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장관이 내년도 국방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서한을 25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장관은 서신에서 대통령 측근인 장수만 국방부차관의 하극상을 지적하고 있어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이 장관은 서한에서 "군은 안보환경 등을 고려해 내년도 예산안을 전년 대비 7.9% 증액으로 편성했지만 관련 부처에서 3.8% 증액으로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국방예산안이 애초 편성안보다 줄어든다면 국방개혁기본계획 수정안을 실행하는 내년부터 당장 국방개혁 청사진을 펼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기재부의 예산 삭감요구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국방부장관의 이같은 서한은 전례를 찾기 힘든 강도높은 행동으로 향후 사태의 추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신에서 이 장관은 청와대 측에는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군은 복종하고 시행하지만 결정하시기 전 군의 현실을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장관은 장수만 국방차관이 장관 사전보고절차없이 이달 초 전력증강 예산안 삭감안을 청와대에 독자적으로 보고한 데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이 장관은 "차관의 행동이 일부 군인들이 봤을 때는 하극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전력증강 예산안 삭감안은)차관의 개인적 사견에 불과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장 차관은 지난 7월25일 국방부 예산관련 워크숍에서 11.5% 증가토록 편성된 방위력개선비를 5.5%가량 줄이는 안을 만들어 이달 초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장관은 서한을 보내기 전 장 차관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차관은 기획재정부 출신이자 인수위 멤버로, 지난 1월 국방차관에 전격임명된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합참의장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들어 국방장관으로 임명됐다.
정부는 당초 2020년까지 621조원을 투입하기로 되있던 참여정부의 국방개혁기본계획 예산을 599조원으로 줄였고, 이어 내년 예산 증가율이 예년의 절반수준인 3.8%로 줄어들자 마침내 군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장 차관에게 예산 증가율 삭감을 지시하면서 "리베이트만 줄여도 충분하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 군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결정으로 전통적 보수세력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국방예산삭감과 관련해 국방장관이 강하게 반발, 이에 동조하는 예비역장성 등의 집단적 저항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방전문가 김성만(전 해군중장) 전 제독은 26일 이번 이 장관의 항의 서한과 관련 “남북 간에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비를 줄인다는 것은 북한에게 실효를 줄 수 있다”면서 “오히려 이럴 때 일수록 국가안보차원에서 국방비를 늘려야 군사억지력이 강화 될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이 장관의 행동에 힘을 실었다.
인터넷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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