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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北核 해결 겨냥해 南·北 동시 압박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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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 국민 굶겨 죽이며 달러 퍼부었는데 자식이 核 포기할까 特使 가방 비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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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논설고문
입력 : 2018.03.0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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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논설고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북한 3대는 핵폭탄과 미사일 개발에 나라 금고의 달러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
을 쏟아부었다. 당시 북한에게 달러는 국민 목숨보다 귀했다. 흉년과 가뭄과 홍수가 잇따랐던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간 61만 명의 인구가 사라졌다. 식량난으로 평소 같으면 죽지 않았을 48만 명이 더 죽고
영양실조로 13만 명의 신생아가 덜 태어났다. '고난의 행군(1996~2000년)' 시기에만 33만 명의 생목숨
이 배를 곯다 죽었다. 2010년 통계청 북한 인구 동태 분석 결과다.
김정일은 함흥·청진·원산 거리에 아사자(餓死者) 시체가 널려있던 때도 달러 주머니를 풀어 식량을 수
입하지 않았다. 핵 개발에만 들이부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미타르 센이 북한 동포의 비극을 '흉
년의 결과'가 아니라 '폭정(暴政)의 결과'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핵무기에는 주린 배를 안고
눈을 감은 수십만 아사자의 원혼( 魂)과 속수무책으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수백만 가족들의 원한
(怨恨)이 서려있다.
어느 핵보유국도 국민을 굶겨 죽이며 핵폭탄을 만들지 않았다. 김정은은 아비가 이렇게 손에 쥔 핵무기
를 포기할 수 있을까. 만에 하나 그게 가능하다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가. 이 질문과 여기에 대한 대답
이 핵위기를 넘는 시작과 끝이다.
'핵보유국'이라는 단어는 북한 헌법 전문(前文)과 노동당 규약 곳곳에 박혀있다. 이 표현이 핵무기 폐기
(廢棄)에 더 비싼 값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이라면 '거래(去來)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북
한은 한동안 외부에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했다. 미국에 대해 북한 적대시(敵對視) 정책 철폐와 북·미 외
교관계 수립,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을 향해 어마어마한 경제적 보상이 따르면 핵 폐기
가 가능할 듯 시사했다.
한국과 미국은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에 따라 정책 포장은 달랐어도 거의 비슷한 각도에서 북핵 문제에
접근했다. 그 결과가 핵무기와 ICBM을 두 손에 든 북한의 등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책사(策
士)들이 슬쩍 입에 올리는 '핵 동결(凍結)을 입구로, 핵 폐기를 출구(出口)로' 하는 정책이 그 연장선상
에 있다.
핵 거래는 왜 실패했을까. 북한은 핵무기 없이는 지탱할 수 없을 만큼 핵무기 비중이 높아졌다. 2017년
북한 수출액은 16억 달러, 수입액은 33억 달러로 추산된다. 수출 5736억 달러·수입 4784억 달러를 기
록한 한국의 하루 수출·수입액과 비슷한 규모다. 이 경제로는 128만 명 상비군을 유지하고 재래식 무기
의 현대화가 불가능하다. 경제 봉쇄가 본격화된 올해엔 수출이 1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김정은에게 이제 핵 보유는 언제든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간판이 아니다. 체제의 기둥을 받치는 주춧
돌이 돼버렸다. 주춧돌을 빼면 기둥이 흔들리고 대들보가 내려앉고 지붕 기왓장이 쏟아진다. 북한 중앙
통신이 올해 초 '우리가 핵을 포기하기를 바라는 것은 바닷물이 마르기를 바라는 것보다 어리석은 짓'이
라고 했다. 공갈(恐喝)로 들리는 비명(悲鳴) 소리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으리라고 봐왔다. 그러면서 미국의 신경을 긁
고 한국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어르는 데 재미를 붙였다. 중국도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느낀 듯하다.
미국은 핵폭탄과 ICBM이 결합하자 비로소 북핵을 현실적 위험으로 받아들였다. 군사 대응과 협상의 배
합(配合) 비율을 바꿔 북핵 제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의 화법(話法)도 달라졌다. 북한을 향해 하
는 말인지 한국에게 하는 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한국 수출품에 대한 계속되는 무역 제재도 심상치 않
다. 남과 북을 동시에 압박해야 북핵의 끝이 보인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ICBM 가
운데 ICBM 하나라도 없애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치를 만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미국이 견딜 만한
것이 한국에겐 최악(最惡)이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은 여동생 김여정을 내려보냈다. 낚싯밥은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며칠 후 남쪽 특사
(特使)가 평양으로 간다. 빈손으로 돌아오면 핵 위기는 파국으로 굴러간다. 만약 가방 안에 '핵과 동거
(同居)하는 평화'가 들어있으면 나라가 두 쪽 난다. 동맹은 깨지고 한국은 핵 풍랑에 혼자 표류(漂流)하
는 처지가 된다. 나라는 난기류(亂氣流)를 만나 요동치는데 국민에게 안내 방송도 없다. 알아서 안전벨
트를 매라는 뜻인 모양이다. 저가(低價) 항공만도 못한 승객 대접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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