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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자유선진당 탈당... 정계개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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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정치가 아니더라도 개편될 운명이라면 그게 더 무서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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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회창 총재의 독선적 당 운영에 불만을 제기하며 탈당했다.
심 대표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적 당 운영으로 당 지지율을 2%대에 머무르게 하는 이회창 총재와 당을 같이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 총재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나타낸 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총재의 입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당의 현실을 보면서 자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의 탈당에 대해 이회창 총재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심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이 끝나고 국회에서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어려움을 함께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돼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짧게 말했으며, 기자들과 만나서도 “유구무언이다. 안타까운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부 의원들이 이 총재와 당을 격하게 비난하고 떠난 심 대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 지지율 2%는 심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인데, 왜 스스로 할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가”라며 일부 의원들이 심 대표를 비난하고 나서자 이 총재는 “심 대표도 피해자이고 우리도 피해자다. 절대로 섭섭한 발언을 하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하며 봉합에 나섰다.
이 총재의 심 대표에 대한 이 같은 조심스런 행보는 이 총재와 선진당의 청와대에 대한 행보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이 총재는 이날 ‘심대평 총리 기용설’에 대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청와대를 직격했다. 박선영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선진당을 파괴하고 충청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를 앞으로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의원연찬회를 기점으로 동조 이탈 세력 최소화 등의 후폭풍 차단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진 이 총재와 선진당이 심 대표와 청와대에 대해 서로 다른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은 창당 1년6개월 만에 ‘공동 창업주’인 심 대표의 탈당으로 최대 위기에 처한 상황이 결과적으로 ‘충청 총리론’을 앞세운 청와대의 ‘이중 플레이’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지만, 심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몰아세울 경우 충청권에서 ‘심대평 동정론’이 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한 '36계 전략'인 듯하다.
청와대와의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심 대표에 대해서 비난을 삼가는 것은 심 대표를 공작정치의 희생양으로 만듦으로써 소속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을 방지하고 충청권 민심의 동요를 최소화함은 물론, 향후 야권에서 전개될 정계개편론에 힘을 실어 창조한국당과 불편한 동거관계까지 하면서 만들어낸 교섭단체가 깨진 뒤에도 캐스팅보드 역할을 계속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아니나 다를까 30일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정당의 대표가 자기가 만든 정당을 탈당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대단한 희한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통합인사를 한다고 추진한 심 대표의 총리직 제안이 결국은 자유선진당을 와해시키는 결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통령의 야당 파괴 공작이 결과적으로 국민을 통합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권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인사를 빌미로 야당을 분열시키고 파괴하는 공작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은 정치공작의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를 면밀히 검토해서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남의 제사에 밤 놔라 대추 놔라 하는 식으로 끼어들었다는 것은 이 사건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에는 호재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순수하게 봐준다면 노무현-김대중 사후 다시 과거의 호남지역당으로 복귀한 민주당이나 그보다 더욱 옹색한 충남지역당인 선진당에 대한 초록동색인 처지가 부른 연민의 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분석해보면 얼마 전 한나라당내 친박진영에서도 김무성 최고의원의 대표기용설을 놓고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무성 최고의원 간에 갈등이 있었고, 이러한 갈등이 한나라당 외부의 친박연대를 통해 외연적으로 확장되면서 이번 선진당 사태에까지 그 도화선이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특함의 발로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 등 반이명박 전선에 '적의 적은 친구'라는 도식을 통해 비록 이념적으로는 달라 보이는 선진당이 어떻게든 연결될 있을 것이라는 사특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선진당이나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꿈을 빨리 깨는 게 좋을 듯하다. 심 대표가 회견에서 국중당 대표 시절인 이명박 정부 조각, 지난해 여름 2기 내각 구성, 그리고 최근이라고 공개한 것처럼 대통령으로부터 3차례 총리 제안을 받았으며, 최근 제안은 심 대표가 "생각보다 훨씬 깊은 내용이었다"고 밝혀 항간에 돌던 '심대평 총리설'이 완전한 허구는 아님을 밝혀졌지만, 충청총리설이 나올 때마다 그 중심에 심 대표가 있었던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리제안이 심 대표의 탈당으로까지 이어질 사안도, 민주당까지 나서서 공작정치설이나 정계개편론을 펼칠 사안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심 대표가 지난 28일 이 총재에게 총리가 되더라도 당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전격적인 탈당에 당혹스러움이 더욱 컸다'는 후문이 보여주는 것처럼 선진당 스스로도 심 대표의 탈당이 청와대의 총리제안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당내 갈등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특히 청와대의 ‘심대평 총리론’에 이 총재가 부정적이었던 것과 관련, 심 대표가 탈당의 변에서 “대통령과 나를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공작세력으로까지 매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는 없었다"면서 "국무총리직 제의는 내 자신이 수락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고, 청와대도 심대평 총리설은 더 이상 살아있는 카드가 아님을 확인함으로써 선진당의 비난근거가 사라진 것도 악재로 보인다. 특히 제3자로 끼어든 민주당의 청와대 공작정치설은 민주당이 지향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의혹만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책점이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국민중심당 대표였던 지난해 1월 이회창 총재와 자유선진당을 창당, 18대 총선에서 충청권 바람을 일으키며 18석을 얻으며 선전했던 창당 주역 중 한명으로 당대표까지 맡고 있던 심 대표의 탈당은 선진당 최대의 위기로 보인다. 대표가 총재를 원색적으로 맹비난하고 탈당한 콩가루 집안이라는 당의 이미지에다 이회창 총재 개인이 입을 심각한 정치적 상처도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 선진당이 입게 될 상당한 타격 같은 앞일은 그만두고라도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의석 20석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 색깔도 철학도 다른 창조한국당과의 ‘불안한 동거’를 해오면서도 그나마 원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하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위상 때문에 수면아래 잠들어 있었던 비난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것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이 자유선진당의 오늘이다.
공작정치에 의한 정계개편은 모르겠지만, 혼자서는 자유롭게 설 힘조차 없고 앞날은 암울하기만 한, 그래서 자유도 선진도 없는 이상한 '자유선진당'과, 길거리를 떠돌며 불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는 것으로 소일하는 '민주롭지 않은' 민주당이 함께 개편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대상이라는 생각, 그래서 정계개편론이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한번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는 아닐까...
출처 투데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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