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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사설] '약속'이든 '입장 표명'이든 주권은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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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4 03:20
정부가 중국과 사드 합의를 하며 사드 추가 배치, 미사일 방어(MD), 한·미·일 동맹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가 이 '3불(三不)' 정책을 우리가 '약속'했다고 표현한 것에 문제를 제기해 '입장 표명'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약속이든 입장 표명이든 그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주권 사항, 그것도 가장 민감한 군사 주권에 제3국이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자체로 이미 주권은 훼손됐고 두고두고 국익을 해치는 선례가 될 것이다.
벌써 중국 관영 매체는 우리 외교부의 문제 제기에도, 한국이 '3불' 을 중국에 약속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이 표명한 입장을 실제로 이행하기 바란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은 앞으로 사드 합의를 근거로 사사건건 한·미 동맹에 트집을 잡을 수 있다.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한국이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수도권을 방어할 자산이 추가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우리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 불(不)검토'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미 동맹과 북핵 대처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직전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도 불길하다.
국제 정세는 어떻게 바뀔지 예단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긴장도가 높은 지역이다. 미·중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현장이기도 하다. 시진핑 2기의 중국은 더 이상 조심하지 않고 힘을 발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남한 전역을 타격할 핵미사일을 보유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곧 미국을 타격할 핵미사일까지 갖게 될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우리가 본 경제적 피해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안보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우리의 경제적 피해 못지않게 중국의 피해와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과 기업도 중국의 무도한 보복에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최소한 주권 사항만큼은 분명한 원칙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했다.
외교에서 주권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우리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은 강대국을 상대할 수 있는 기본 수단이다. 북한과 여전히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 앞에서 우리 스스로 주권을 훼손하면서까지 운신 폭을 좁힌 것이 장차 어떤 후폭풍으로 다가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청와대는 이 협상을 자찬(自讚)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정부는 앞으로 우리의 주권 사항이 제3국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우리 의지로 결정될 것임을 분명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
출처;조선닷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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