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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대한 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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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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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한 세계 경제난국이 2007년 미국에서 터져 나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난국이 왜 생겼으며 어떻게 끝날지에 대한 설명은 경제학의 부족과 정치의 과잉, 이 두 가지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정치 과잉이 더 문제다. 정치는 힘을 추구하는 인간 행위이므로 힘의 공백이 생기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끼어들어 번성한다. 대규모 경제난국은 명백한 힘의 공백이다. 경제학 가면을 쓴 정치 이데올로기가 제 세상 만났다는 전열(戰列)을 가다듬고 나섰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당면한 세계 경제 난국이 신자유주의의 실패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간섭주의가 마치 프랑스 혁명 직후 자코뱅 당처럼 득세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목을 케인즈주의의 기요틴으로 자르겠다는 결심인 듯하다.
신자유주의는 무엇인가. 1980년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과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정권이 글로벌화라는 새로운 경제 환경 아래서 필요하다고 보아 도입한 규제의 철폐 내지 개혁을 통한 경제 자유화다.
이 자유화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 즉 공급 능력 향상을 위한 비용 절감에 그 초점이 있었다. 기업 경영에 지워져 있던 규제를 완화하는 것 외에도 작은 정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이 개혁의 중요한 일부였다.
이런 면에서 신자유주의는 고전적 공급 중시 경제학으로의 정당한 복귀였다. 이른바 주류 경제학이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는 것으로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잡은 것은 어떤 특별한 현상을 고려하기 위하여 일반적 현상을 외면하는 오류를 범했다.
인류의 역사는 공급의 부족(不足)을 해결하는 규칙, 제도, 기술이 진화(進化)하여 온 과정이다. 과거에는 의식주(衣食住)의 부족이 주된 문제였다. 지금은 물, 공기, 기후 등 '환경자원의 부족(scarcity of environmental resource)’이 심각하게 대두하였다.
유효수요의 부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확립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이었다. 그 이래로 케인지언들은 수요부족이 경기 하강을 가져오며 이 때문에 생기는 경기순환은 자본주의 경제의 생리 작용 가운데 하나이거나 시장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보았다.
종래의 경제학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여 공급을 늘리는가를 연구했으나 현대의 주류경제학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어떻게 구사해야 총수요의 감소를 막거나 나아가서 증가시킬 수 있는가에 골몰하게 되었다.
이런 수요주의 경제학은 1960년대 베트남전쟁 이래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었고 그에 대처할 수는 더욱 없었다. 유효수요의 부족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병리를 발견한 것은 메이너드 케인즈의 위대한 공적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자본주의의 부분적이고 특별한 병리라고 보지 않고 전체적이고 일반적인 생리라고 보고 있는 것은 주류경제학의 실패이자 재앙이다.
주류 경제학은 시장이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공급의 확대 대신에 정부가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수요의 확대가 소득을 결정한다고 보아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이른 바 혼합경제라는 이름으로 일상화하였다.
미국의 경우, 정부에 의한 무리한 수요 진작 정책의 상설화(常設化)는 나아가서 공급의 구조와 생산성을 타락시키는 데 기여한 듯하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증발하면서 농산물을 제외하면 교역가능상품(tradable goods)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
금융업, 법률서비스업, 의료업, 연구 및 교육업 등 서비스업과 건설업, 그리고 일반적 수요를 기대할 수 없는 무기 산업을 포함하는 최첨단 산업은 미국에서 웃자라는 산업이 되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첨단적 지식과 기술의 대부분은 일반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있다. 이런 공급구조 아래서는 수요가 늘면 국민소득이 느는 것이 아니라 외국으로부터 수입(輸入)이 늘 뿐이다.
수요가 늘더라도 판매가 늘 것을 기대하지 못하게 되면서 미국 제조업은 시설투자를 기피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공급 능력이 축소될 뿐만 아니라 투자라는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정부의 수요 중시 정책이 수요 자체를 감소시킨다는 것은 패러독스요 아이러니다.
따라서 미국의 수요 중시 정책의 초점은 민간소비와 주택건설에 놓일 수밖에 없다. 민간소비가 늘어나면 그 만큼 국내 저축이 줄어든다. 이것은 국제수지 적자를 영속화하는 기둥이 된다. 주택 건설을 늘리기 위하여 금융 산업의 주택 담보 대출을 부추기거나 강제하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미국 정부의 수요 진작 정책은 과거의 재정 정책 위주(爲主)에서 벗어나 금융 완화 쪽으로 선회하였다. 금융 산업은 미국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산업으로, 그리고 주택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연계장치(nexus)로 사랑 받게 된 것 같다. 강력한 자국의 금융 산업은 달러의 가치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어졌다.
1930년대 대공황을 포함하여 반복해 온 경기후퇴는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생리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금융제도의 병리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그 병리의 근원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본원통화를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파생통화와 그 밖의 금융자산을 공급하는 금융 산업이 그 병원(病原)이다. 금융산업들이 떼거리로 그리고 대규모로 금융자산을 확대하여 나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이런 자산이 부실화되고 자신의 지급능력이 위협을 받으면 일시에 대출을 회수하고 신규대출을 막음으로써 전 경제에 금융경색을 초래한다. 이것이 경기후퇴나 경제공황의 제일 원인이다.
1980년대의 영미(英美) 두 나라 경제 개혁은 자유화를 통한 공급의 확대에 그 초점이 있었다. 가장 큰 특성은 겸업주의와 광역주의였다. 겸업주의는 보험, 상업은행, 투자은행의 칸막이를 없앤 것이다. 광역주의는 지주회사 설립이나 지점 개설을 통하여 금융기업의 지역 제한을 없애거나 완화한 것이다.
이에 더하여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새로운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금융의 증권화와 파생상품을 쏟아내었다. 이 모든 자유화는 금융산업 전체를 상업은행화 하고, 모든 금융자산을 통화화 하고 그들이 지켜야 할 필요지불준비율은 그야말로 각자 수단껏 작게 할 수 있게 하였다.
1980년대 경제 자유화 개혁 속에 금융 공급의 확대를 초래한 금융자유화가 그 중심이었다는 것은 불행 중에도 불행이었다. 금융의 공급확대는 빚을 주어가며 주택수요, 소비수요를 확대하려는 수요주의자의 노선 그대로다. 진정한 신자유주의라면 다른 모든 산업은 자유화하되 금융 산업만은 여기서 제외했어야 했다.
자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국제적 돈벌이를 하겠다는 노림수는 다른 나라의 통화불안까지도 유발하곤 했다.
지금 오바마 정권이 내세우는 치료 방안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수요를 더 끌어 올리고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부문 규제는 금융 기업의 자본 확충과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로 이루어질 모양이다.
미국 경제의 문제는 제조업의 공급 경쟁력 상실, 금융 산업의 버블화, 첨단산업의 사장(死藏), 정부와 가계의 만성적 차입 의존 등으로 복합적이다. 결코 수요주의 정책으로는 풀 수 없다. 수요주의는 장기화되면 공짜와 빚에 얹혀살겠다는 경제적 타락과 포기를 만연시킨다.
이것을 푸는 방법은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급주의, 즉 신자유주의의 정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 산업만은 반대로 강력한 마구(馬具)채우기(harnessing)가 필요하다. 다만 이 마구채우기가 어떤 것으로 창발(創發)되어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마도 달러의 기축통화 포기 노선도 필요조건의 하나일 것이다.
http://www.cfe.org
ㅁ 前 월간 에머지새천년 대표이사
출처 인사이더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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