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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한·미는 안보 공동체임을 확인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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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입력 : 2017.11.04 03:14
6·25 후 맺은 한·미 동맹은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자산
두 정상이 한반도에서 만나면 양국이 쌓아온 연대 재확인하고
이 바탕 위에 한·미·중 협력과 한·미·일 협력의 밑그림 그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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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다음 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가끔 있는 일이어서 전혀 새로
운 일이 아니지만, 탈냉전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상황 때문에 예전과 다른 관심과 이목
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얼마 동안이고, 함께 서울을 찾는 수행원의 면면이 어떻고
하는 얘기들이 흥미는 있겠지만, 결국 주변적인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전례가 없는 위기의 한가운데서
워싱턴 DC나 뉴욕이 아닌 서울에서 만나는 한·미 두 정상에게 거는 기대는 다음과 같다.
6·25전쟁 직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마디로 말해 한·미 동맹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자산임이 틀림없다. 고단한 현대사를 거쳐 어렵게 구축한 우리의 정체성에는 개인의 행복, 자유, 민주주
의, 인권 등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한·미 두 정상이 양국이 공유하는 이러한
가치들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운명 공동체라는 입장을 확인한다면, 이것은 많은 것을 의미할 것이
다.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적어도 지금의 위기 속에서 한국과 미국은 안보 공동체라는 연대의식을 확인
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차제에 핵무기 관련 논란을 불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북한과 다를 바 없이
시대에 역행하는 자체 핵개발 주장이나, 전략적 실효성의 차원에서 큰 의미가 없는 전술핵 재반입 관련
논란이 해소되었으면 한다. NPT(핵확산 금지) 체제하에서 현재 지구 상에는 세 개의 독자적 핵보유 국
가가 존재한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NPT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비회원국이지만, 북한의 경우
NPT 회원국으로서 유일한 '잠정적 및 불법적 핵보유 국가'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북한을 뒤쫓아 유이
(唯二)한 국가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논란을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차제에 한·미 두 정상이 미
국이 제공하는 '확장핵억지력'의 약속을 더욱 공고하게 하고, 우리는 그 약속을 신뢰하면 될 일이다. 필
요하다면 지난주 서울에서 막을 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바를 정상들이 큰 틀에서 합의
하고, 첨단무기도 갖춰서 대북 억지력 수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아시아 투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는 사실이다. 미 국무부 주요 포스트의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
한은 중국, 일본, APEC 등과 함께 맞물린 아시아 투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 지우
기에 바쁜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대체하는 그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 아울러 19차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치적 명운을 건 총선에서 압승하여 공고한 리더십을
재구축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전달할 메시지와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한 한반도
에서 던질 메시지는 분명히 차별적일 것이다. 이 간극 속에서도 우리는 한·미·중 협력과 한·미·일 협력
의 밑그림을 준비해야만 한다.
목전에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 곳곳에는 지뢰가 적잖게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손보고자
하는 미 행정부의 의지도 강하고, 5년마다 갱신하는 주한 미군 분담금 역시 시간표가 다가오고 있다. 정
상회담에서는 서로 불편하고 껄끄러운 얘기를 구체적으로 나누지 않겠지만, 정상회담 이후 뒷얘기가 무
성하게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고 본다. 투명하게 제도적으로 접근하면 될 일이고, 국제
자유주의를 존중하는 의지로만 따지면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정부 못지않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차제
에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에 맞게 이 와중에서도 국제 평화를 위해 우리가 어젠다 세팅할 수 있는 이슈를
발굴해서 정상회담 테이블에 슬그머니 올려놓는 고도의 전략적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1992년에 개봉한 영화 '나홀로 집에 2'는 뉴욕에 소재한 플라자호텔을 주 무대로 삼아 촬영됐다. 국내
에도 많이 알려졌듯 당시 이 호텔의 소유주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낯선 뉴욕을 헤매
는 주인공 케빈에게 "홀을 따라 쭉 가다가 왼편으로 가면 된다"고 인자하게 일러주는 모습이다. 영화 속
인자한 모습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정치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민자 이슈가 인권 문
제로 전환되고, 멕시코를 상대로 수조원을 들여 담을 쌓아 올리고 있다. 새벽 서너 시에 이뤄지는 트위
터 정치 역시 논쟁을 부른다. 인자하든 괴팍하든 이런 인간 트럼프의 이미지보다는 초강대국 미국의 대
통령이라는 제도적이고 시스템적인 그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위기가 절체절명에 처한
지금 우리가 취할 자세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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