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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 먹다남은 생선·술병… 휴게소에 버리는 불량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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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효인 기자 주희연 기자 손호영 기자
입력 2018.09.27 03:00
[환경이 생명입니다] [3부-1]
기차역·버스터미널 등 가보니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25일 오후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화성휴게소 주차장. 차에서 내린 한 중년
남성이 까만색 쓰레기 봉지 5개를 양손 가득 들고 휴게소 건물 앞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남성은 주위를
잠시 둘러보더니 'PET·플라스틱류'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쓰레기통에 봉지를 모두 쑤셔 넣고 사라졌다.
쓰레기 봉지를 열어보니 종이컵 여러 개와 차례용 청주, 꽃다발, 먹다 남은 떡볶이, 담배꽁초 등이 뒤섞
여 있었다.
화성휴게소 환경관리원 김모(71)씨는 "명절이 지나면 먹다 남은 음식물이 섞여 들어와 평소보다 쓰레
기양이 급증한다"며 "특히 날 생선을 손질하고 남은 생선 대가리, 내장 같은 것들이 나오면 비린내가 가
시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추석 다음날인 25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화성휴게소에서 환경관리원들이 분리수거통에 담긴 쓰
레기를 가져와 다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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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음날인 25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화성휴게소에서 환경관리원들이 분리수거통에 담긴 쓰
레기를 가져와 다시 분류하고 있다. 이날 휴게소에선 쓰레기를 재활용 원칙에 따라 분리하지 않고 한꺼
번에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는 이용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본지 기자 3명은 서울역과 고속도로 휴게소(화성휴게소·죽전휴게소), 강남 고속버
스터미널,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등 교통 요충지를 찾아 쓰레기 배출 실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장소
에 관계없이 모든 쓰레기통은 재활용·일반 쓰레기의 구분이 불가능했다. 재활용 폐기물을 세척하거나
재질이 다른 물질을 분리해 배출하기는커녕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내용물 제거'조차 이루어지지 않았
다.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를 공공장소에 내다 버리는 양심 불량 시민들도 많았다.
지난 4월 재활용 수거업자들의 '스티로폼·플라스틱 수거 거부'로 촉발됐던 '재활용 폐기물 대란(大
亂)'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쓰레기 배출 행태는 여전했던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개인의 분리배출 여부는 법적으로 규제하기도 모호하고 단속도 어렵다"며 "아무리
강한 규제를 펴더라도 시민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폐기물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재활용품을 모으는 쓰레기통에서 나온 봉지라고 들었는데, 봉지 입구를 열자 헌 신발과 먹다 남
은 돈가스가 나왔다. 그마저도 어딘가에서 새어나온 커피에 축축이 젖어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역 뒤편 쓰레기 분리장. 이곳에는 매일 100L 크기의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 130여봉지
가 들어온다. 봉지 하나를 열어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를 분리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가량이다.
작업장에서 10년간 근무했다는 최모(여·66)씨는 "하도 많은 쓰레기가 섞여 들어오니 분리가 쉽지 않
다"고 했다.
◇버려진 플라스틱통 안에 장아찌·김치 가득해
서울역 상황만 그런 건 아니다. 평일 하루 1만여명이 방문하는 경기도 화성휴게소. 하루 평균 30개씩
나오던 100L들이 종량제 봉투가 추석 연휴 기간에는 하루 90~100개로 늘었다. 무게로 치면 20t이다.
화성휴게소 관계자는 "연휴 기간에는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보다 외부에서 가지고 와 버리는 쓰
레기가 훨씬 많았다"며 "특히 명절 차례 지내고 남은 음식들을 가져와 버리는 바람에 평소보다 음식물
쓰레기가 2~3배 정도 많았다"고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의 청소 요원인 이모씨도 "뚜껑도
열지 않은 젓갈, 장아찌, 김치, 전 등이 포장째로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양심 불량 시민들에게 분리배출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화성휴게소 관계자는 "2년 전까지는 종이·
비닐·플라스틱·캔·유리병 등 재활용품을 다섯 가지로 구분해 버리도록 쓰레기통을 설치해뒀었지만, 아
무도 분리배출을 하지 않아 플라스틱·캔·유리병으로 간소화했다"고 했다. 이곳에선 입구가 넓은 100L
짜리 커다란 쓰레기통을 가져다 두고 손님들이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환경관리원들이 다시
분류한다. 경부선 상행 죽전휴게소 직원 임모씨는 "밤이 되면 침대 매트리스, 캐리어 같은 큰 물건을 싣
고 와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무슨 재활용 분리배출을 한다는 거냐"고 했다.
◇라면 국물 담긴 용기 그대로 쓰레기통에
지하철역 청소 경력만 30년인 남모(여·63)씨는 "(음료가 남은) 커피 컵이 제일 문제"라고 했다. 지하철
역 청소 담당자들이 사용하는 수레에는 재활용품과 일반 쓰레기를 분리할 수 있는 쓰레기봉투와 함께
10L들이의 고무 양동이가 실려 있다. 남씨는 "액체는 양동이에 쏟아 붓고 분리수거를 하는데, 지하철역
을 한 바퀴 돌 때마다 꽉 찬다. 2시간에 한 번꼴로 도니 하루에 10통은 나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액체는 어디서나 문제였다. 25일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에서는 한 남성이 500mL 페트병의 뚜
껑을 열더니 절반쯤 남은 물을 쓰레기통에 그대로 쏟아 붓고 나서 옆에 있던 식수대에서 물을 새로 받
았다. 대합실에서 다른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던 한 환경미화원은 "물뿐 아니라 커피나 라면 국물이 담
긴 일회용 용기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니 나중에 쓰레기를 분리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렇게 젖은 재활용 폐기물은 나중에 별도 세척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사실상 재활용이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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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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