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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GMO 식량
생산량 늘고 재배비용 절감, 식량위기 해소책으로 각광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병충해와 농약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은 곡물을 생산하는 첨단 유전공법이다. 인간의 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를 위한 것이라면 GMO는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는 식물을 재배하는 기술이다. 이 공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였다. 인류의 식량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신이 내린 기술”로 평가를 받았다.

각광을 받던 GMO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소비자들은 GMO를 외면했다. 그러나 GMO에 희소식이 왔다. 세계 식량위기가 GMO를 소생시킨 것이다. 그동안 GMO에 강력히 반대했던 정부, 기업, 소비자들은 생각을 바꾸고 있다. 이제 식량위기를 해소하는 유일한 길은 GMO밖에 없다는 공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유전자 변형을 통해 생산된 옥수수를 이용해 소프트 음료, 스낵, 기타 식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식품 회사들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재래식 농산물을 구입해왔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옥수수 가격이 3배나 오르는 바람에 천연 옥수수로 수지를 맞추기 힘들어졌다. 옥수수 녹말과 시럽을 만드는 한 일본회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실토했다.

미국의 소맥 생산업자와 상인들은 한때 GMO 방식에 의한 생산을 꺼려왔다. GMO 식품이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 때문에 수출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유전공법을 쓰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곡물들은 곤충, 제초제, 기타 질병에 잘 저항하는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어서 이런 곡물을 재배하면 생산량도 늘고 재배비용도 절감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GMO 곡물에 대한 의학적 검증이 충분히 이루지지 않아 건강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고 환경에도 유해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미국산 소맥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미 소맥협회의 스티브 머서 대변인도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때 유전자 변형 소맥 생산을 만류했던 이 협회는 종자 회사들에게 GMO 농법을 다시 시작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그동안 미국산 소맥을 구매하지 않던 바이어들을 설득하라고 당부했다.

GMO 식품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으로까지 매도했던 유럽에서도 유전 공법 식량수입을 허가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정부와 기업들도 이 대열에 참가했다. 특히 가축업자들의 성화가 거세다. 이들은 GMO 곡물 수입이 지연될 경우 가축 사료를 댈 길이 막막하다고 야단이다. 소 사육 농가를 대표하는 영국의 쇠고기협회는 최근 성명에서 유전자 곡물수입에 따른 “모든 장애물”을 즉각 완전히 제거하라고 촉구했다. 점증하는 세계 식량수요와 공급 부족, 그리고 국내 가축 사육 감소를 타개하는 길은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회의 농업분과위원회 의장 닐 패리시는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마당에 유럽인들도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유해 유무보다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는 게 지상과제라는 분위기가 도처에 팽배하다.

일부 국가에서 식량 부족으로 인한 폭동과 소요까지 일어나자 GMO 찬성자들은 물을 만난 고기마냥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식량이 넉넉하다면 굳이 GMO 식량을 생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식량 부족 현상이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판에 수요를 충족하는 길은 현재로서는 GMO 밖에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무슨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향후 수십 년은 이 길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되는 농산물은 주로 옥수수, 콩. 목화 등으로 이것들은 박테리아 유전자를 갖고 있어 병충해와 제초제에 강하다. 따라서 이 방식을 사용하면 곡식은 상하지 않고 제초제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생명공학 회사들은 물과 비료를 덜 줘도 잘 자라는 곡식도 개발 중이다. 이런 농산품은 수확량도 많다. 유전자 식품이 일반화되면 가장 신바람 나는 사람은 미국의 곡물 수출업자들이다. 작년 기준으로 미국은 전 세계 유전자 곡물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 그밖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에서도 상당량의 유전자 곡물이 생산된다. 중국은 병충해에 저항하는 쌀을 개발, 정부의 재배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유전자 식품 개발을 재 점화한 것은 쌀과 소맥 등 주요 식품 가격의 폭등이다. 카메룬, 아이티, 이집트, 태국 등에서는 식품 때문에 폭력시위도 발생했다. 곡물가격이 앙등한 원인은 복잡하다. 에너지 가격 상승,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한 식품의 전용, 인도와 중국에서의 수요 급증, 주요 곡물 생산지인 호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의 가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전공법에는 아직 장애물이 많다. 유럽에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고 업계에서도 난관이 있다. 프랑스는 유전자 옥수수 재배를 금지했다. 독일은 “비 GM” 상표가 붙은 식품만 허용하는 법언을 마련했다. 국제적 여론도 적극적이지는 않다. 빈곤 퇴치에서 GMO가 할 역할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엇갈린다. GMO 회사 대표들은 최근 세계은행과 유엔의 공동 주최로 열린 GMO 회의에서 반대여론에 항의, 퇴장했다. 이 회의의 공동의장 한스 헤렌은 유전공법보다 아프리카에 더 많은 비료를 공급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사실 농민들이 당면한 문제는 물, 비료, 토질개선 같은 것들이다.

식량위기를 이용해 GMO를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과 비례하여 반대자들의 소리도 커진다. 스위스의 대표적 GMO 회사도 현재의 위기를 GMO 추진 계기로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의 농업에서 GMO의 역할이 어떤 것이든 간에 식량 구매자들로서는 GMO를 외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소맥 수입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GMO냐 아니냐를 따질 여유가 없다. 작년의 경우 75%가 GMO로 생산된 미국  옥수수는 가격이 40%나 올랐다. 가격 외에도 공급 물량도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비 GMO 곡물을 웃돈을 주고 사는 게 수지가 맞지 않는데다가 웃돈마저 올랐다. 비 GMO 옥수수 가격은 2006년 기준으로 톤 당 450 달러였으나 GMO는 350 달러였다.

유럽의 가축 업자들은 GMO에 대한 규제 때문에 사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은 GMO를 대폭 허용하는 미국으로부터 사료를 수입하지만 공급은 줄고 값은 뛴다. 유럽에서는 수입곡물에서 GMO 흔적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전량을 반송한다. 이 때문에 작년 에 한 미국회사의 대 유럽 옥수수 수출은 전면 중단되었다.

사료 생산자와 가축업자들은 GMO를 조속히 승인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GMO 성분에 대한 엄격한 규정도 완화하기를 원한다. 소맥의 절반을 수출하는 미국 생산자들은 GMO 곡물에 대한 긍정적 관심에 매우 고무되었다. 일부 GMO 기업들은 그동안 외국의 거부 때문에 GMO 프로젝트들을 상당수 중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GMO를 괄시했던 사람들이 대가를 치를 차례가 되었다는 반응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GMO를 둘러싼 찬반에 관계없이 이 유전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게 대세라고 보도했다.

출처: 뉴스앤뉴스
2008년05월26일 15:52: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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