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
|
식당서 밥먹고 "사인 좀 해주세요, 실업급여 타게"
|
|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입력 2019.04.02 03:01
실업급여 부정수급 기승… 올 1월에만 20억, 6년간 1345억 줄줄 새
누수 심각한데 7월부터 지급액 늘어, 고용기금 재정 악화 불가피
서울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하는 정모(43)씨는 지난달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앞에
선 손님이 불쑥 "사인 좀 해 달라"며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 위해 면접
을 봤다는 내용의 확인서였다. "실업급여를 타려면 구직 활동 증빙이 필요하다. 사장님한테 손해 가는
일 없으니 사인만 해달라"고 했다. 실업급여를 타려면 한 달에 한 번 '취업 노력을 했다'는 자료를 제출
해야 하기 때문에 가짜 구직 활동 증명서를 만들어 실업급여를 타려는 꼼수였다. 정씨는 "손님인데 매
몰차게 하기도 어렵고, 해주려니 법을 어기는 데 일조하는 것 같아 난감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하는 40대 김모 사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오죽하면 이러겠나 싶어서 한 번 사인을
해줬더니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하루에도 2~3명씩 찾아와서 '명함 달라' '사인해 달라'고 해서 당황스
러웠다"고 했다. 실업급여는 최대 240일간 실직 전에 받던 월급의 50%(올해 기준 월 최대 198만원)를
받는다. 경기 침체와 고용 위축으로 지난 2월 체감 실업률이 13.4%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하면
서 실업급여 지급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실업난의 그늘 속에서 실업급여 부정 수급을 위한 편법·
탈법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실업급여 누수 6년간 1300억원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의원(자유한국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
년부터 올해 1월까지 실업급여 부정 수급 금액은 1345억원에 달한다. 올 1월에는 20억원이었다. 가짜
증명서 등으로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면 고용보험법에 따라 받은 금액을 물어야 하고, 1년 이하의 징
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엔 근무한 적도
없으면서 실직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며 2015년부터 3년 넘게 실업급여 8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14
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align=center>
실업급여 지원금·부정수급 적발 현황
실업급여와 마찬가지로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재취업 훈련비, 고용 유지 지원금, 육아휴직·출
산휴가 급여 등을 합치면 총 1793억원에 달한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이들 지원금에 대한 부정 수급액은
42억원으로 지난해(30억원)보다 12억원 늘었다.
◇누수 차단 급한데, 실업급여 더 늘리겠다는 정부
이런 지경이지만 정부는 새는 구멍을 막는 일보다 실업급여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올 7월부터는 실업
급여 지급 수준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인다. 지급 기간도 기존 90~240일에서 120~ 270일
로 30일 연장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지난해의 경우
고용 악화로 고용보험기금 수입은 10조7697억원에 그쳤는데 지출은 11조5778억원으로 8000억원 넘
게 적자를 봤다. 결국 정부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고용보험기금의 보험료율을 높여 수입을 늘리
기로 했다. 6월까지는 매달 근로자 급여의 0.65%를 내고 회사도 같은 금액을 내는데, 7월부터는 0.8%
로 높아진다. 더 내고 더 받는 식으로 고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험료 인상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실업급여 누수를 제대로 틀어막아야 하
지만 임시방편식 대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작년까지는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3%를 무작위 추출해 부정 수급 여부를 확인했지만, 올해
부터는 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1일 "실업급여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더 노력하겠
다"며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조선닷컴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