹비난했고,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마 판사에 대한 공격과 색깔론,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野 “신영철, 재판개입..사퇴해야”, 보수 "사법부 독립 흔들려는 검은 의도"
한편 마 판사가 여권의 공격대상이 됐다면, 야권에는 '촛불재판 개입파문’의 신영철 대법관이 비난의 과녁이 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 의원과 무소속 정동영 의원 등 106명은 지난 11월 6일 “신 대법관이 이메일 등을 통해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권을 침해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신 대법관 ‘방탄’으로 일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국회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회 탄핵안 처리가 무산됐다고 해서 신 대법관의 위법행위가 면제되지 않으며 지금이라도 신 대법관 스스로 명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9월 25일자 <한겨레>의 사설의 신 대법관에 대한 비난은 더욱 강력하다. 신문은 “많은 후배 법관들이 신 대법관의 잘못을 지적한 것도, 그 한 사람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법정의에 대한 불신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신 대법관은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안쓰럽기 짝이 없는 버티기다”라고 냉소했다.
또 “그렇게 자리에 연연해 결국 임기를 마친다고 해서 오명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헌법을 유린하고 부당한 재판개입을 했던 사람이란 손가락질에 더해, 명예롭게 물러날 기회조차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비웃음을 살 뿐이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신 대법관에 대한 옹호와 방어에 분주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신 대법관 탄핵발의에 대해 “법원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한나라당은 이것을 표결에 붙이는 의사일정에 합의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손범규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는 “ 야당이 요즘처럼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대법관의 탄핵을 들고 나온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판결을 유도하려는 검은 의도가 숨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원을 둘러싼 유사사건에 여야 판박이 같은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공격의 주체와 대상간 이념이 다르고, 사안마다 공방의 주체가 다를 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자신은 '색깔론'이 절대 아니라며 상대방을 맹공하지만, 한겨레·경향이 마 판사를 공격하지 않듯, 조중동 또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선 함구한다. 보수가 ‘아마츄어같이’ 이념 그 자체를 물고 늘어지는 반면, 진보는 ‘프로답게’ 이념을 감추고 ‘사법정의나 재판개입’을 내세운다는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이념에 근원한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또 상대방은 색깔론으로, 나는 구시대적 이념공방 아니라는 주장의 구도 또한 같다. 물론 혹자는 두 사건이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하겠지만.
세계는 70년대에 이미 탈냉전의 시기를 거쳐 포스트-냉전의 시기로 접어들었지만, 2009년 우리는 아직도 이념과잉의 한복판에, 들끓는 냉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부재의 이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출 처 투데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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