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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주민소환제 ‘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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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단체 입맛대로 악용” 제도보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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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자치단체장으론 처음으로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6일 발의된 가운데, 새삼 주민소환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당초 위법.부당 행위를 저지르거나 직무가 태만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주민들이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직접 책임을 묻는다는 목적과 달리, 포퓰리즘적 정책결정을 유도하고 특정단체의 입맛에 따라 오남용 될 가능성이 있어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2007년 5월 25일 시행된 주민소환제는 광역단체장의 경우 주민(투표권자)의 10%, 기초단체장은 15%,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민투표를 청구 할 수 있고, 유권자 3분의 1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을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민소환 투표가 발의돼 직무가 정지된 김태환 제주지사는 유권자 41만 6,485명의 3분의 1이상인 13만 8,690명이 투표에 참여하고 과반수가 소환에 찬성하면 지사직을 잃게 되지만, 투표자가 유권자의 3분의 1 미만일 경우 개표하지 않고 도지사 권한을 되찾게 된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주민소환제가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며 이 제도가 가진 역기능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강 교수는 “형식 이론적으로는 직접민주주의라고는 하지만 이 제도가 국민이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국민의 이름을 빌어 어떤 민중적인 정책 실현을 강요할 경우, 대의민주주의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한도 내에서 이 제도가 정착되도록 해야지 선출된 공직자가 이 제도로 위축돼 일을 못하게 하는 제도가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선거로 임명된 공직자에 대해 자꾸 주민소환이 발동된다면 지속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선거의 의미가 상실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문제는 주민소환을 제기할 수 있는 일정한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힘을 가진 단체나 집단에 의해서 이 제도가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위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국단위의 시민단체의 수가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이 주민소환제에 있어 자칫하면 어떤 시민단체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그쪽에서 판단한다면 실현을 저지시킬 수 있고, 심지어는 직위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직자 스스로 눈치를 보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는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
김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로 선관위에 공식 등록한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의 <제주의소리> 인터뷰를 보면 이 같은 우려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역뉴스 <제주의소리> 인터뷰에 따르면 고 사무처장은 주민소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묻자 “만일 강정마을 주민들이나 대천동 주민들 다수가 해군기지 유치에 찬성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군기지 문제를 대하는 김태환 지사의 방식은 애초부터 해군기지 반대론자들의 입장을 배제한 채 해군의 입장대로 밀어붙이기 식이었다. 이런 독선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해군기지를 홍보하면서 정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도민을 기만하기도 했다. 해군기지는 정부가 국가안보에 필요해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나? 그런데도 도지사와 해군은 마치 제주의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일을 추진하는 것처럼 사안의 본질을 호도했다. 이런 태도를 심판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위법.부당 행위를 저지르거나 직무가 태만한 지자체장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주민소환제 본래의 취지보다는, 특정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의 입맛대로 이 제도가 휘둘리는 듯한 인상이 짙다.
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제도보완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주민소환이니까 특정지역에 한정돼 문제가 나타나지만 만일 국회의원 소환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전국적으로 조직을 가진 단체에 의해 법에 따른 정책 실현이 어려워지는 그런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면서 “주민소환제도의 실현 절차를 시기적으로 제한하고, 주민이 각자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절차적으로 여러 미비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제주지사 주민소환의 이유가 명목상 해군기지 유치에 대한 반대 때문인데, 해군기지와 같은 정책적 판단에 대해 다른 판단을 가진 사람이 소환을 신청하게 됐으니 분명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주민소환의 요건이 잘못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소환제를 개선한다면 소환의 요건을 분명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명백하게 위법적인 일을 했다든지의 요건을 갖춰야지, 국책사업과 같은 정책적인 것으로 소환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독립신문 박주연 기자 (phjmy9757@naver.com)
출처 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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