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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사설]촛불 1년, 이제 과거에서 미래로 눈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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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입력 2017-10-28 00:00수정 2017-10-28 00:00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 퇴
진을 외쳤다. 이후 주말마다 이어진 촛불집회의 시작이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의결과 헌법재판소
의 파면 결정, 그리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오늘 광화문광장에선 기념집
회가 열리고, 여의도에선 ‘촛불파티’도 열린다.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보도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시
민들은 저마다 다양한 동기와 바람으로 우리 사회 부조리와 모순을 바로잡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야 한다는 소망을 촛불에 담았다. 나아가 그 촛불이 변화를 이끌어낸 동력이 된 것은 철저한 평화집회였
기 때문이다. 그런 새로운 ‘광장민주주의’ 실험에 전 세계도 찬사를 보냈다.
촛불 열망 속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어느덧 내달 10일로 출범 6개월을 맞는다. 5·9대선 승리와 함께
정부 인수 기간도 없이 곧바로 출범한 새 정부는 ‘적폐청산을 통한 대한민국 개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신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아직 공석인 채 조각(組閣)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부처마
다 적폐청산기구를 가동해 수많은 적폐를 찾아내고 반성문과 함께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있다.
이런 적폐청산 드라이브에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국정과제가 온통 적폐청산으로 귀
결되다 보니 곳곳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가 하면 저항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적폐청산이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 정부까지 향하면서 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의혹을 끄집어내는 등 정치권 갈등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역대 정부도 출범 때마다 과거 청산을 통한 개혁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각 부처에
서 쏟아지는 적폐청산 과제에는 과거뿐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적폐청산 없이 미래도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적폐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청산되는 것이다. 청산을 마치고 미래로 가는
단절의 과정이 아니다.
적폐청산은 이제 미래의 기반을 닦는 것이어야 한다. 역대 정부의 과거 청산이 급속히 동력을 잃고 표류
했던 것도 과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과거를 단죄하는 사법적 절차는 현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지난 6개월의 적폐청산을 되돌아보고
재점검할 때가 됐다.
첫째, 청산의 목표는 낡고 부패한 시스템, 즉 제도와 관행이어야 한다. 적폐청산이 특정 인물과 세력을
뒤져 단죄하는 것이 돼선 안 된다.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적폐청산에 나서고 있지만 제도적 개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구조를 고치고 문화와 의식까지 바꾸는 종합적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그
래야 적폐는 도려내되 생살은 다치지 않는 청산이 될 수 있다.
둘째, 철저히 법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대통령도 아닌 대통령비서실장이 부처에 적폐청산 기구를 구성
하라는 공문까지 보낸 월권행위는 적폐청산을 시작부터 의심받게 만들었다. 대통령 업무지시를 통한 재
량권 행사,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내린 감사 지시, 비밀취급 인가도 없는 민간인의 비밀자료 열람 등은
과도한 행정부 재량권 논란을 불러왔다. 이런 법절차 무시 논란은 적폐청산의 정당성을 의심받게 만들
고, 시간이 지나 다시 도려내야 할 적폐로 되돌아오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청산은 정치의 정상화를 통해 완성될 수 있다. 촛불민심이 폭발한 것은 실종된 정치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불통의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고 국회가 이를 견제해내지 못한 데 대한 민심의 분노였다. 모
든 적폐청산의 마무리는 국회에서 이뤄진다. 검찰 개혁을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
권 조정, 정치 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혁 등 하나같이 국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국
회를 건너뛰는 직접민주주의의 확대가 아니라 협치(協治)를 통한 정치의 복원, 대의민주주의의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촛불민심에 힘입어 적폐청산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다. 역대 정부의 과거 청산
이 그랬듯 이번 적폐청산도 짧은 승자의 역사로 끝나선 안 된다. 진정 미래의 기반을 닦는 개혁이 돼야
한다. 숱한 실패와 질곡 속에서도 70여 년의 축적된 민주주의 역사를 써온 대한민국이다. 그 역사에 적
폐청산이 또 다른 실패로 기록돼선 안 된다.
추천해요26
출처;동아닷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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