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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大개혁 시작할 때다[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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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4-08-09 11:48
권도경 사회부 차장
미용의료는 몇 년 새 상업화가 극심해진 곳이다. 1000원짜리 보톡스부터 1000만 원짜리 ‘오마카세 시
술’까지 비용은 극단이다. 출혈 경쟁과 상술이 맞물린 결과다. 서울 강남에선 편의점보다 피부과와 성형
외과 찾기가 더 쉽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용의료에는 한국 의료 난맥상이 혼재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자 미용의료 시장은 팽창했다. 비급여
진료가 많아 시술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보상 구조는 왜곡됐다. 사람을 살리는 수술보다 성형수술이 비
싸게 매겨진다. ‘의대생-전공의-전문의’로 이어지던 의사 양성체계도 빠르게 무너뜨렸다. 의대 졸업 후
수련도 받지 않은 일반의들이 몰려들어서다. 지난달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도 마찬가지다. 국민 건강을
명분 삼아 의대 증원을 반대한 전공의들이 미용의료에만 줄을 선 것이다. 이 시장을 손보지 않고선 필수
의료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료개혁 없이 의사 수만 늘린다면 미용의료 쏠림
현상은 막을 수 없다.
해법으로 거론되는 건 ‘개원면허제’다. 이는 이미 20여 년 전에도 검토됐다. 의사 면허를 받아도 일정
기간 수련을 거쳐야만 병원을 열 수 있는 제도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선 임상 수련은 의무
다. 개원면허제가 도입되면 의사들은 1차 의료 역량을 제대로 갖출 수 있다. 1차 의료는 의료전달체계
의 기본이다. 한 수도권 병원장은 “임상 수련은 의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며 “탄탄한 실력을 가진
전문의들이 1차 의료에 포진하면 환자들이 3차 병원으로 직행하는 세태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의
료 안정성도 보장된다. 환자들도 진료 경험이 부족한 일반의들에게 ‘임상 수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
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개원의 총량제’도 대안이다. 지역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개인병원 수를 진료과목별로 제한하는 방식이
다. 독일은 이를 통해 필수의료 인력을 관리 중이다. 무분별한 개원 탓에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져 의
료 자원이 기형적으로 배분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대형병원 필수의료진이 개원의보다 더 많이
보상받는 구조도 마련했다. 덕분에 독일은 인구 1000명당 수술 전문의가 1.47명이다. 한국(0.71명)의 2
배 이상이다. 미용의료 자격을 간호사 등 다른 직역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굳이 특별한 전문
성이 필요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술비와 수익이 떨어져 미용의료로 의사를 빨아들이는 ‘블
랙홀’도 차단된다.
모두 의료체계의 새 틀을 짜는 개혁과제다. 지난 반년간 의정 갈등은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입증했다. 의
료 파행과 환자 희생을 감수하면서 의대 증원을 강행한 것은 왜곡된 의료체계를 뜯어고치기 위해서다.
의대 증원은 미완의 과제다. 의료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증원 인력은 의료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의정 갈등의 본질은 독점권이다. 시대가 바뀌었다면 의사의 독점적 영역도 달라
져야 한다. 전공의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만 제때 시행했어도 의료체계는 망
가지지 않았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개혁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는 의료개혁에 매진
할 때다.
권도경 사회부 차장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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