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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부활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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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위’의 개혁안이 공염불이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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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7/29 [14:45]
▲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 ©김상문 기자
‘자유한국당’의 ‘혁신위’는 당 혁신의 ‘당위성’과 ‘목표’ 그리고 ‘철학’을 담은 ‘혁신선언문’을 지난 금요일(7월 28일)에 발표하려다가 돌연 연기하였다. 여러 가지 이견이 있어 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문제가 가장 큰 이견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당의 혁신을 위해 만들어진 ‘혁신위’가 당 혁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그들이 정치적으로 의지하는 영남지역주의와 대한민국 70년 헌정사에서 얻은 사회적, 경제적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버리지 않고 얻기만 하려는 모습은 전형적인 수구적 작태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의 ‘혁신위’는 절대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필자가 20여년 전 독일의 마부르크 대학교(Phillips-Universität Marburg) 경제사 학과의 게르트 하르다하 (Gerd Hardach) 교수와 식사를 할 때, 대화 도중에 하르다하 교수는 “독일은 노동자 사회”(Deutschland ist Arbeitergesellschaft)라는 했는데, 당시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왜냐하면 필자는 그 당시까지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회의 대다수가 노동자인 독일은 노동자 사회가 맞다. 그리고 이는 비단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이웃국가들도 마찬가지이고,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등, 소위 산업국들은 모두 해당된다.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든지 노동자가 사회구성원의 절대 다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선 노동자가 사회구성원의 절대 다수인데도 불구하고, 보수계열 정당의 집권 기간이 압도적이었다. 독일의 경우 1949년 서독 정부수립이후 68년 동안 약 48년, 프랑스의 경우에 1947년 제 4공화국 출범이후 70년 동안 44년, 영국의 경우에 1945년 이후 72년 동안 47년을 보수계열 정당이 집권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간 유럽의 발전을 이끈 사회시스템을 만든 것이 바로 보수주의 정당들이었다. 또한 독일의 경우에 보수성향의 기민당(CDU)는 “사회적 시장경제” (Soziale Marktwirtschaft)를 통해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경제구조를 이룩하면서 “차별적 부담”의 “고복지 사회”를 이끌어냈다.
노동자가 절대다수인 유럽 국가들에서 보수계열정당들이 더 오랜 기간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유럽의 보수계열 정당들은 1945년 제 2차대전의 종전을 계기로 이전의 수구성에서 탈피하여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주의 계열 정당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평등과 분배에 공감하고, 이를 보수적 가치에 따라 정책적으로 실천했다. 여기서 보수적 가치라는 것은 사회주의적 급격한 “이상주의를 경계”하면서, 균형적인 국가발전 속에서 전체 국민의 이익에 필요한 사회주의적 가치를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접목시키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이 아닌 국가의 안정적 발전의 범위 내에서 ‘점진적’이고 ‘균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유럽 보수 정당들의 목표이다. 결국 유럽의 보수계열 정당들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와 세대”의 요구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이에 맞는 적절한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 권오중 박사
이에 반해 사회주의 계열 정당들은 보다 ‘급진적’인 사회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 한 사례로,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던 1998년 가을, 필자는 정부로부터 받던 “월세보조금”(Wohngeld)이 갑자기 2배로 인상되어서 기뻐했던 적이 있다. 이는 “중도좌파”(Links der Mitte)라는 기치를 내걸고 1998년 연방의회선거에서 승리해서 독일 총리가 되었던 ‘사민당“(SPD)의 게하르트 슈뢰더(Gehard Schröder) 정부에서 경제장관인 오스카 라폰텐(Oskar Lafontaine)의 작품이었다. 그는 ”월세보조금“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선심성 재정지출을 ‘급격히’ 확대하였고, 급기야 그는 영국의 좌파성향 일간지 ‘데일리 미러’(Daily Mirror)의 표지에 파안대소하는 사진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소개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독일의 급격한 재정지출은 유럽연합의 재정문제와 ‘인플레이션’까지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로부터 얼마 후 슈뢰더는 라폰텐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둘 중에 하나는 사퇴해야 한다는 식으로 담판을 지었고, 마침내 경제장관 취임 2개월 만에 라폰텐이 자진사퇴하는 결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미 인상이 결정된 "월세보조금"과 기타 보조금들은 되돌릴 수 없었고, 독일정부와 유럽연합은 이후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물론 필자는 학생으로서 더 많은 "월세보조금"을 받아서 좋았지만, 독일경제 더 나아가 유럽경제의 측면에선 계획 없는 재정지출 확대는 경제를 도리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었던 것이다.
유럽의 보수계열 정당들이 선택받은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이 사회의 안정성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이던지 인간은 누구나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가족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안정화되고 더욱 나아지는 것을 최우선시 한다. 노동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사회가 안정되면 보수주의 정당들은 항상 유권자들의 다수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 더 급격하고 빠른 변화와 이익을 주장하는 사회주의 정당들을 잠시 선택했다가도 다시 보수주의 정당에게 정권을 되돌려 주는 것이 지난 70년간 유럽 유권자들의 선택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재정상태악화와 실업률 중가였다. 유럽의 유권자들은 당장의 이익보다도 전체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더욱 원했고, 이것이 절대 다수인 노동자들도 좌파정당이 아닌 보수정당을 더 많이 지지했던 이유였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보수정당들은 지난 70여 년간의 헌정사에서 성장우선주의에 입각하여 고도의 경제성장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대다수 국민의 희생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그들은 고도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외면해왔다. 1960~70년대의 시대욕구는 “경제성장”을 통한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었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는 당시 우리 국민의 욕구에 가장 부합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였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나라가 잘 살면 나도 잘 살게 되겠지’라는 기대감으로 불공정한 사회적 분배도 감내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성장”과 “분배”가 불공정하게 진행된 이유는 60년대 초 경제개발 계획이 수립될 당시에 처음부터 대기업의 성장을 통해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사간의 불공정한 분배를 용인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60-70년대 “고 성장” 시대에 분배를 공정하게 하지 못한 것이 현재 왜곡된 경제구조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국민 삶이 어느 정도 향상된 이후 국민의 욕구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의 희생과 양보를 거부하고, 정당한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부지불식간에 우리 국민은 불공정한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독재정치에 대해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수정당들은 변화된 국민의 욕구를 외면한 채, 경제성장과 안보를 지키는 것만이 보수의 전형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보수관을 가지고 전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체된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 그들이 친북성향이라고 공격했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들도 경제와 안보에는 보수 정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성장과 안보가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전유물이 아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아직까지도 이것을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다. 보수정당들도 이제 변화하는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새로운 당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40~50년 전의 구태적인 사고를 가지고는 보수진영을 대표할 수도 없으며, 국민에게 다가갈 수도 없다.
사회적 불만이 쌓이고, 사회가 불안하면, 정치적으로 극단적 양극화가 등장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극단적인 좌우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물론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무능한 보수정치세력이다. 그런데 일부 보수정치세력은 그 극단적인 극우세력에 편승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것이 보수는 아니다, 극우적 불만세력에 기대어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것은 우파수구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위 ‘진보정권’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이 보수가 보여줘야 할 모습은 아니다. ‘진보정권’의 정책이라도 국민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찬성을 하고, 오히려 스스로 그것을 더욱 개선 발전시켜서 국민 앞에서 ‘진보세력’과 경쟁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 정당의 모습이어야 한다. 유럽의 보수정당들의 성공원인은 항상 국민전체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보수정당들은 전체를 외면하고, 특정계층의 이익을 옹호해 왔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우리의 보수정당들은 근본적인 사고와 태도를 바꾸고 국민에게 접근해야 한다. ‘지키는 것만이 보수는 아니다’. 보수정당이라면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면서, 끊임없는 변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스스로 그 어떤 ‘개혁안’을 내놓아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필자/권오중 (diakonie3951@gmail.com)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Philipps- Universitä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출처;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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