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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건물주·납세자에 떠넘긴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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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기자 이준우 기자
입력 : 2018.08.23 03:07 | 수정 : 2018.08.23 09:16
정부 자영업대책 '최저임금 過速' 본질 놔둔채 또 7조 퍼붓기
카드수수료 깎고, 임대기간 10년으로, 일자리안정자금 늘려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지원한다며 세금과 카드 수수료를 깎아주고, 근로장려금과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금액도 지금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채산성(採算性)이 악화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덜어주거나 세금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을 급조해 내놓은 것이
다. 하지만 절감되는 비용은 결국 다른 경제주체들에 전가되고, 다른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자영업
종사자에게 월급을 주는 식이어서 '자율'과 '경쟁'에 기반한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시장 원리
에 어긋나는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저해하게 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고집하면서, 그 부작용을 줄이려고 시장가격에 지속적으로 개입
하는 악순환(惡循環)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아침 당정협의를 갖고 자영업자 대책
을 발표하면서 "매출 부진과 경영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했다"고 했다.
절반이 빈 상가 안내판 -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한 22일 정부세
종청사 인근 상가 모습.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문 닫는 가게가 늘면서 안내판 곳곳이 비어 있다.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 세종시 상가에서도 대한민국 자영업의 위기를 엿볼 수 있다.
정부는 우선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현재 13만원에서 15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에게 주는 근로장려금(EITC)의 소득과 재산 요건을 완화해 지원 대
상을 현재 57만 가구에서 115만 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료 등
자영업자들이 내는 사회보험료 부담도 낮춰주기로 했다. 세금 감면과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도 함께 발
표됐다. 정부는 식당 주인이 농산물을 사들이면 구매 금액의 일정액을 세금에서 빼주는 의제매입세액
공제의 한도를 한시적으로 5%포인트 높여주기로 했다. 또 결제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현재 3.0%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1.8∼2.3%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개인택시 사업자의 카드 수수료도 0.5%포인트 인하(1.5%→1.0%)해주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
는 "이번 대책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총 7조원 이상의 혜택이 돌아가고, 편의점과 음식점에서 연간 최고
600만원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 돕는다며 다른 경제주체들에 부담 전가
장사를 하는 사람이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물건 값을 내리거나, 새 상품을 만들어 판다. 그래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우면 다른 일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시장가격을 결정하고 그 혜택은 소
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인 가격 결정 체계에 노골
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명분으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원인을 제공했다. 현재
시간당 7530원에 달하는 최저임금은 내년 8350원까지 오른다. 편의점 주인들은 "직원에게 이 돈을 주
고 업주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100만원 안팎"이라고 하소연한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한 소상공
인들이 대거 폐업에 나섰고, 이것이 고용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68만2000명(2017년 말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21.3%에 이른다. 그래서 전(前) 정부나 전전(前前)
정부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소득 격차를 메우려고 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촉발할
부작용과 후유증을 우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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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책과 우려되는 부작용
그런데 '소득 주도 성장'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핵심 정책 수단으로 삼고, 2
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29% 올렸다. 자영업자들 반발이 거세지자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긴급 처방'을
내놨다.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은 매장 임차료, 직원 월급, 카드 수수료, 세금 등의 영향을 받는데 정부는
이런 요소들 하나하나에 죄다 개입해 가격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
제는 모든 주체가 연결된 생태계이고 이번 대책으로 다른 주체들(카드 업계, 임대 사업자, 일반 납세자)
은 원치 않는 부담을 지게 됐다"고 했다.
◇시장 원리 훼손하는 정책 쏟아내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다른 국민에게 손해를 안겨 주거나, 산업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
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우선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엉뚱한 다른 국민에게 지우는 격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는 이미 관련 업계를 벼랑 끝까지 내몰고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 대행을 담당하는 밴(VAN) 업계는 종사자가 20만명에 달하는데,
거듭된 수수료 인하와 관제(官製) 페이 도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미 직원들을 20%가량 해
고한 중견업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용카드 최저 수수료율(0.8%)을 적용하는 대상을 넓혀
이미 영세·중소 가맹점 비중이 76.5%에 달한다.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정부가 상가 임대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조치도 임대 사업자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책 중엔 경쟁을 제한하고 담합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도 있다. "편의점 출점 경쟁을 줄이기 위
해 가맹본부나 관련 단체가 자율규약을 내면 적극 검토한다"는 공정위의 조치는 편의점의 출점 간격을
사실상 제한한다는 말이다. 편의점 창업 희망자에겐 강력한 진입 장벽이 된다.
정부 대책 중엔 어렵게 일군 '성과'를 뒤로 돌리는 퇴행적 정책도 있다. 음식점 주인들이 부가세가 면제
되는 농산물을 사면 구매 대금의 일부를 세금에서 빼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는 과거 대형 음식점주들의
탈세(脫稅) 수단으로 악명이 높았다. 전 정부는 공평 과세를 위해 이 혜택을 축소했었다. 한시적이라고
는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다시 공제율을 올린 것은 퇴행적이다. 이 밖에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국민연
금, 고용보험, 건강보험료 지원을 늘리는 것은 기금 재원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일자리안정자금 지
원금을 올리면 자영업자들의 의존도를 높여 '일시적'이라고 했던 재정 부담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막혀 있는 곳은 다른 데 있는데 엉뚱한 데서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모양새"라며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런 단발적인 대책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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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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