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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살 미키마우스, 지금도 에너지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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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입력 2018.10.22 03:00
디즈니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
부천 애니축제에 참석하려 내한
"미키마우스를 그릴 때면 뮤지컬 '위키드'에 나오는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란 노래가 생각나
요. 그 노래처럼 땅에 묶인 발이 공중으로 뜨는 기분이 되거든요. 이 조그만 녀석은 정말 대단해서 어떤
일도 고지식하거나 뻔하게 하질 않아요. 창의적이고 지략이 뛰어난 데다 용감하고 든든하죠!"
18일 만난 에릭 골드버그 감독은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만화영화 주인공처럼“크하하하”웃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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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 위해 그렸어요” - 18일 만난 에릭 골드버그 감독은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만화영화 주인공처럼“크하하하”웃었다. 손에 든 미키마우스 그림은“조선일보 독자를 위한 것”이라면
서 이날 직접 펜을 쥐고 단숨에 그린 것이다. /이태경 기자
에릭 골드버그(63) 감독이 말끝에 배를 흔들며 "크하하하" 하고 웃었다.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셔츠 차
림이었다. 아내 수전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골드버그는 미국 디즈니사(社)에서도 '살아있는 전
설'로 불린다. '알라딘' '포카혼타스' '환타지아 2000' '모아나'를 그려낸 주인공. 현존하는 최고의 핸드
드로잉 애니메이터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꼽힌다.
올해 그는 디즈니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관련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20주년을 맞은 부천국제애니메이
션 페스티벌(BIAF)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내한했다. 골드버그는 "요즘도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할 때가
제일 즐겁다. 한번 입을 열면 목이 쉬는지도 모르고 말한다"고 했다.
미키마우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만화영화밖에 몰랐다. 열한 살의 어느 날 아침에 TV를 켰더니 '월트 디즈니가 세상
을 떠났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은 적도 있다. 스물두 살 무렵엔 '누가 로저 래빗
을 모함했나'를 만든 리처드 윌리엄스 밑에서 보조 애니메이터로 일했다. 아내 수전과 결혼했고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그를 다시 미국으로
부른 건 '인어공주'를 만든 애니메이션 감독 존 머스커였다. "1990년대 미국 애니메이션은 도약하고 있
었어요. '인어공주'와 '심슨가족'의 시대였죠. 영국에서 TV 광고를 만들며 돈을 잘 벌었지만 뭔가 부족
하다고 느꼈어요. 아내 수전이 애니메이션 미술을 다시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하고 싶어 했고요. 결국 모
든 걸 정리하고 떠났죠."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 '지니'는 그가 디즈니와 손잡고 내놓은 첫 번째 역작. 지니 목소리를 연
기했던 배우 로빈 윌리엄스(1951~2014)는 골드버그 감독에겐 "최고의 재료"였다. 윌리엄스의 눈썹 움
직임, 입술 떨림, 목소리 톤까지 연구해가며 지니 캐릭터를 완성했다. "로빈의 성대는 마법 같았어요.
녹음을 시작하면 마법에서 '펑' 연기가 터지듯 기대하지 않았던 목소리를 냈어요. 전 바로 그 순간을 그
림으로 그렸고요. 1000개의 성대를 가진 배우를 1000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로 그린 거죠!"
'포카혼타스'의 감독을 역임했고, '헤라클레스' '주먹왕 랄프' '모아나'의 주요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골
드버그는 이제 손으로 직접 원화를 그리는 몇 안 남은 애니메이터다. 디즈니는 2000년부터 그에게 미
키마우스·도널드 덕·밤비 같은 전통의 디즈니 캐릭터에 새 입김을 불어넣는 작업을 부탁해왔다. 2013
년 그가 미키마우스를 주인공으로 그린 단편 만화영화 '말에 올라라'는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
상 후보에 올랐다. 골드버그는 "미키마우스 등을 그리면서 요즘 애니메이션이 무엇인지 다시 깨닫고 있
다"고 했다.
"미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정수(精髓)예요. 대사 한마디 없이도 몸의 모든 부분을 활용해 원하는 바
를 표현해내죠. 생전 월트 디즈니는 '그럴싸하게 보이는 불가능한 일(the plausible impossible)'이 곧
애니메이션이 된다고 했어요. 미키마우스를 그리면서 이 사실을 다시 새겨요. 터무니없는 순간에도 확
신을 품으면 현실이 되죠. 애니메이터는 그 순간을 잡아채는 거예요."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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