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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추미애 기용 땐 ‘사과’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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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지난 1년 내내 우리 사회를 분열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던 조국 사태와 법무부·검찰 간의 갈등 문제가,
이제는 대다수 국민이 대립·갈등이 마무리돼 소모적 논쟁을 잠재울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정경심 동
양대 교수의 1심 재판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정지 재판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심의 분열과 대립
은 어찌 보면 진실이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편견과 추측으로 침소봉대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수많은 서증조사와 당사자들의 치열한 법리 다툼을 통해 사실관계가 분명해졌고,
법원이 그것을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함으로써 여론의 공감을 얻었다. 재판부가 그동안 정치권의 유·무
형 압력에도 불구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재판
결과를 보여줬다. 사법 시스템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정경심 재판은 아직 1심 판결이고 피고인은 이 판결에 불복해 즉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항소심이 사실심이긴 하나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해야 하는 증거재판주의에서 증거 없는 거짓
말이 통할 리 없다.
두 사건의 재판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여권 인사들이 재판부에 대해서는 물론 사법부 전체에 대해 맹렬
한 비난을 퍼붓고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판결문과 결정문을 제대로 읽어 봤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심지어 법조인이었던 국회의원들조차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거나 갑자기 사법부 개혁을 들고나
오는 모습을 보면 여당이 추진하려는 검찰개혁의 실질적 목적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
다.
대통령도 판결 다음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법
의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여당 의원들이 재판 결과를 불신하고 법원과 검찰에 대한 민
주적 통제 운운하면서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실망스럽다. 과거 군부독재에 대한 문민통
제는 다수 국민이 동의하고 승인했지만, 현재 여권이 주장하는 민주적 통제는 그들만의 언어 같다. 민주
적 통제는 민주주의의 존립과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사안을 견제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법과
원칙에 따른 사법작용에 대해 쉽게 거론할 일은 아니다.
법무장관이 제출한 검찰총장 징계안을 재가했던 대통령은 징계처분 정지 신청이 행정법원에서 인용되자
성탄절임에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법원이 절차와 내용상의 위법을 지적하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건 셈이 됐고,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일 등이 사과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이번이 11번째 대국민 사과(謝過)라고 한다.
문제는, 사과의 횟수가 아니라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들여다보면 잘못에 대해 인정하거나 그것
을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언급은 없다. 사과의 기본은 잘못에 대한 성찰이고, 수습과 후속 조치 없는 사과
는 의미가 없다. 법무행정을 분탕질 친 추미애 법무장관을 즉시 경질하는 등의 수습 조치를 해야 한다.
이후로는 더 이상 사과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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