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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드루킹 '은폐 수사'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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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기우 사회부 기자
입력 2018.07.20 03:14
이기우 사회부 기자
"이미 압수 수색을 두 번이나 했잖아요. 증거물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7일 밤 본지와 주고받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경찰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기자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 이날 밤 한 방송사가 보도한 영상 때문이었다. 영상 속엔 경기도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을 한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에서 컴퓨터 등 '증거물'을 빼내 이를 다시 10㎞ 떨어진 컨테이너 창고에 옮기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만 하는 장면이 담겼다. 박상경 파주경찰서장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드루킹 사무실 물품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전화를 받은 이 청장은 '이미 증거가 차고 넘쳐 느릅나무출판사 물건들에 대한 별도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였다. 특검팀은 컨테이너 창고에서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회계 장부와 수첩, 컴퓨터 등을 다량 확보했다. 드루킹 일당이 매월 수천만원에 달하는 유지비를 무슨 돈으로 충당해 가며 1년 넘게 댓글 조작을 벌였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 이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이 창고에서 발견된 회계 장부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다. 또 이 창고에선 드루킹 일당이 몇 건의 댓글 조작을 벌였고, 이를 위해 몇 명을 동원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휴대전화 유심카드도 추가로 나왔다. 경찰이 앞선 수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핵심 증거들이었다.
경찰의 부실 수사는 증거물을 빠뜨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출범 직후 특검팀은 드루킹의 측근인 윤모, 도모 변호사를 입건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정상적 수사였다면 이미 입건됐어야 할 사람들인데 경찰 단계에선 빠졌다"고 하고 있다. 특검팀 내부에서도 앞선 경찰 수사에 대해 "깜짝 놀랄 수사"라는 말이 나온다. 특검팀은 현재 이 사건의 가장 기본인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규모부터 원점에서 다시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 기간 내내 '수사 의지(意志)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드루킹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비밀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김 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 중 댓글 조작의 본거지였던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좀도둑이 들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할수록 증거가 없어지고 현장이 오염되고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경찰은 여전히 "충분히 수사해 증거를 모두 특검에 넘겼다"고 하고 있다. 경찰이 '엉터리 수사'를 넘어 '은폐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경찰 귀에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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