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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품권 한장에 거래되는 인격살인…‘지인능욕’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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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기자 음성으로 읽기기사 스크랩 이메일로 기사공유 기사 인쇄 글꼴 설정
입력 2018.10.21 20:15
주변인 얼굴에 나체사진 합성하는 ‘지인 능욕’
문화상품권 1~2만원에 인격살인
AI 기술로 정교한 ‘포르노 동영상’ 제작가능
추적도 어려워…"차라리 내 사진 내리는 게 빨라"
대학생 A(24)씨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얼굴’이 드러난 사진을 모두 지웠다. 모바일 메신
저 프로필 사진은 ‘풍경 사진’으로 대체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인(知人·아는 사람)의 얼
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글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것을 ‘지인 능욕’이라
고 불렀다.
A씨가 ‘지인 능욕’이라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자, 한 여성의 나체 사진이 검색 화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 밑에는 여성의 실명, 학교, 직장, SNS 주소,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이런 문구와 함께였다. "걸레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비하하는 말) 제보받았습니다. OO동에서 만나면 성폭행해달라고 하네요."
"가장 섬뜩한 점은, 가까운 사람이 나체사진을 합성해달라고 의뢰한다는 것입니다. 장난처럼 ‘지인 능
욕’이라면서요. 누굴 믿을 수 있겠습니까." A씨 얘기다.
◇문화 상품권 1~2만원에 인격살인 ‘거래’
지인 능욕은 사이버 성범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지난해 하반
기에 실시한 ‘음란·성매매 정보 중점 모니터링’에서 적발한 사례 494건 가운데 지인능욕·합성이 291건
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대가를 받고 제작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의뢰자가 주변인 얼굴 사진을 전달하면, ‘지인
능욕 전문가’가 나체 사진을 합성해주는 방식이다. 보통 문화상품권 1~2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고 한다. 인격살인의 값이다.
지인 능욕은 지난 3월 대학가에서 논란이 됐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한양대 재학생 B(22)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선후배 등 최소 16명의 합성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한 혐의로 붙잡혔다. B씨가 휴
대전화를 분실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기에 저장된 지인 능욕 사진이 드러난 것이다. 이 일로 B씨는 퇴
학조치 됐다.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름을 바꾸고, 누군가는 직장까지 그만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AI(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인 능욕이 ‘포르노 동영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I
기술로 특정인의 얼굴·신체 부위를 다른 영상과 합성해 만드는 것이다. 이를 ‘딥페이크(Deep fake)’ 기
술이라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AI기술을 활용하면 보통 사람은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합성이
가능하다"면서 "피해자를 인격 살인한다는 점에서 ‘리벤지 포르노’에 버금갈 정도로 위험한 범죄"라고
말했다.
10대 사이에서는 지인 능욕이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모바일 메신저에 채팅방
을 만든 뒤, ‘능욕’할 대상의 개인정보를 주고 받는 식이다. 실제 기자가 10대 지인 능욕 단체채팅방에
접속하자, ‘왕따’로 찍힌 어린 학생의 얼굴 사진이 사진이 여러 장 게시됐다.
지인능욕 채팅방에서 접촉한 한 관계자는 "대부분 ‘거슬린다’는 이유로 사진합성을 의뢰한다"면서 "왕
따의 새로운 형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인 능욕이 학교폭력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얘
기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이 ‘변태적인 쾌락’으로 지인 능욕을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현연 아주대학
교 성폭력상담센터 연구원은 "지인의 합성사진을 유포하거나, 성폭행 묘사로 성적 쾌락을 느끼는 부
류"라면서 "성폭행에 흥분을 느끼는 가학성애자와 같다"고 말했다.
◇‘떴다방’식으로 운영, 붙잡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지인 능욕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합성의뢰가 이뤄지는 인터넷 계정이 ‘떴다방’ 식으로 한시적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이다. 합성의뢰가 보통 일대일로 이뤄지고, ‘지인능욕’ 거래가 이뤄진 계정이 이내 사라
지는 점도 추적을 어렵게 한다.
더구나 지인 능욕 의뢰가 이뤄지는 소셜미디어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
사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증거인멸도 더 손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인 능욕 사진을 합성
해주는 쪽에서는 "해외 사이트들이 국내 수사당국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걸릴 일이 없다"면서 홍보하
기도 한다.
지인 능욕 합성 계정은 ‘떴다방’식으로 운영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조선일보DB
설령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사진을 유포했다는 증거가 없을
경우, 음란물 제조 혐의로만 처벌받기 때문이다. 이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실제 지난해 중학교 동창 등 9명의 얼굴을 음란사진에 합성,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
진 C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당시 재판부는 누구나 합성사진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 피해자가 심대한 사회적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해자 어머니의 선도 의지가 강하고, 일정 부분 속죄한 점을 감안했다"면서 "대부분의 피해
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가해자가) 합의에 성실히 노력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누가, 어떤 이유로 자신의 사진을 끌어다가 모욕을 줄지 모르는 상황이라 예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장인 김수현(28)씨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얼굴 사진’을 삭제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해자는 정신병을 비롯해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충격을
입는데, 가해자는 집행유예와 같이 가벼운 처벌에 그칠 때가 많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초범인 경
우에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지인 능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반년 넘게 계류된 상황이
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올해 초 발의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지인 능욕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
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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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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