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
|
세계19위 경쟁력, 오른 건가, 내린 건가?
|
WEF는 6단계 하락, 세계은행과 세계경영개발원은 4단계 상승 평가...
|
9일 세계은행(IBRD)이 발표한 183개국의 기업 환경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4단계 높아진 19위로 평가됐다. 처음 평가가 이뤄진 2003년 이후 22∼27위에 머물렀으나 올해 4단계나 상승하면서 처음 10위대에 진입하자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치를 내걸고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힘써온 결과라며 반기고 나섰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인 8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0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보다 6단계 하락하여 평가대상 133개국 가운데 19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을 때는 정반대 분위기였다. 우리나라는 2006년 23위에서 2007년 11위로 정점에 올라섰으나 지난해 13위, 올해 19위 등 2년째 순위가 낮아지는 반면, 아시아권 국가들을 보면 홍콩이 11위, 대만이 12위를 차지하여 3위 싱가폴, 9위 일본과 함께 한국을 훨씬 앞서가고 있고, 중국도 29위를 차지하면서 조만간 한국을 위협할 태세여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로 보였기 때문이다.
야당과 좌파 등 반MB라인에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11위까지 올랐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외쳤던 이명박 정부 들어 2년 연속 하락하며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환호를 보냈다. MB정부의 역점 사안인 '노동시장 유연화, 금융시장 성숙도'가 곤두박질을 치게 만든 주범이며, 또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쳤음에도 기업혁신 및 성숙도 부문도 오히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쾌재를 불렀다.
반면 최근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면서 가장 낙관적인 경제지표를 과시한 결과, 위기탈출의 모범사례로 얘기되던 것에 고무되어 내심 순위상승을 기대했던 정부로서는 국가경쟁력이 6단계나 하락하여 2년 연속 뒷걸음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전체 110개 항목 중 78개인) 설문조사 항목의 순위하락에서 주로 기인했다. 조사 당시(2009년 2~5월)의 경제 상황 악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는가 하면, 이대희 경쟁력전략팀장은 "쌍용차 파업 등 노동시장 불안정성 탓에 노동시장 효율성 순위가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경쟁력 순위를 끌어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에 단초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노조가 국가경쟁력 하락의 원흉인 것처럼 몰고 갔다.
단 하루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듯 정부와 여야는 물론이고 언론 및 학계, 시민사회단체까지 죄다 나서서 냄비근성을 과시하는 해프닝을 연출한 것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하루 전에 국가경쟁력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야당, 좌파 언론 및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학자들이 MB정권의 경제정책 실패까지 거론하자, 노조의 발목잡기 외에 조사기관마다 발표되는 순위가 '들쭉날쭉'인데다 편차도 커서 결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에 들어갔고 일부 언론들이 이를 인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4단계 올랐다고 발표한 자료까지 물론 여기에 포함되었다.
무엇보다 평가 비중의 절반 안팎을 설문 조사에 의존하는 측정 방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거나, 설문 대상도 국내 대행기관이 선정한 기업인 백여 명에 불과했다거나, 기업 환경에 대한 설문과 통계는 충분히 인용됐지만 복지 제도 등 사회 후생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는 등 평가 항목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물론 틀린 지적은 아니다. 세계 각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은 많지만 세계적으로 신뢰도를 인정받는 곳은 WEF와 IMD·세계은행 세 곳 정도인데, 그마저도 편차를 보인다면 그 이유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건 정부도 마찬가지고 언론도 마찬가지다.
세 곳 모두 기업이 잘돼야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고, 국민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취지에서 특정 국가가 기업하기에 얼마나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평가한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평가 문항도 고용과 세금·규제·인프라·교육 여건 등 기업을 운영하는 데 얼마나 편리한 환경인가를 따져 묻는다.
하지만 평가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우선 평가 대상 국가가 WEF와 세계은행은 180여 개국으로 거의 모든 나라를 포괄하는 반면 IMD는 OECD 국가를 중심으로 57개국만 대상으로 한다. 문항 수도 차이가 커서 WEF는 110여 개, IMD는 330개 남짓한 문항을 묻는 데 비해 세계은행은 10개 분야 34개 항목이 전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WEF와 IMD의 지난해 평가 문항을 분석한 결과 공통적인 질문은 55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질문의 결과에 따라 나라마다 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 큰 차이는 설문 비중에서 나온다. 전체 문항 가운데 WEF는 3분의 2가량, IMD는 절반 정도를 해당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설문에 의존하는데, 문제는 CEO들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느냐를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가를 따질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설문 시점의 정치·사회적 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노사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응답자들이 기업·정부·인프라 등 모든 분야를 두루 꿰고 있지 못할뿐더러 설문 회수율도 20%에 미치지 못해 평가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많은 요인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평가 항목에는 의료나 사회안전망·소득분배 같은 사회복지 분야가 빠져 있을 뿐 아니라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거시경제 변수에 대한 고려도 부족한 편이다.
아무튼 이처럼 WEF와 WB/IMD가 상반된 평가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조사 방식에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국가경쟁력 순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다만 경쟁력상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만 보였다면 이들 기관의 평가결과를 종합헤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객관적인 지표상으로는 전에 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반면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경영조건은 노사관계 악화 등으로 전보다 악화됐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WEF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당혹해하면서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기관별 평가결과가 들쭉날쭉한 것까지 비판하더니 만 하루만에 나온 WB 평가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WEF의 설문조사가 집중될 당시인 지난 5월 쌍용차 파업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이 겹쳐 설문 대상자가 객관적인 조건보다도 더 부정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 절하했지만, WB평가에 대해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3차례 기업환경개선대책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추진한 기업환경개선 노력의 결과"라고 자찬했다. 처음으로 20위 안에 진입한 것을 강조하게 위해 '첫 10위권 진입'이라고 강변하기도 하는 등 정부가 자기 '입맛'에 맛는 평가만 인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끔 행동하고 있다.
물론 야당과 좌파 반정부 세력 역시 이 같은 냄비식 반응을 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7년 같은 방식으로 조사된 WEF 평가에서 직전년도 23위에서 11위로 급등하자 당시 노무현 정부는 "경제정책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야당과 반MB진영에서는 민주당 정부가 상승시킨 국가경쟁력을 이명박 정권이 2년 연속 까먹고 있다는 식으로 정부를 폄하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주체가 외국 기관의 평가에 너무 '일희일비'하는 자세를 버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세계 주요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의 주요항목을 토대로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순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민간부문까지 전달이 안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개선책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김득갑 삼성연 수석연구원의 고언에 대해 정부여당이든 야당 및 기타 반정부 세력이든 깊이 성찰해 볼 일이다.
이번에 하루 상관으로 세계경제포럼(WEF)과 세계은행(IBRD)이 국가별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면서, 4개월 전에 이미 발표된 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까지 포함하여 한국의 순위가 엇갈리게 나타나면서 정부와 반MB측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일희일비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진 것을 국가경쟁력 지표로 추가시킨다면 그야말로 꼴불견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처 투데이포커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